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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도 반긴 최승호 MBC사장 첫 출근, 그가 보인 파격들

임원 전용 승강기 대신 직원용 승강기 이용... 직원 모두에게 활짝 열린 사장실

17.12.08 12:00최종업데이트17.12.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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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직 5년만에 복귀한 최승호 MBC 신임 사장 최승호 MBC 신임 사장(왼쪽)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 첫 출근하며 김연국 노조위원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 박수 받으며 첫 출근하는 최승호 MBC 신임 사장 최승호 MBC 신임 사장(왼쪽)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 첫 출근하자, 구성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하고 있다. ⓒ 유성호


"저도 아직 14층(사장실이 있는 곳)을 잘 모릅니다. (상암) MBC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까. 이야기 들어보니 저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곳 같던데. 하하하. 약간 겁나는 마음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올라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

8일 오전, 최승호 MBC 사장의 첫 출근길. 신임 사장은 MBC 구성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최 사장은 잘못된 권위와 불통의 상징이던 임원용 엘리베이터가 아닌 일반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했고, 김재철 사장 이후 신임 사장의 첫 출근길마다 '출근 저지 투쟁'으로 맞섰던 노조는 박수로 신임 사장을 맞이했다. 필연적으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노-사지만, 이날만큼은 "지난 9년간 방송장악의 역사를 청산하고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뜻에 의기투합했다.

웃으며 회사에 들어선 최승호 사장과 최 사장을 맞이한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감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최 사장은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긴 세월 변함없이 싸우느라 애썼다. 여러분 가슴에 품은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 하겠다"며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김연국 본부장은 "해직자로서 5년 동안 함께 싸워준 최승호 선배가 사장이 됐다. 이제 우리 구성원들이 시청자만 바라보고 공영방송의 본산으로서,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부탁했다. 

신임 사장의 첫 업무는 '해고자 즉각 복직' 


▲ MBC 해직자 복직 노사 합의문 발표에 환호하는 직원들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 첫 출근한 자리에서 첫 업무로 후보시절 노조와 약속한 MBC해직자 즉각 복직 내용을 담은 노사 합의문을 발표하자, 구성원들이 박수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 MBC 해직자 복직 노사 합의문 발표에 환호하는 직원들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 첫 출근한 자리에서 첫 업무로 후보시절 노조와 약속한 MBC해직자 즉각 복직 내용을 담은 노사 합의문을 발표하자, 구성원들이 박수치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최승호 사장의 MBC 사장으로서의 첫 업무는 김연국 본부장과 해고자들의 즉각 복직 내용이 담긴 노사 합의문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이는 사장 후보자 최종 3인이 확정된 직후 노조가 제안하고, 후보자 3인이 모두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김연국 본부장은 "오늘 이 자리는 5년 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진행된 170일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해직자 6분의 복직을 선언하는 자리다. 이용마 선배의 쾌유를 기원한다"라면서 합의문을 읽기 시작했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해고를 무효로 하고, 2017년 12월 8일 자로 전원 복귀시킨다." 최 사장이 자신의 이름이 포함된 해고 무효 선언문을 읽자, MBC 로비에 모인 300여 명의 조합원은 박수로 환영했다. 지난 5년간 MBC 구성원들 마음에 놓여있던 무거운 짐을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의도 MBC 시절 해직돼 상암 MBC 사옥에는 출입조차 할 수 없었던 '해직 언론인 최승호 PD'는 지난 파업 기간, 'MBC 프리덤'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상암 MBC 로비를 이렇게 마음대로 돌아다닌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해직자에게 굳게 닫혀 있던 출입문이 열린 이날, 최승호 사장은 김연국 본부장의 안내를 받아 14층 사장실로 이동했다.

1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또 하나의 출입문이 등장했다. 징계위원회 등에 회부되는 일이 아니고서는 일반 직원들에게 열리는 법이 없던 문이었지만, 이날은 모든 직원에게 활짝 열렸다. 직원들과 함께 사장실에 처음 들어선 최 사장은 사장실을 둘러본 뒤, "혼자 오면 마음이 약간 겁났을 텐데, 함께 들어와 주신 덕분에 따뜻한 마음으로 왔다"고 인사했다.

직원 모두에게 활짝 열린 사장실... "단절과 소외 상징 철폐할 것"

▲ 손 잡고 MBC 둘러보는 최승호-김연국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 첫 출근한 자리에서 첫 업무로 후보시절 노조와 약속한 MBC해직자 즉각 복직 내용을 담은 노사 합의문을 발표한 뒤 김연국 노조위원장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성호


▲ 임원용 아닌 직원용 엘리베이터 이용한 최승호 MBC 신임 사장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 첫 출근해 임원용 엘리베이터가 아닌 일반 직원용 엘리베이터에 김연국 노조위원장과 함께 올라타 구성원들과 같이 올라가자고 손짓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MBC 사장실에서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최승호 신임 사장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사장실에 첫 출근해 구성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최승호 사장은 14층을 둘러본 뒤 "구성원들과 올라오니 너무 좋다. 하지만 사장으로서는 당장 MBC를 살려야 하는 책임감과, 그간 국민들을 실망시켜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마음이 든다"며 부담감을 털어놨다. 노사 합의문 낭독 이후 "온갖 단절과 소외의 상징들을 철폐하겠다"던 최 사장은 "앞으로는 내가 먼저 직원들을 찾아 직접 이야기도 듣고, 인사를 통해 조직 리더들을 세우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겠다. 또, 내가 직접 나서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나서서 내부 소통을 늘리겠다"고 이야기했다.

최승호 사장은 "지금은 사장 말고 아무도 없는 상태"라면서, "우선은 인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하고, 그 뒤에는 구성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재미난 시간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승호 사장이 첫 업무로 MBC 해직자 6인의 즉각 복직을 지시함에 따라,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해직 달력도 드디어 멈추게 됐다. 이들은 오는 11일 첫 출근할 예정이며 노조 측은 5년 만에 회사로 돌아오는 동료들을 위해 환영 행사를 준비 중이다. 이용마 기자의 참석 여부는 당일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승호 첫 출근 MBC 해고자 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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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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