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겪어보니 알겠더라… 손에 손 잡고 싸우는 사람들

판도라탐사대 5월탐사①

등록 2017.12.11 17:32수정 2017.12.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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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역사 72년, 성주와 합천

판도라탐사대는 5월 말, 핵무기와 반전평화를 주제로 성주와 합천에 다녀왔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은 핵의 역사의 시작이었다. 선악도 무엇도 구별하지 않고 두 도시를 지도에서 지워버린 버섯구름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저 힘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저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핵무기는 점점 강해졌고, 핵실험은 더욱 자주 일어났다. 2015년 기준, 세계 핵무기 보유량은 총 15,850개로 추정되며, 그중 러시아가 7,500개, 미국이 7,260개로 90%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MD체제 구축을 선언했다. 핵미사일로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방패'라는 MD는 더 많은 창을 만드는 명분이 된다. MD의 일부인 사드는 우리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려 위험하게 만든다. 히로시마와 합천에서 시작된 핵의 역사는, 성주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어지는 핵무기의 역사를 직시하고, 평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만나러 1박 2일의 여정을 떠났다.

싸우는 사람들

성주 소성리에 도착하기 전 강정 해군기지가 생각났다. 강정에서도 해군기지의 공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국가폭력이 자행되었다. 지금도 강정에서는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지만 해군기지 공사가 끝난 이 후, 함께 싸우던 주민들 사이에도 갈등이 생겼다고 했다. 해군기지는 단순히 그 자리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어제의 친구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국가는 강정의 주민들에게 몸의 상처는 물론이거니와 마음의 상처까지 주며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소성리도 예전의 강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주 주민들은 함께 싸우던 군청의 성주 군내 제3부지 주장에 조금씩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소성리에서 두 번에 걸쳐 사드포대가 배치될 때 약8천명에서 1만명의 경찰력이 투입되어 사드배치 저지를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두 번의 배치작전, 정권은 달랐지만 폭력은 그대로였다. 예전의 강정에서처럼 국가는 현장의 사람들에게 몸에도 마음에도 상처를 남겼다. 지난 9월 사드 한 개포대의 배치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배치가 이미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주는 사드 장비의 철거를 위해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우리가 갔던 5월 말의 성주는 4월 26일 사드 반입시도와 이에 따라 시민들이 모여들었던 연휴의 시민캠핑촌을 지나, 일상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판도라탐사대는 이석주 이장님과 강현욱 대변인님을 만나 사드반대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소성리를 걷고, 유류검문단에 동참하며, 일상의 연대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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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탐사대 성주 소성리 간담회 5월 26일, 성주소성리 이장님과 강현욱 대변인님이 성주를 방문한 판도라탐사대와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 청년초록네트워크


박근혜 정권에서 시작된 사드를 문재인 정권이 완성했다. 소성리 마을에서 주민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싸우고 있지만 여론은 멈추기를 바라는 듯 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70퍼센트에 달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고 박근혜 정권의 적폐였던 사드는 어느새 한반도를 핵으로부터 지키는 방어수단으로 바뀌었다.

사드포대의 배치장소로 확정된 곳은 성주 롯데 골프장이다. 인근 주민들은 당장 무기의 소음과 전자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사드기지로 가는 길목인 성주 소성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7월 13일, '성주가 사드배치 최적의 부지'라는 이야기가 처음 돌았고, 15일,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와 한민규 국방부장관이 왔다. 7월 15일, '도저히 사드가 들어오면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한 사람 성주군청 앞에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그 촛불이 수백, 수천이 되어 사드를 반대하는 촛불이 매일매일 열렸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니 내분도 생겼고, 군청이나 공무원들의 방해공작도 있었지만, 시민들은 끝까지 촛불에 남았다. 촛불이 시작된지 300일이 넘었던 5월에도 지역 주민들은 아무리 바빠도 200명씩은 계속 촛불에 참가했다. 거듭된 촛불집회를 통해 성주 군민들은 '민주주의'를 배웠다. 자발적으로 의견을 내고, 세상을 바뀔 수 있다고 믿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집회 하나를 하더라도 논의하고 생활의 민주주의를 이루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2017년 대선에서는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86.5%에서 30%나 절감이 되었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보수적인 교육으로 세뇌되어왔던 지역에서는 놀라운 결과다. 기존의 삶의 틀이 외부의 정보를 통해 깨진 것이다.

처음에는 성주 사드배치 반대였다. 그러나 촛불집회로 사드를 알게 될수록 '한반도 사드배치'라는 구호를 외치게 되었다. 성주 주민들은 '겪고 나니 알겠다'고 했다. 밀양에서, 강정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성주로 연대를 하러 왔다. "공권력에 이렇게 당하고, 이런 아픔을 겪고 있구나"라는 것들을 성주 주민들도 체감하게 되었다. 보수적인 지역문화 때문에 왜곡하여 인식하고 있던 것을 바꾸었다. 늦게 와서 미안하고, 이제와서 죄송하다며, 성주 주민들은 지역을 넘어선 연대를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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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성주에서, 판도라탐사대 ⓒ 청년초록네트워크


사드는 전쟁을 막지 못한다

9월16일 소성리에서는 '5차 범국민 평화행동'이 열렸다. 6일과 7일에 사드포대가 배치완료 된 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집회였다. 사드 장비가 폭력과 함께 반입되고 나서 소성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집회에서 소성리 부녀회장님과 이장님은 무대에 올라 "사드가 뽑혀 나갈 때까지 싸우겠다. 우리의 손을 잡아달라""문재인 정부 5년간 싸운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사드 철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농민인 시골마을의 주민들은 사드와, 국가의 폭력에 맞서며 그렇게 전사가 되었다 아니 전사로 만들어졌다.

사드 장비가 폭력과 함께 두 차례 반입 될 때마다 소성리 마을의 풍경이 바뀌었다. 주민들은 사드 반입을 막아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국가의 폭력 앞에서는 힘없는 국민에 불과했다. 특히 두 번째 반입에는 눈에 띌 정도로 변해 있었다. 마을회관 앞 천막이 사라지고 도로 위 돌탑이 무너졌다. 도로 한 켠에서 돌탑이 무너져 흐트러져 있는 돌무더기들은 사드가 반입된 후 분노와 허탈감이 공존했을 주민들의 심정을 자신의 무너져 흐트러져 있는 모습으로 대신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았다.

사드는 공격을 막기 위한 무기다. 전쟁은 막아주지 못한다. 오히려 사드로 인해 시골마을이 전쟁터가 되었다. 사드로 전쟁터가 된 마을은 아무도 지켜주지 못했다. 사드는 소성리에 배치되었지만 전쟁은 소성리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사드는 전쟁만을 불러올 뿐이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사드도 미사일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평화만큼 우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무기는 없다. 한반도에는 전쟁이 아닌 웃음소리와 평화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판도라탐사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이라는 ‘판도라’를 함께 들여보고, 핵산업에 맞서 대안을 찾는 프로젝트입니다.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탈핵운동지역을 돌아본 도시 청년들의 경험을 글과 만화로 엮었습니다.
#탈핵 #반전평화 #핵무기 #판도라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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