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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한다더니 드라마는 하네? KBS-MBC 내부 들여다보니

[기획] 대거 결방 불구, 일부 프로그램 정상 방송... 내주부터 릴레이 결방 예고

17.10.11 17:39최종업데이트17.10.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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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3일 오후 6시]

지난 9월 4일 시작된 공영방송 양대 노조의 총파업이 한 달을 넘어섰다. 파업에 임하는 각 노조원들의 의지는 여전히 굳건하지만, 시청자들이 체감하는 두 방송사의 파업 열기는 조금 온도차가 있다. MBC가 파업 돌입 직후부터 대부분의 시사·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중단으로 '재방송' 등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과 달리, KBS의 경우 파업 초반 대거 결방 혹은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됐다가 현재는 일부 프로그램이 정상 방송을 시작했다.

▲ KBS 노조 총파업 “고대영은 물러나라” ⓒ 유성호


MBC노조 조합원들이 고영주 방송문화이사회 이사장과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추석파일럿] MBC 0, KBS 8... 그러나

두 방송사의 파업 온도차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추석 연휴다. 명절이면 각 방송사 예능국은 차기 편성권을 놓고 앞 다퉈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MBC는 고정 예능인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를 필두로,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을 파일럿으로 선보인 뒤 정규 편성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야말로 '명절 파일럿의 명가'였지만, 이번 추석에는 파업 여파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한 편도 내놓지 않았다. 기존 방송을 명절용으로 재편집한 스페셜 방송조차 없이 재방송 등으로 방송 시간을 채웠고, 2016년 4월 종영한 <해피타임-명작극장>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MBC <해피타임 - 명작극장> 네멋대로 해라 편 ⓒ MBC


하지만 KBS는 무려 8편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놨다. 각각 3편의 파일럿 예능을 내놓은 SBS와 tvN에 견주어도 엄청난 숫자다. 그러나 내놓은 프로그램들에는 호평보단 혹평이 많았다.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함께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1%의 우정>, 싱어송라이터의 음반 작업기를 들여다본 <건반 위의 하이에나>처럼 호평 받은 작품도 있었지만, <하룻밤만 재워줘> <줄을 서시오> <혼자 왔어요-썸 여행>은 JTBC <한 끼 줍쇼> <밤도깨비>, 채널A <하트시그널>을 표절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차라리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놓지 않았다면 '공영방송 파업 여파'라는 명분도 얻고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마음이라도 얻을 수 있었겠지만, KBS로서는 명분은커녕 실익도 얻지 못한 셈이다.

KBS 파일럿 <하룻밤만 재워줘> ⓒ KBS


[프로그램] MBC는 '무임금 노동'에 릴레이 결방, KBS는 PD 뜻대로

MBC < 20세기 소년소녀>가 파업 여파로 첫 방송이 2주 미뤄진 것을 제외하면, 양 방송사 모두 드라마는 차질 없이 방송되고 있다. 드라마는 외주 제작이 많고, 배우 스케줄과 외부 협력 업체와의 계약 등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파업과 뜻을 같이하더라도 방영을 멈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MBC의 170일 파업 당시에도 드라마는 파업 돌입 2개월여가 지난 뒤 <해를 품은 달>과 <무신>이 1주일 결방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분명 달라졌다. MBC의 경우에는 파업 돌입 이후 시작된 드라마가 <보그맘> < 20세기 소년소녀> 2편인데, <보그맘>의 경우 드라마 시작 전 필수 홍보 행사인 제작발표회를 생략했고, < 20세기 소년소녀>는 연출자인 이동윤 PD가 참석하지 않은 채로 상암동 MBC가 아닌 강남의 한 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MBC는 2015년 상암MBC로 완전히 이전한 뒤, 모든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상암MBC에서 열었다.

MBC 드라마 < 20세기 소년 소녀> ⓒ MBC


무엇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에는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월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보그맘> 선혜윤 PD나, < 20세기 소년소녀> 이동윤 PD는 파업 기간 중 노동을 하고 있지만, '무임금 노동'으로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파업 종료 후에도 해당 기간 노동 행위에 대해 임금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것은 물론, 사측이 해당 기간 임금을 입금할 시 노조의 투쟁기금으로 전액 적립하겠다는 내용에 합의한 뒤 업무에 복귀했다. 초과 근무와 밤샘 작업이 일상적인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일하고도, 파업 기간 이들의 보수는 '0원'이다.

KBS의 경우에는 일선 PD들 대부분이 파업과 뜻을 함께하고 있지만, 제작에는 참여하고 있다. 노조 측에서도 일선 PD들의 제작 거부를 강요할 수는 없어, PD들 개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있는 형편이다. <안녕하세요> <해피투게더> <해피선데이> 등의 프로그램은 한동안 재방송으로 대체됐지만, 지금은 정상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사기획 창> < KBS 스페셜> <추적60분> <역사저널 그날> <세계는 지금> <진품명품> 등 인기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유희열의 스케치북> <주간 연예수첩> <속 보이는 TV> 등의 예능 프로그램이 편성표에서 아예 '삭제' 됐고, <다큐 3일> 등 일부 프로그램은 재방송 등으로 대체됐다. 파업 전과 비교하면 대거 파행 상태지만, 시청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이 정상 방송을 시작하자 체감 온도가 떨어진 것이다. KBS 노조 측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MBC는 다음 주부터 드라마 PD들이 릴레이로 파업에 복귀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에 따라 드라마도 릴레이로 결방된다. 어떤 순서로 멈출지, 아직 정확한 스케줄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KBS 노조 역시 계속해서 PD들의 파업 참여를 독려하고 설득하겠다고 전했다.

MBC KBS 공영방송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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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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