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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매력 차고 넘친다, <범죄도시> 역주행은 당연

[권오윤의 더 리뷰 159] 괜찮은 각본과 배우들의 호연... 속편을 기대한다

17.10.12 15:08최종업데이트17.10.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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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한국 장르물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은 범죄나 사회악과 맞서 싸우는 액션물입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제시해 주는 완성도 높은 각본과 볼거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화려한 액션 장면이 이 장르의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범죄도시>는 그런 상승세를 잇는 영화입니다.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 마석도(마동석)는 가리봉동 조선족 밀집 지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역 폭력 조직 간의 다툼을 중재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큰 문제 없이 유지되던 지역의 질서는 홀연히 나타난 장첸(윤계상) 일행 때문에 완전히 흐트러집니다. 이들은 상식을 넘어서는 잔인함을 무기로 지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습니다. 이제 마석도와 동료 형사들은 장첸을 잡아넣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조폭과 형사의 만남, 뻔하지만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 장첸(윤계상)은 조선족 폭력 조직인 이스파 보스를 직접 처리한다. 윤계상은 이전까지의 이미지를 버리고 사이코패스 살인마에 가까운 장첸 역할을 멋지게 해낸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야기 자체는 크게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조선족 밀집 지역을 배경으로 90년대와 2000년대에 나왔던 조폭 액션물과 유머가 가미된 형사물을 잘 조합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이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도 없고, 억지스러운 로맨스가 펼쳐지지도 않습니다. 각자의 이권이나 직업의식 같은 현실적인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인물들의 대결이 펼쳐지기 때문에 어색하거나 작위적인 부분이 없는 편입니다.

선입견 없이 영화 설정에 맞는 배우들을 다채롭게 활용한 캐스팅은 이 영화의 큰 미덕 중 하나입니다. 윤계상에게 평소 이미지와 다른 지독한 성격의 악역을 맡긴 파격은 물론이고, 조 단역 캐스팅에서도 해당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리는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돋보입니다. 주로 악역을 많이 했던 최귀화가 허당 강력팀장을 연기한 것이나, 연기력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진선규가 장첸의 오른팔 위성락 역할로 존재감을 과시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마동석이 있습니다. 그가 연기한 마석도는 지난해 출연작인 <부산행>과 <굿바이 싱글> 같은 영화에서 보여 준 것처럼, 강력한 힘이나 뚝심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자상함을 갖춘 인물입니다. '마블리'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그의 존재감은 이번 영화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치밀하지는 않은 수사 과정의 약점을 덮어 주고, 수위 높은 폭력 장면이 만들어 낸 긴장감을 적절히 완화하면서 작품 전체의 완성도와 재미를 높여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마석도는 한국 영화에서 가장 성공한 형사물 중 하나인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보다 정감 가는 캐릭터로서, 그를 중심으로 속편을 만든다 하더라도 기본 이상의 재미는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한 점 메우려 한 노력, 보상 받았다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 마석도(마동석)은 엄청난 힘과 뚝심으로 무장한 금천서 강력팀 형사다. 마동석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린 독보적인 캐릭터로서 극을 이끈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한 편의 영화가 기획되는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워낙 큰 자본이 투입되는 작업이다 보니 위험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여 개성적인 시도를 하기보다는, 이미 흥행한 아이템이나 장르를 반복하려 하거나, 흥행 실적이 있는 배우나 스태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다고 해서 흥행에 성공하거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괜찮은 작품은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창의적으로 극복하려 노력할 때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조금만 편안해도 게을러지기 쉬운 존재이다 보니, 제작 여건이 좋으면 좋을수록 긴장이 풀리는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좋은 작품을 내놓는 배우나 감독들의 노력은 보통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일 겁니다.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재미있고 장르적 완성도도 높았던 영화를 고르라면 <조작된 도시>와 <불한당>을 꼽고 싶습니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장편 영화 경력이 많지 않은 감독과 관객 동원력에 물음표가 붙은 배우들이 함께했으며, 기존 한국 영화계의 관행적인 선입견을 뒤집는 신선한 시도를 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영화적 재미나 완성도만큼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범죄도시>는 이 영화들과 비슷하게 자신만의 길을 가면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았고, 관객들의 우호적인 반응까지 끌어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폭력배와 경찰의 대결이라는, 한국 영화에서 닳고 닳은 설정으로도 이런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제대로 된 장르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뭉친 배우와 스태프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한국 영화들이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영화 <범죄도시>의 포스터. 평균 이상의 각본과 마동석의 매력이 돋보이는 화끈한 액션물이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덧붙이는 글 권오윤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범죄도시 마동석 윤계상 강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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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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