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항소이유서 늦게 냈지만 항소심 정상 진행

서울고법 "심리할 필요성 있다고 판단"... 다음달 17일 첫 공판

등록 2017.09.26 14:22수정 2017.09.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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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항소심 준비기일이 열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김 전 실장의 변호인단은 '항소이유서'를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26일 김 전 실장의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공판 진행계획이나 앞으로 다룰 쟁점들을 정리하는 절차로 준비기일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파랑 줄무늬 환자복을 입은 김 전 실장은 구부정한 자세로 들어섰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출석했다"며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선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고 진술거부권을 고지했다. 김 전 실장은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재차 "피고인이 하는 얘기가 경우에 따라 불리하게 쓰일 수 있다"고 언급하자 김 전 실장은 짧게 "네"라고 대답했다. 

이날은 김 전 실장의 항소이유서 적법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1심에서 집중심리를 통해 쟁점이 어느 정도 정리가 돼 있는 상태다. 다른 복잡한 사건에 비해 쟁점 정리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며 "그럼에도 오늘 준비기일을 열게 된 것은 다른 피고인과 달리 항소이유서 적법성 여부가 논란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전 실장 측은 '최순실 특검법'에 따라 지난 8월 29일까지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30일 새벽에 제출하면서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르면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해야 하나 직권조사 사유가 있을 땐 재판부 직권으로 항소심을 진행할 수 있다.

특검 "적법하지 않다" vs. 변호인단 "심리할 사유 있어"

특검은 "김기춘은 적법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형사소송법에 의한 항소심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의 변호인단 이동명 변호사는 "형식적으로 정한 기한을 지키지 못한 건 명명백백하지만 항소이유서 제출이 늦었다고 해도 그것과 관련 없이 심리할 사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항소심을 심리해야 할 사유로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끝나 김 전 실장을 국회 위증으로 고발할 수 없었으며 특검이 공소사실을 특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은 범죄자가 병원 의사나 간호사가 아닌 일반인 친구한테 병원에 있는 환자 100명을 죽여달라고 리스트를 줬고 살생부에 있는 사람이 죽었는데 일반 직원이 어떻게 의사에게 얘기해서 죽였는지는 없다"며 "이 살생부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시체로 발견됐는지, 압박받은 사람이 어떻게 직권남용을 당했는지가 없다. 그냥 시체와 살생부만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눈을 감고 변호인의 변론을 들었다.

특검은 "말씀하시는 내용이 법을 전혀 무시하고 있다. 당황스럽다"며 "위증은 국조특위 존속기간인 1월 20일 안에 이뤄졌으며 공소사실 특정은 1심에서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또다시 불필요한 논쟁을 하는 건 소송원리에도 맞지 않으며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시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직권조사 사유 범위 내에서 항소심을 심리하겠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직권조사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범위 내에선 본안을 심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앞으로 공판을 진행하면서 특검과 피고인측 의견 듣고 점진적으로 수립해나가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 답했다. 재판이 끝나자 김 전 실장은 이 변호사와 웃으며 대화를 나눈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김 전 실장의 항소심 첫 공판은 10월 17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블랙리스트 관련 다른 피고인들과 공통된 증거가 많아 김 전 실장의 항소심과 함께 진행할지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기춘 #블랙리스트 #조윤선 #박근혜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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