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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에 팔아넘긴 피타입"... 던말릭이 시작한 디스전이 흥미롭다

던말릭의 'Old wave', 연말 디스전의 도화선? 딥플로우 등도 반박

17.11.11 17:26최종업데이트17.11.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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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테이프 'old wave'를 발표한 던말릭 ⓒ 데이즈얼라이브


'디스(Disrespect)'는 힙합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단어다. 투팍과 노터리어스 비아이지, 나스와 제이지의 대결은 물론, 켄드릭 라마가 불을 붙인 'Control' 등 힙합 역사를 장식한 많은 랩 배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랩퍼들 사이의 디스는 어느덧 일반 대중들에게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센스와 개코, 사이먼디와 스윙스처럼 서로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버벌진트를 디스한 산이 같은 경우도 있다. '디스'는 저마다에게 호오가 갈릴 수 있지만, 랩퍼들이 자신의 기량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디스 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랩퍼의 경우, 그 평판이 크게 추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 던말릭이 디스곡 'oldwave'를 발표했다. 1996년 생인 던말릭은 제리케이가 이끌고 있는 데이즈얼라이브뮤직 소속 랩퍼다. 아직 대중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슬릭과 함께 <마이크 스웨거 시즌2>에 출연했고, 작년에 발표한 < Tribeast >로 한국 대중음악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평단과 팬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뮤지션이다.

오디션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되뇌면서 노래가 시작된다. 'old wave'에서 그는 엠넷 < 쇼미 더 머니 >로 상징되는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 속에서 행동하는 래퍼들에 대한 환멸을 드러낸다. 그의 디스 대상은 한두 명에 그치지 않는다. 프리스타일의 강자인 서출구를 '프리스타일 빼고는 능력 없는 용의 꼬리'라고 일컬었며, 힙합 플레이야 '몽구스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지구인(리듬파워)을 '본업이나 잘하라'며 조롱하기도 한다. 심지어 힙합신의 베테랑 피타입에게는 '거리의 시를 써 놓고 CJ에게 팔아넘겼다'고 했다. (여기서 '거리의 시'는 피타입의 앨범인 < Street Poetry >, 그리고 피타입이 지켜오던 언더그라운드 정신을 의미한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비스메이저 크루(VMC) 역시 던말릭의 디스 대상이었다. VMC는 명반으로 인정받은 딥플로우의 < 양화 >, 그리고 넉살의 활약으로 성공 궤도에 올라있는 레이블이다. 던말릭은 이 곡에서 "vmc는 언더그라운드인 척 그만해"라고 외친다. '영혼을 팔지 않는다고 외치던 랩퍼가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던말릭은 VMC 대부분의 뮤지션들과 에이전시 '스톤쉽'에서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에 이 공격은 더욱 흥미롭다. 노래가 끝나고, 넉살의 '팔지 않아', 딥플로우의 '잘 어울려'가 잠시 흘러나온다는 점에서 그의 '화'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곡에서 던말릭은 단순히 다른 랩퍼들을 디스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스디스 오케이션 비프리 빈지노 이센스. 이름 한번 봐라. 말하자면 후달린 거잖아? 니넨' 이라는 대목에서 다른 랩퍼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서 언급된 다섯 명의 랩퍼는 쇼미더머니에 참가하지 않았거나, 대중성과 타협하지 않았다고 평가받는 랩퍼들이다.)

10일 새벽, VMC의 수장인 딥플로우가 '신관예우'를 발표하면서 던말릭의 공격에 랩으로 맞받아쳤다. "애벌레가 감히 나비인 척 더듬이를 뽐내", "랩 듣고 나니 난 한숨 쉬었어, 돈 주고 배운 랩에 라임이 없는 건 선생 탓?" 등, 칼날을 세운 가사에 많은 힙합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던말릭 역시 빠르게 'Deep Talk'을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이제 단순한 해프닝의 수준을 벗어났다. 올해 한국 힙합을 결산할 때 빼놓을 수 없을 디스전이 시작되었다.


던말릭 VMC 넉살 딥플로우 서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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