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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초반 제목은 가리봉잔혹사? 절절한 뒷이야기

[비하인드] '곽사장' 김구택에게 듣는 <범죄도시> "절실한 사람끼리 만났다"

17.10.13 14:41최종업데이트17.10.1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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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는 충무로에서 나름 실력을 쌓은 다양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미덕이 있다. ⓒ 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범죄도시>의 기세가 무섭다. 순제작비 150억 원의 대작 <남한산성>의 상승세를 누르고 최근 들어 관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50억 원. 예산으로만 치면 중급 규모의 상업영화다. 이야기와 캐릭터가 함께 잘 살아있다는 입소문이 결정적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로 보인다.

주연 마동석, 윤계상을 제외하고 영화에 나오는 여러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얼굴은 익숙하나 대중적 인지도로는 다소 낯선 실력파 배우들이라는 사실. 최귀화, 임형준, 진선규 같이 오랜 시간 내공을 다진 이들부터 허동원, 김성규, 박지환 등 개성 넘치는 이들도 보인다. 이들의 사연 하나하나를 듣고 싶었던 와중에 곽사장 역을 맡은 배우 김구택을 만났다. 포털사이트 기준 15번째로 이름이 올라있는 그다.

엉덩이로 버티다

극중 곽사장은 하얼빈 출신 신흥 조폭 장첸(윤계상)의 브로커로 그에게 주요 자금줄을 소개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금천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이 나름 잡고 있던 곳에 장첸이 발을 들이대며 질서가 흔들리고, 강력범죄가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그 동력을 곽사장이 제공한다.

많은 장면이 나오진 않지만 김구택은 특유의 연변 말투를 구사하며 이야기에 입체감을 더했다. 22년차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범죄도시>를 4년 전부터 준비하던 강윤성 감독과는 이미 아는 사이였고, 준비 단계부터 여러 차례 만나 영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영화 <범죄도시>에 출연한 배우 김구택. ⓒ 메가박스 플러스엠


"기획 초반 제목이 <가리봉 잔혹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영화 제작이 결정되기 전까지 40번쯤 고쳤다. 원래 영화 제작이란 게 그렇잖나. 강 감독님 자체도 15년 넘게 데뷔를 준비하던 분이었다. 그 고생을 그간 저도 봐왔는데 역시 엉덩이로 버티니까 된다는 걸 증명하셨다. 

감독님 자체가 그런 시절을 겪으니 캐스팅을 할 때 '절실한 배우들을 캐스팅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 영화에 투자가 되던 날 '마음 속 설움이 눈녹듯 녹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하시더라. 이제 마침 영화가 200만도 넘고 잘 되니 큰 분량에 참여한 배우는 아니지만 저 역시 기분이 좋다."

절실함을 느낀 자만이 상대의 절실함을 아는 법. 강 감독은 <범죄도시> 오디션을 위해 1200명이 넘는 배우들을 상대했다. 김구택은 "여름 내내 계속 오디션만 보시더라"며 "새 인물을 찾는 것에 집중한 것 같은데 그래서 현실감이 더 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연들 캐스팅 이후 조연, 단역들까지 거의 오디션으로 뽑은 걸로 알고 있다. 임형준 배우마저 오디션을 세 번 봤다더라. 경력이 오랜 배우지만 감독이 생각하던 이미지와 달라서 여러 차례 본 것 같다. 연출부들이 다들 캐스팅 과정이 되게 길었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촬영을 시작했는데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 제작비가 빠듯하니 딱 필요한 것만 찍더라. 그만큼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뜻이다. 컷을 낭비하지 않고, 의도한 대로 찍어갔다. 오히려 촬영감독님이 더 찍자고 할 정도였다. 보통 현장은 그 반대인데(웃음).

정말 큰 소리 한 번 안 난 현장이었다. 액션 장르임에도 누가 다쳐서 실려 갔다는 소리도 안 나왔다. 배우들이 사전에 충분히 숙지했다는 거지. 저 역시 윤계상과 합이 좋았다. 차 안에서 멱살을 잡히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로 끝내면 실감이 안날 것 같던 차에 계상이가 아이디어를 내더라. 유리창에 머리를 밀면 어떻겠냐고. 이걸 또 날 배려해서 살짝 민다고 했던데 그러지 말라고 했다. 맘 편히 해야 현실감 있게 나오니까 부담 없이 하라고 했지."

영화를 빛내는 주역들  

ⓒ 메가박스 플러스엠


이 지점에서 <범죄도시> 속 조연들이 주연을 빛내는 방식을 알 수 있다. 작은 장면 하나조차 허투루 하길 원하지 않았고, 서로 배려하며 끈끈한 장면을 만들어 갔던 것. 김구택은 "윤계상이 자기 욕심만 내는 게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충분한 사람이었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사실 이 영화 전까지 김구택은 약 2년 반 가까이 영화를 쉬어야 했다. <최종병기 활> <명량> <순수의 시대>에 출연하며 고른 활동을 보이다가 겪은 공백이었다. 그간 연기 학원을 운영하며 연극 무대와 드라마 등에 출연해 온 그는 "아무래도 영화를 쉬었으니 현장에 대한 절실함이 컸다"며 "감독님이 그걸 좋게 보신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범죄도시>에서 바로 그런 절실한 사람들끼리 만났다. 이렇게 하나씩 좋은 사례가 생기면 배우들 폭도 더 넓어지고 다양한 기회도 생길 것이다. 호화 스타들을 중심으로 드림 캐스팅을 하는 것도 물론 관객 분들 시선을 끌 수 있겠지만 신선함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도 많이 나와야지.

배우들은 선택받는 입장이다.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건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3년, 5년이면 모를까 15년, 20년 한 배우들이 버틴다는 건…. 이 일을 사랑하니까 하는 거다. 연기를 누군가가 등 떠밀어서 하진 않잖나. 학생들을 가르치며 현장에서 했던 경험이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뭔가 환기시키는 것도 있고. 결국 배우는 카메라 앞에 서고 무대에 설 때 배우가 되는 거니 요즘 들어 초심을 생각한다. 내가 어느 위치에 올랐나가 중여한 게 아니라 그 연기를 할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그걸 생각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할 것이다."

범죄도시 김구택 마동석 윤계상 조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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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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