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사장 출마 선언' 최승호 "MBC 재건 책무 외면할 수 없었다"

[스팟인터뷰] MBC 해직자 최승호 PD

17.11.20 16:50최종업데이트17.11.20 16:55
원고료로 응원

▲ 'MB정부 방송장악' 피해자 조사받는 최승호 PD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26일 오전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 권우성


MBC 해직자인 최승호 PD가 20일 MBC 사장 출마를 선언했다.

최승호 PD는 20일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를 통해 사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최 PD는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이 시작된 이후, 김장겸 전 사장이 물러나면 선임될 새 사장의 유력후보로 거론돼 왔다.

최 PD는 같은 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장 출마 사실을 인정하며 "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온 사람은 아니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뭘 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은 늘 하며 살았다"면서 "주변의 여러 권유도 있었지만, MBC 재건에 대한 책무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했다"며 출마 결심 이유를 설명했다.

최 PD는 "지금 MBC에는 새 리더십에 대한 갈망과 기대가 크다"면서 "해직자이자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MBC 문제에 관심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PD는 최근 영화 <공범자들>을 통해 지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과정과 실상을 낱낱이 고발해 시민들에게 언론 정상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해직자가 사장이 되어 돌아온다는 건 그 자체로 큰 의미와 상징성을 지닌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누구보다 큰 핍박을 당한 당사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공적인 의미의 적폐 청산도, 사적 복수라는 꼬투리에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승호 PD는 "우리가 할 청산작업은 과거 공범자들이 행한 보복과 차별, 배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청산작업은 "사적인 복수가 아니라, MBC 재건을 위해 필요 충분한, 최소한의 작업이 될 것"이라면서, "친일 청산 제대로 못 한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까지 MBC 안에서 벌어진 많은 일을 모두 기록하고 응분의 책임을 묻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은 지극히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될 것이고, 그건 해직자가 사장이 된다 해도 더 특별하거나 심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MBC, 국민의 이익 생각하는 방송 되어야"

과거 PD수첩 제작진인 최승호 해직 PD ⓒ 유성호

지금 MBC에는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여기에는 지난 9년간 무너진 MBC를 바로 세우면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다른 문제들도 있다. 최근 달라진 언론 지형으로 인해 달라진 지상파 방송의 위상과 존재감 등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최 PD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MBC의 위상이나 가치는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다매체·다채널 정보통신 시대에,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공익을 추구하는 공영방송의 가치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봤다.

최 PD는 "과거 우리에게는 '최고의 방송사다, 시청률이 잘 나온다,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는 방송사다'라는 이미지는 있었다. 하지만 국민을 중심으로 두는 공영방송의 기능은 충실하지 못했다"라고 자조했다. 그러면서 "다시 태어날 MBC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을 중심에 두고, 오로지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 MBC를 국민이 자랑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공공재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 PD는 이런 바탕에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최승호 PD는 1986년 MBC에 시사교양 PD로 입사해 <경찰청 사람들>< MBC 스페셜>< PD수첩> 등을 연출했다. 한학수 PD가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을 취재할 당시 < PD수첩>의 책임 연출자였다. 2010년 <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만들어 한국PD대상, 한국방송대상, 송건호언론상, 안종필언론상 등을 받았지만 2012년 공정방송 파업 과정에서 해고됐다. 이후 독립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의 앵커 겸 PD로 활동하며, 국가정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 <공범자들>을 만들었다.

한편 MBC 사장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이번 MBC 사장 선임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를 감안, 비공개로 진행되던 면접 과정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그간 방문진 이사들 앞에서 진행되던 정책 설명 프레젠테이션을 오는 12월 1일,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고 MBC 홈페이지(www.imbc.com)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할 예정이다.

직접 방청을 원하는 사람은 방청권도 교부받아 참석할 수 있으며 방문진 홈페이지 등에 질문을 올리는 방법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5일까지 방문진 홈페이지 등에 MBC 사장 출마자들에 대한 질문을 올리면, 이를 취합해 7일 최종 면접에서 방문진 이사들이 대신 질의할 예정이다. 20일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사장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자는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과 최승호 전 MBC PD 두 명이다. 

최승호 PD는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과 공범자들의 실체를 다룬 기록영화 <공범자들>을 만들었다. ⓒ 이정민



최승호 MBC 공범자들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