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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장악한 '공범자들'에게 전범 재판 소개합니다

[리뷰] 영화 <공범자들> 뉘른베르크 재판의 교훈과 보수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의 진실

17.11.09 12:07최종업데이트17.11.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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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엣나인필름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지난 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에 대한 의혹이 나날이 커지는 중에 이뤄진 김재철 전 사장의 검찰 조사는 검찰이 수사망을 점점 더 좁혀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계획과 지시를 한 사람뿐 아니라 범죄를 실제 이행한 이들에 대해서도 단죄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면이었다.

뉘른베르크의 다른 재판들을 아시나요?

이명박 정부 시절 MBC 사장이었던 김재철 전 사장이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본 후 생각난 것은 뉘른베르크 재판이었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치러진 전범에 대한 재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재판에서 이루어진 소위 '1급 전범'들에 대한 재판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뉘른베르크에서는 총 12번의 재판이 열렸다.

첫 번째 재판에서는 독일군의 핵심 인물들이 재판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연이어 치러진 나머지 재판에서는 핵심인물은 아니지만 나치의 밑에서 실질적인 수행원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재판을 받았다. 의사, 판사, 자본가 등이 재판장에 불려왔고, 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 주장했지만 과거의 일은 그들을 감옥으로 이끌었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무죄판결을 받기도 했지만, 다수의 인물이 과거의 행동으로 인한 벌을 피하지 못했다. 의사 재판의 피의자들은 의사로서 정부가 행하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전쟁포로들을 이용해 화학무기의 위험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장치였다. 의사들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 주장할 지 몰라도 그들은 분명 범죄를 보고도 어떠한 저항도 없이 이를 행했다.

다른 재판에서 다루어진 판사들과 자본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 말하지만 이는 나치의 전쟁범죄의 일부일 뿐이었다. 이들 역시 판사로서 판결을 하고, 무기를 제조하여 군에 납품했을 뿐이지만 그 판결로 인해 많은 사람이 학살 당했고, 그 무기들로 인해 나치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공범자들> 이제는 피할 수 없다
 

ⓒ (주)엣나인필름


다시 김재철 사장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김재철 전 사장은 올해 8월 개봉한 영화 <공범자들>에 출연했다. 김재철 전 사장뿐만 아니라 MBC 김장겸 사장, KBS 고대영 사장도 출연했다. 물론 그들의 의지로 출연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승호 PD의 인터뷰를 피하고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던 그들의 모습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떳떳함마저 느끼게 해줬다.

<공범자들>은 과거 보수정권이 언론을 어떻게 탄압했고 어떤 식으로 방송에 영향을 끼쳐 왔는지를 기록했다. 지난 9년간 MBC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이유와 KBS가 더 이상 특종을 보도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보여줬고, 공영방송이 힘을 잃게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 보여줬다. 그간 공영방송에 대해 불신을 넘어 분노를 느끼던 국민에게 <공범자들>은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이 <공범자들>에 출연했던 공영방송 사장들 역시 정권의 방송장악을 수행한 인물들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재직하며 공영방송의 퇴보를 이끌었다. 정권에 가까운 인물이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나타났고, 이들은 자연스레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나 논란이 될 만한 사건은 보도하지 않았다. 정권이 교대된 이후에는 대통령에 대한 홍보채널처럼 변해 언론의 역할인 정부에 대한 '감시견'에서 정부의 '애완견'이 되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정부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장들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거 정권에서 공영방송의 사장을 맡았다는 것만이 아니다. 석연찮은 의혹을 달고 있다는 것도 같다. 회사의 직원들이 쫓아내기 위해 파업을 벌인다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검찰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는 일까지 같을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검찰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더 이상 과거의 잘못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공범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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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년간 공영방송은 철저히 통제됐고 망가졌다. 전 국민이 주목하던 MBC <PD수첩>은 '광우병 보도' 이후 힘을 잃었고, MBC의 간판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던 < 100분 토론>은 손석희 앵커의 하차와 함께 더 이상 사회적 이슈 주제를 다루지 못했다. KBS의 시사프로그램들은 줄줄이 폐지되었고, <9시 뉴스>의 메인에서 다루어져야 할 특종은 보도되지 못했다.

방송은 그렇게 통제됐다. 그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하며 자신들의 역할을 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가 원하는 방송들과 뉴스만을 내보냈다. 단지 야당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연예인을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려 했고, 사측의 방침에 반대하는 사원은 부당한 해고를 당하거나 자신의 역할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재능을 썩혀야 했다.

나는 그들에게 뉘른베르크의 재판을 소개하고 싶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뉘른베르크에서는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사람을 죽인 '1급 전범'들만이 아니라 그들이 그런 반인륜적 행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이들도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우리도 국민을 속이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국가를 조종하려했던 이들만이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정권을 유지하고, 국민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게 한 이들도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공범자들>의 주인공인 그들에게 꼭 묻고 싶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아시나요? 그들이 왜 처벌 받았는지 알고 계신가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동준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easteminence의 초저녁의 스포일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범자들 김재철 김장겸 고대영 뉘른베르크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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