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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울먹... "새 뉴스데스크 첫회서 정정보도와 사과"

[현장] MBC 뉴스 새 앵커 기자간담회 "26일부터 새 뉴스... 확실하게 달라지겠다"

17.12.21 19:39최종업데이트17.12.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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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MBC 뉴스가 돌아온다. 2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뉴스데스크>의 새 앵커를 맡은 박성호, 손정은(평일), 김수진(주말) 앵커와 <뉴스투데이> 박경추, 임현주 앵커가 참석해 달라진 MBC 뉴스에 대한 각오와 포부를 전했다.

그간 MBC 뉴스는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뉴스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때문에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MBC는 그간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제 역할을 하지 못 했던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간판을 내렸다. 이후 축소된 형태의 < MBC 뉴스>를 방송하며 보도국 재정비에 힘써왔다.

돌아오는 <뉴스데스크>, 당장의 큰 변화는 없지만...  

MBC 뉴스의 새 얼굴을 맡은 다섯 앵커들. 왼쪽부터 <뉴스데스크> 박성호, 손정은(평일), 김수진(주말) 앵커, <뉴스투데이> 임현주, 박경추 앵커. ⓒ MBC


하지만 신뢰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는 있어도,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올리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오는 26일은 그간의 노력을 선보이는 첫 무대인 셈. 달라질 <뉴스데스크> <뉴스투데이>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 그러나 박성호 앵커는 "당장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분 30초 짜리 리포트를 20개 나열하는 백화점식 보도는 지양하자, 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 구성원의 뜻이 같습니다. 이슈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쪽을 강화하고 팩트체크 성격의 코너가 신설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포맷의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뉴스는 여러 직종이 함께 취재와 편집, 생산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여러 관행을 바꾸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JTBC <뉴스룸>의 경우도 약 4개월을 준비해 개편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보도국 구성원 대부분이 5년 가까이 보도 일선에서 물러났던 사람들이고, 이제 막 파업을 끝내고 올라와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 당장 큰 변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닙니다. 

다만 내용은 확실하게 변화할 것입니다. 더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공영방송다운 뉴스를 만들겠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힘없는 분들의 목소리에 힘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점진적이지만 확실하게 변화한다, 이게 우리 구성원들의 일치된 입장입니다." (박성호 앵커) 

박성호 앵커는 "오랜 만에 복귀한 기자들의 의욕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취재망 붕괴가 심각해 여러 어려움이 있다. 취재 네트워크 복원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평일에는 기자로도 취재하고 있는 주말 <뉴스데스크> 김수진 앵커로부터 MBC 기자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취재의 어려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JTBC <뉴스룸>이나 SBS < 8뉴스>가 너무 많이 앞서 나가게 됐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현업에 복귀했고, 주말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이라는 무거운 역할을 맡게 된 부담도 크지만,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든 회복해야 한다는 걱정이 커서 개인적인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하지만  MBC 기자들, 저력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도 취재해야 하는 게 기자의 일이니 만큼, 당장은 어렵더라도 하나 둘 쌓이다보면 어떻게든 회복될 거라 믿습니다." (김수진 앵커)

손정은 앵커 "세월호 보도,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울컥 

2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뉴스데스크> <뉴스투데이> 새 앵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성호, 손정은, 김수진, 박경추, 임현주 앵커가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MBC


새 앵커들은 모두 지난 5년 간, 자신들도 MBC 뉴스를 보지 않았노라 고백했다. 자사 뉴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타사 뉴스를 통해 정보를 얻어야 했던 아픔은, 새로운 MBC 뉴스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세월호' 보도를 언급하며 "아직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근 5~6년 간, JTBC <뉴스룸>을 매일 봤고, <뉴스데스크>는 거의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세월호 보도는 잊을 수가 없어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를 볼 때마다 내 마음도 이렇게 아픈데 유가족 분들 마음은 어떨까 싶었어요. 목포 MBC에서 전원 구조가 오보라는 소식을 보고 했지만 묵살 됐다는 것도 한참 뒤에 알게 됐는데 너무 안타까웠죠. 

이미 MBC 뉴스를 외면하고 계신 분들을 당장 끌어당기기엔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시민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내려고 해요. 그동안 뉴스에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면, 지금 MBC 구성원들은 시민들이 어떤 목소리로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 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느끼시기에 '아, MBC가 우리 목소리를 알고 있구나, 잘 응답하고 있구나' 생각하신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오실 거라 믿습니다.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뉴스를 만들겠습니다." (손정은 앵커)

박경추 앵커 역시,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거라 본다"면서,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뉴스를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얻겠다"고 말했다.

"약속드릴 수 있는 건, 시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까지,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하고, 뉴스의 정도를 걷고, 기본에 충실한 뉴스를 만들겠습니다. 뻔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JTBC <뉴스룸>이 국민 여러분께 사랑을 받게 된 것도, 특별한 일을 했다거나, 이상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알려야할 일을 알리고, 누군가 감추려한 일을 들추는 일, 뉴스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지만 지상파 뉴스가 하지 않았던 일을 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본을 지키다보면 언젠가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박경추 앵커)

박경추 앵커는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전면에 나선 뒤 부당 전보와 핍박에 회사를 떠난 후배 아나운서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2년 파업 당시, 승리한 뒤 다 함께 포옹하는 걸 꿈꿨습니다. 고생했다고, 우리가 이겼다고 하고 싶었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런 부분이 제일 아쉬워요. 함께 고생했는데, 지금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없다는 것, MBC 재건을 그 후배들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아쉬워요. 이거 말고는 그 친구들 지금 회사 나가서도 잘 살고 있어서... 얼마 전에 오상진씨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연예인 걱정 하지 말고 당신들 걱정이나 하라 하더라고요. 하하하." (박경추 앵커)

새 <뉴스데스크>의 첫 테마는 '반성' 

2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MBC <뉴스데스크> <뉴스투데이> 새 앵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성호, 손정은, 김수진, 박경추, 임현주 앵커가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MBC


박성호 앵커는 "지난 기간 부끄러웠던 뉴스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반성하고 부끄러움을 느껴야할 대상은 그 뉴스를 지시하고 생산한 이들뿐이 아니라고 말했다. 파업 기간에는 특정 인물들을 향해 '저런 사람이 선배라는 게 부끄럽다', '적폐세력 물러나라'고 외쳤지만, 어찌됐든 시청자가 보기엔 모두다 MBC 월급 받고 다닌 사람들이고, 내부에서 제어하지 못해 벌어진 일들이기 때문이다. 박 앵커는 "시청자 앞에선 악인과 선인이 따로 나뉘지 않는다. 우리 모두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자성했다.

때문에 돌아오는 <뉴스데스크>의 첫 주요 주제도 '반성'이다. 당초 복귀 첫 주는 '반성 주간'으로 설정, 여러 기획 리포트를 준비해 내보낼 계획이었지만, 이미 < PD수첩>과 < MBC 스페셜>을 통해 심층적으로 다룬 터라 복귀 첫 날인 26일에만 압축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지난 MBC 뉴스가 잘못 보도한 뉴스를 정정하고 사과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MBC 뉴스 안 봐도 볼 거 많다, 다른 뉴스 보면 된다... 이런 이야기가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그동안 경쟁사 뉴스들이 우리보다 앞장서 나간 건 분명합니다. 선의의 경쟁도 필요하겠지만, 제 머릿속의 첫 번째는 경쟁이 아니라 우리의 정상화입니다. 지난 5년 동안 현업에서 떠나 있으면서 어떤 뉴스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시민들의 기기와 응원 덕분에 다시 기회를 얻은 만큼 그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성호 앵커) 

새 앵커들은 입을 모아 다시 싸울 용기를 주고, 파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 촛불과 시민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달라질 MBC 뉴스에 대한 시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부탁했다.

"앵커를 맡게 된 뒤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데 모두 엄청난 부담을 팍팍 주는 것들이었습니다. 한 후배에게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다고 이야기했더니 '선배는 우리 모두다. 우리 모두의 노력을 대표해 전달하는 역할이니 사명감을 가지라' 하더라고요. 부담은 더 커졌지만, 책임감으로 느끼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성호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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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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