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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비호감' 될 수 있었던 역할, 윤아는 어떻게 돌파했나

[인터뷰] 윤아의 10년, 앞으로의 10년 "내 연기의 시작점은 지난해부터"

17.09.30 17:19최종업데이트17.10.0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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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는 윤아에게 도전이었다. 첫 사전제작 드라마에 첫 국내 사극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윤아가 연기한 은산이 쉽지 않은 멜로라인과 배경을 가진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은산을 향한 마음 때문에 오랜 친구사이인 왕원(임시완 분)과 왕린(홍종현 분)의 우정이 흔들리고, 고려의 운명까지 요동치지만, 둘 사이에 선 은산은 끝까지 명확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때문에 자칫 '비호감' 혹은 '어장관리' 여주로 전락하기 쉬웠다.

오해의 소지가 많았던 캐릭터를 연기한 탓에 대중의 반응이 어떨지 긴장도 엄청났다. 사전제작 드라마라 시청자 반응을 체크하며 보완할 수 없었던 만큼, 초조한 마음으로 드라마를 지켜봐야 했다고. 긴장과 초조함 속에 지켜봤던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윤아는 어려웠던 은산의 감정선을 균형감 있게 표현해내며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청률은 다소 아쉬웠지만 말이다. 지난 19일, <왕은 사랑한다>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윤아가 작품을 끝마친 '홀가분함'과 '만족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종종 '아쉬움'을 고백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혼란스러웠던 삼각관계, 나도 헷갈렸지만...

은산을 연기한 윤아는, 누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을까? ⓒ 이정민


<왕은 사랑한다>의 '왕'은 왕원이다. 왕원이 사랑한 여인은 은산이고, 사랑한 벗은 왕린. 드라마는 왕이 사랑한 은산과 왕린이 맺어지며 끝이 났다. 하지만 은산이 사랑하는 이가 왕원인지 왕린인지, 시청자들은 끝까지 혼란스러워했다. 마지막 회가 방송된 이후에도, '은산이 원을 사랑하지만 원을 위해 린과 떠난 것'이라는 '원산(왕원+은산)' 지지파와, '린을 사랑한게 맞고 원을 향한 마음은 그저 우정과 동정이었다'는 '린산(왕린+은산)' 지지파가 팽팽히 맞섰다. 은산을 연기한 윤아는, 누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을까?

"사실 누구한테 마음이 가는지 모르고 연기했어요. 처음엔 저도 헷갈렸고, 산이의 마음이 뭘까 궁금했어요. 하지만 산이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를 것 같더라고요. 사실 현장에서도 굉장히 팽팽했어요. (웃음) 원작 소설에서 린과 산이 연결된다는 걸 알았지만, 결말이 그대로라는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 마음 그대로 연기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죠. (린과 이어진다는) 대본을 보고 나니 '아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더 확실하게 표현할 걸...' 조금 후회했어요."

사실 산이는 원, 린 둘 중 어느 하나를 사랑한다기보다,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두 남자의 우정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자신으로 인해 두 남자의 우정을 깨트리고 싶지 않아 원나라로, 서역으로, 도망치려 해보지만 번번이 삐끗하고 만다. 

"산이에게 원은 우정이고, 남자로서 사랑한 건 린이었던 것 같아요. 언제부터였냐면... 지붕에서 자기를 구해준 게 린이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아닐까요? 원이 세자라는 걸 알게 된 것도 컸던 것 같아요. 원이 외로운 사람이고, 내게 너무 잘해주기는 하지만, 너무 높고 먼 존재잖아요. 제가 산이라면요? 아, 너무 어려워요. 전 둘 중 아무도 택하지 못할 것 같아요. (웃음)" 

<왕사>로 경험한 것들, <왕사>로 얻은 인연

윤아는 분명 이 드라마로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하지만 윤아는 여러 번 '아쉽다'고 했다. ⓒ 이정민


윤아는 원이 린과 산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모두들 '원이 너무 찡하다'며 안타까워 했다고. 해당 장면은 원, 산, 린이 함께하는 마지막 장면이기도 했지만, <왕은 사랑한다>의 마지막 촬영이기도 했다.

윤아는 분명 이 드라마로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하지만 윤아는 여러 번 '아쉽다'고 했다. 뭐가 그리 아쉬웠냐 물으니 "내가 느낀 것만큼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극 중 원성공주 역을 맡은 장영남을 언급하며 "캐릭터의 카리스마가 엄청난데 그걸 다 표현해 내더라. 옆에서 보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온다"며 부러움 섞인 감탄을 쏟아내기도 했다.

"<왕은 사랑한다>는 다양한 감정선을 많이 연기해본 작품이에요. 초반에는 털털한 소년의 모습이었고, 귀여움도 있었죠. 이후에는 울고 화내며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도 있었고, 애틋한 사랑의 감정도 연기해야 했어요. 스스로 (제 연기에) 엄청 만족했다거나, 이 작품 하나로 큰 발전을 했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하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웃음)"

정보석, 장영남, 이기영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출연하기는 했지만, 스토리의 주축은 임시완, 윤아, 홍종현, 박환희 등 또래 배우들이었다. 윤아는 "서로 경쟁하기보다 기대고 토닥이며 즐겁게 촬영했다"며 돈독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매번 작품을 마칠 때마다 소중한 인연을 얻곤 하지만, <왕은 사랑한다> 팀의 동료애는 유난했다. 다 같이 첫 방송을 앞두고 입대한 임시완의 면회를 다녀왔을 정도다. 임시완은 혹여 윤아가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윤아에게 '군대가 떠들썩했겠다' 물으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사람도 별로 없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배우들 단체 카톡창이 있는데, 군대 가기 전부터 면회 한 번 가자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어요. 방송 이후에도 계속 자대배치 받았냐, 언제 가면 되냐, 하는 이야기가 오갔는데 (홍)종현 오빠가 정리를 해줬죠. 이쯤 가면 좋을 것 같다고요. 다들 매니저 없이, 15인승 버스를 대절해서 다녀왔어요. 운전은 종현 오빠가 하고요. 선물이요? 전 사인 CD를 많이 가져갔어요. (웃음)"

연기자 생활 10년? "내 연기의 시작점은 2016년"

또래 배우들이 많았던 <왕은 사랑한다>를 통해 친구들도 많이 얻었다. 매번 작품을 마칠 때마다 소중한 인연을 얻곤 하지만, <왕은 사랑한다> 팀의 동료애는 유난했다. ⓒ 이정민


윤아는 소녀시대 활동과 연기자 생활을 동시에 시작했다. 2017년은 소녀시대도 데뷔 만 10년, 윤아의 연기자 생활도 만 10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윤아는 "사실 연기자 생활의 시작점은 지난해부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중국 활동으로 인한 2년 공백 후 출연한, < The K2 > <공조> <왕은 사랑한다>까지. 윤아가 연기 활동에 보폭을 넓힌 시기다.

"< The K2 >는 도전하는 마음이 컸어요. 오랜만에 출연하는 한국 작품이기도 했고, 그동안 보여드리지 않았던 제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거든요. 그렇게 제 모습을 조금 깨트리고 나니까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점점 욕심도 생겼고요. <왕은 사랑한다>도 그 욕심 중 하나였어요.

그동안은 지레 겁먹었던 것도 있어요. 연기할 때도 그렇지만, '윤아'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드리는 것에 대해서도요.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도 될까? 다른 의도로 보이면 어떡하지? 싶어 조심스러웠죠. 이젠 확실히 두려움은 떨친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윤아의 말대로, 배우 임윤아의 연기 인생은 이제 막 시작점을 지났고, 분명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가수 윤아'는 어떨까? 최근 싱글 '바람이 불면'을 통해 작사가로 변신한 윤아에게, 가수 활동을 끝내는 이별의 인사인지, 앞으로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인지 물었다.

"작곡가에게 제안을 받았고, 작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한 번 해보자 했던 거예요. 처음에는 녹음할 시간도 작사할 시간도 없어 어려울 것 같았는데, 마침 계절에 맞게 나오게 돼 다행이에요. 지난해 발표했던 '덕수궁 돌담길의 봄'처럼, 좋은 기회가 있으면 팬분들께 종종 인사드리려고 해요. 팬서비스 차원에서요. 들어주시는 분들이 '윤아에게 이런 음색이 있었나?'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윤아의 지난 10년, 앞으로의 10년 

10년 전 '데뷔'가 지상 최대 과제였을 윤아에게, 지금의 윤아는 그저 '로망'이었을 것이다. 지금 윤아는 '10년 뒤 윤아'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 이정민


윤아는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사가로 변신한 이유도, 연기로 다양한 변화를 주고 싶은 이유도, 모두 그 때문이다.   

윤아는 이제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시청자 윤아는 <연애의 발견>이나 <로맨스가 필요해2> 같은 류의 현실 로맨스를 좋아한다고. 함께 < The K2 >에서 호흡을 맞춘 지창욱이 로맨틱 코미디 <수상한 파트너>에서 제대로 물 만난 연기를 보여준 것도 자극이 됐다.

윤아는 앞선 인터뷰에서 "무대 위의 나는 여전히 소녀시대다. 억지로 소녀시대 이미지를 벗어낼 생각도 없다.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맞게 나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꼭 10개월 만에, 윤아의 연기에서, '소녀시대' 그림자는 거둬졌다.

10년 전 '데뷔'가 지상 최대 과제였을 윤아에게, 지금의 윤아는 그저 '로망'이었을 것이다. 지금 윤아는 '10년 뒤 윤아'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10년 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이런 상도 받고 싶고, 소녀시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지난 10년은 소녀시대 덕분에 멋진 업적도 많이 생겼고, 연기도 많이 배웠고... 나름 멋있게 잘 지내온 것 같아 뿌듯해요. 10년 뒤에도,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며 이런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MBC월화특별기획 <왕은 사랑한다>의 배우 임윤아가 19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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