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서울-평양 공동 세계유산 등재 추진 계획 있다"

[현장] '평양살림 심포지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려

등록 2017.11.03 10:07수정 2017.11.0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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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일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신상미


"새 정부는 남북관계의 복원을 강력히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복원과 진전이 있을 거다. 평양과 서울의 관계 개선을 위해 시로선 계획을 많이 세워뒀는데, 중앙정부 간의 관계가 먼저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접촉이 가능해지면 (10대) 플랜 안에 역사, 환경, 전기·가스 공급, 상하수도 설치 등 여러 가지 도시적 과제가 들어 있다.

평양도 동의할 가능성이 큰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경편전(남북축구대회), 오케스트라 협연 등 비정치적 제안도 들어 있다. 청와대도 시의 이런 제안이 초기에 남북관계를 여는 데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유라시아 철도와의 연결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서울이 종착역이자 시발역이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남북교류에 대한 의지와 구상을 밝혔다. 1일 오후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평양살림 심포지엄'에 참석한 박 시장은 "10개 분야에 걸쳐 두 시가 함께할 계획을 다 세워놨다"며 "한양도성과 평양성 같은 공동의 역사 유적을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계획도 있다"고 밝히면서 이와 같이 피력했다.

앞서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가 "두 도시가 동시에 국가 차원이 아닌 '도시' 차원에서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선언하고 협력한다면 평화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제안한 데 따른 답변이다. 안 교수는 또 "서울과 평양을 넘어 비무장지대(DMZ)의 세계유산 등재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데 두 시장이 앞장서 주시길 제안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박 시장은 국내외 건축가들의 초대로 '시장에게 보내는 편지' 세션에 참석해 서울과 평양, 두 도시 차원에서의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그는 "나중에 우리가 통일되거나 교류가 활발해지면 서울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평양에선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평양은 도농복합지구인데, 농촌지구를 잘 보존해야 한다. 내가 50년 전에 시장을 했다면 서울 시내 논을 그대로 보존했을 것"이라고 통일 후 평양시의 도시계획을 원형대로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날 심포지엄의 발표에 따르면, 6·25전쟁 중 미군 폭격으로 평양 시가지가 거의 파괴되면서 전후에 러시아 유학을 다녀온 건축가 김정희가 도시계획을 설계했다고 한다. 여기에 구소련과 동유럽 기술자들이 건너와 전후 복구사업을 도우면서 현재 평양엔 1950년대 초에 지어진 동유럽풍의 건축물들이 잘 남아 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 구소련의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을 버리고 전통 '민족건축'이 대거 등장했다. 박 시장은 이러한 흐름에서 탄생한 건축물과 도시계획을 있는 그대로 잘 보존해야 한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을 체험하다' 좌담회의 패널로 참여한 탈북민 김일국(28)씨의 발언도 이어졌다. 김씨는 "남과 북이 교류협력을 하고 싶어도 서로 접촉하는 목적이 다르다"면서 "남한은 체제 유지에 대한 걱정 없이 협력하고 이윤도 추구하지만, 북한은 언제나 체제 유지가 목적이다. 현재로선 동상이몽이라고 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박 시장의 방안에 대해 찬성과 기대를 나타냈다.


김씨는 "북한에 대한 정보 부족이 오해와 편견으로 이어졌다"며 "현재 남한 시민들이 평양을 많이 찾진 못하지만 미리 평양을 이해하고 먼저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서울에서 북쪽으로 여러 교류가 뻗어 나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될 모임과 장소, 주최조직이 태어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김씨는 서울 정착 2년 차의 평양 출신 탈북민으로, 현재 사회적기업을 운영 중이다. 김정은 통치시대 젊은 행정실무자 출신으로, 북한에서 외국인과의 경제협력 업무를 담당했다.

탈북민으로 구성된 평양예술단이 지난 1일 평양살림 심포지엄 시작에 앞서 공연하고 있다. ⓒ 신상미


닉 보너 고려여행사 대표가 쓴 '서울과 평양시장에게 보내는 편지'도 낭독됐다. 그는 "서울과 평양이 쌍둥이 도시가 되어 평양시민의 서울 방문이 허락된다면 친환경적인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로 두 도시를 연결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같은 제안을 평양시 인민위원장(시장)에게 보내는 형식으로도 공개했다. 

닉 보너는 영국인으로, 그가 설립한 고려여행사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북한 전문 여행사다. 그는 "1993년 처음 북한을 방문한 이래로 평균 한 달에 한 번 정도 북한에 간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편지엔 친환경 도로로 두 도시를 이어 양쪽 시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교류할 것을 염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편지 낭독이 끝난 후 박원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일전에) 평양시 인민위원장을 만나고 싶어서 여러 노력을 했다. 그가 몽골 울란바토르에 온다고 해서 갔는데 안 왔더라. 울란바토르 시장에게 함께 말을 타고 평양을 거쳐 서울까지 가자고 했다. 몽골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친하다. 당시에 특사가 몇 번 왔다 갔다 했는데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앞으로 제안해서 실현됐으면 좋겠다."

박 시장은 또 "(보너의 편지는) 도시 혹은 서울에 대한 연애편지일 거다. 서울시는 보행 친화 도시, 자전거 도시를 선언했다"며 "곳곳에서 대중교통만 들어오고 개인 차는 제한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대신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시장은 "연말까지 약 2만 대의 공공바이크인 따릉이가 시 전역에 배치될 예정이다. 공공을 지향하면 시민은 따라오게 돼 있다"고도 피력했다. 

닉 보너는 이에 대해 "서울과 평양 사이에 뭔가 일어나는 것이 요원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계획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남북 도시 교류 외에도 친환경 공공건축, 지하 공간의 재발견, 건축 인허가 시 디자인 요소의 강화, 도시 소공원과 역광장 조성 등에 관한 국내외 건축가들의 다양한 제언을 담은 편지가 낭독됐다.

박 시장에게 보내는 국내외 건축가들의 편지는 오브제로 꾸며져 현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전시 중이다. '시장에게 쓰는 편지전(Letters to Mayor)'은 2014년 미국 뉴욕 스토어프런트의 기획 전시에서 따 온 것이다. 도시 환경 구축에서 건축가들의 역할과 책임을 되새기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이후 타이베이, 바르셀로나 등 전 세계 15개 도시에서 같은 이름으로 열렸다. 

덧붙이는 글 .
#박원순 #6.25 #평양 #교류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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