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개선하려다 제 마음이 개선됐어요"

[2017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10] 마을개선 분과, 비산3동 개선을 논의하다

등록 2017.12.01 09:57수정 2017.12.0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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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은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며 2014년부터 해마다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열어 왔습니다. '생명의 교육, 길을 찾아서'(2014년), '나로부터 행하는 교육, 공적 글쓰기'(2015년), '생명의 교육, 역사 위에 서다'(2016년)를 거쳐, 올해는 '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2017교육문화연구학교는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 마을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소망을 담아 진행됩니다. 기간은 10월 13일부터 12월 29일까지입니다. 비산동 마을 관련 6가지 주제(△마을개선, △마을허브공간, △언론출판, △농사준비, △재개발연구, △문화사업)에 대해 총화와 팀별 세미나, 다양한 실천활동 등으로 진행해 갑니다. - 기자 말

김주열 씨(왼쪽)와 내지선 씨(오른쪽) ⓒ 새들생명울배움터


"아이들과 집 근처 놀이터에 가는 것이 꺼려져요. 유해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는 우레탄이 바닥재라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실제로 여름엔 '타는 냄새'가 나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만든 놀이터가 위험한 곳일 수 있다는 것,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내지선(36) 씨는 7살,  4살 아이를 둔 엄마다. 두 아이는 미끄럼틀과 그네를 좋아한다. 그래서 놀이터에 가곤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씨의 마음이 편하진 않다.  

지난해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후 전국의 학교에서 우레탄 교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인근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남편 김주열(40) 씨는 우레탄 바닥재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자 학교에서 난리가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연히 동네 놀이터 우레탄 바닥재에 대한 검사와 조치가 이어질 줄 알았다고 한다. 김 씨의 두 아이가 이용하는 비산3동 인근 놀이터는 여전히 우레탄 바닥이다.

관련 내용을 시청에 문의했다. 2년마다 유해물질 검사를 하고 있고, 비산3동 인근 놀이터는 올해 5월 검사 결과 유해물질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의 우레탄은 학교 운동장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게 시청의 설명이다. 한편으로는 안전하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보다 안전한 놀이터가 되기를 김 씨는 바랐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안전에 더 민감한 편이에요. 인근 놀이터 우레탄에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부모들이 더 안심할 수 있도록 시청에서 유해물질에 대한 검사 내용과 초과 기준 수치를 보다 투명하게 알려 주면 좋겠어요. 홈페이지를 통해 기준치를 공지하고, 놀이터에도 팻말을 세워 관련 내용을 게시해 주면 어떨까요."


내지선 씨와 김주열 씨는 2011년 11월 비산3동으로 이사를 왔다. 이곳에서 만 6년을 살았다. 그러나 이들이 처음부터 마을 사정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아니다. 비산3동에 대한 내 씨의 마음은 이렇게 변해 왔다.

"처음 비산3동은 낯선 공간이었어요. 초등학생 이후 아파트 단지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살면서 유년시절의 정서가 살아나더라고요. 땅에 그림 그리고 땅따먹기하던 시절이 생각났어요. 자연스럽게 그 시절 같이 놀던 친구들, 엄해서 무섭기만 했던 동네 할아버지, 자상하던 아주머니들도 생각났어요. 비산3동은 유년시절의 정서를 회복시켜 준 고마운 곳이에요. 빚을 진 마음이 있어요. 비산3동이 아름다운 마을로 잘 남았으면 좋겠어요"  

비산3동은 관악산 남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대부분이 산지인지라 오르막·내리막길을 따라 주로 주택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고 있다. 구석구석 오래된 아름드리 나무가 심겨져 있다. 또한 오랜 시간 비산3동에서 살아온 노인들이 해가 질 무렵 마을 평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웃 간의 관계가 살아있는 곳이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 내 구절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 떠오르기도 한다.

11월 24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에서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2017교육문화연구학교 - 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 일곱 번째 모임이 열렸다. ⓒ 세들새명울배움터 경당


11월 24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에서 열린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2017교육문화연구학교 - 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 일곱 번째 모임에서 김주열 씨와 내지선 씨가 발언하고 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내 씨와 김 씨는 비산3동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에서 진행하는 '2017교육문화학교-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에 참석하고 있다. 내 씨와 김 씨는 마을을 개선하고 싶은 10명가량의 비산3동 주민과 함께 '마을개선 분과'로 활동하고 있다.

분과는 지난 11월 24일에 10개가량의 마을개선리스트를 만들었다. 놀이터 우레탄 바닥재 문제뿐 아니라 잘 정비되지 않은 인도, 무단으로 버려지는 쓰레기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수원 지동벽화마을 예로 들며 마을의 어둡고 지저분한 벽에 그림을 그려 거리를 보다 밝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란 의견도 나왔다. (관련 기사 : '순댓국 못먹던 그녀, 무엇이 그를 바꾸었을까')  

김 씨는 가다가 뚝 끊겨 버리는 한 인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인도가 가다가 뚝 끊기는 구간이 있다는 설명이다. 길 건너편에는 인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 건너가려고 살펴보니, 횡단보도도 없다. 주위를 살펴 건너가면 인도 턱이 너무 높다.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면 유모차를 인도에 올려 놓기 위해 힘을 많이 써야 한다. 김 씨는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훨씬 안전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를 고쳐 마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러면서 김 씨는 마을개선을 위해 11월 17일 분과원들과 함께 마을을 둘러봤던 날을 떠올렸다. 마을 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날이다. 하지만 김 씨는 마을에 대한 애정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항상 다니던 길로만 다니니깐 안 가 본 골목이 많더라고요.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는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우리 마을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왜 이런 것을 몰랐을까. 마을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구나란 반성과 함께 마을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기더라고요. 마을개선을 하면서 오히려 내 마음을 개선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 씨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런 마음이 생길 줄 몰랐어요. 놀라워요. 마을개선을 위해 고민하면서 스스로가 개선되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관계와 마을에 대한 애정이 회복된다고 해야 할까요."

내 씨는 처음에는 소중한 비산3동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보도블럭, 인도가 바뀌는 것이 다가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 사람들은 마을이 개선됐다는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모를 수도 있다. 내 씨는 마을을 가꾸어 가며 스스로가 변한 것에 의미를 뒀다. 이전에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는 이웃에게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그게 너무나도 당연했다. 하지만 마을을 개선하고자 하면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됐다. 나에게만 향하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웃,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게 됐다. 단절된 문화에 익숙했던 내 씨가 연결, 소통의 마음을 회복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내 씨는 마을허브공간 조성에도 힘을 쏟았다. 공간의 이름은 '울'이다. 울은 '울타리, 우리'의 준말이며, '울림'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함께 비산3동 마을 안에서 신명나는 울림을 울려 가자는 뜻이다.(관련기사 : '울'에서 울리는 만남의 바람) 내 씨는 김 씨와 함께 11월11일 울 개장식에서 부활의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신에게 회복된 만남과 소통의 마음이 더 많은 이웃들에게 흘러가기를 바랐다.

"저는 이번 2017교육문화연구학교에 참석하면서 제가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많은 것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마을개선은 회복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곳곳에서 만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사람이에요."

김주열 씨와 내지선 씨가 지난 11월11일 열린 마을허브공간 '울' 개장식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이처럼 2017교육문화연구학교는 비산3동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마을개선, 마을허브공간, 언론출판, 농사준비, 재개발연구, 문화사업 등 6개 주제로 분과가 진행되면서 각기 다른 특성을 담아 마을의 회복을 꿈꾸고 있다.

이들 6개 분과는 오는 12월 1일 이제까지 논의해 온 내용을 발표한다. 이 시간을 통해 바꾸어야 할 것은 바꾸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할 계획이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은 매주 계속되는 모임과 활동 등을 기사로 전한다.  

11월 24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에서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2017교육문화연구학교 - 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 일곱 번째 모임이 열렸다. 사진은 언론출판분과. ⓒ 새들새명울배움터 경당


11월 24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에서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2017교육문화연구학교 - 생명의 교육, 생명의 마을' 일곱 번째 모임이 열렸다. 사진은 문화사업분과.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덧붙이는 글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카페 바로가기(http://cafe.daum.net/kyungdang) 새들생명울배움터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https://www.facebook.com/saedeullifef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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