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3인방' 정호성 읍소에 눈가 훔친 박근혜

[박근혜 57차 공판] "청와대 문건 유출, 국정운영 정성 들여 했다는 것"

등록 2017.09.18 15:59수정 2017.09.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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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위해 도착하고 있다. ⓒ 이희훈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박근혜 정부의 실세였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8일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했다.

정 전 비서관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5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선고를 앞둔 정 전 비서관은 하늘색 수의복을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정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인사하자 박 전 대통령 또한 가볍게 묵례를 하며 받아줬다. 박 전 대통령 또한 정 전 비서관과 공모해 최씨에게 공문서를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에 관한 핵심 증인인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누구든 자기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염려될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보장한다. 그러나 이날 정 전 비서관이 증언을 거부한 이유는 '마음이 아파서'였다.

정 전 비서관은 "오랫동안 모셔온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그 고통을 도저히 감내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증언을 거부하고자 한다"고 증언을 거부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검찰이 수사과정을 확인하는 절차인 진정성립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진술을 거부하겠다"면서도 "기존에 이미 제 재판에서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선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앞서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큰 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의견에 따라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하고 정정하는 절차를 거친 것에 대해 인정한다"며 "대통령이 최씨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부분이 있으면 반영하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정 전 비서관은 증인석에서 본인의 경력을 묻는 간단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면서도 "재판 관련해서 그동안 말하고 싶었던 부분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고 싶다. 그 부분만 조금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가만히 정 전 비서관을 지켜봤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 가진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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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대국민사과 "최순실 도움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사과를 하는 모습 ⓒ 남소연


재판 말미에 발언권을 얻은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님에 대해 너무나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아 참 가슴이 아프다. 대통령께서는 사실 가족도 없고, 정말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몰입하신 분"이라며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부 작은 성과가 나면 그걸 낙으로 삼고, 보람 있게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유영하 변호사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어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부정부패, 뇌물 이런 것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라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은 오히려 이 사건이 박 전 대통령께서 얼마나 정성 들여 국정에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실무자들이 올려준 대로 하지 않고, 어떻게든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없는가를 고민하셨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순실한테 문건을 전달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아니었고, 국정을 어떻게든 잘해보려는 국정 책임자의 노심초사였다"며 "사심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재판장님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박 전 대통령을 감쌌다.

정 전 비서관은 퇴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서로 맞인사를 나눈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박 전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의 읍소에 휴지로 눈가를 훔쳤다. 방청석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눈물을 보였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한 증거 채택 여부는 법리적 검토 뒤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은 오후까지 예정돼있었으나 정 전 비서관이 증언을 거부하면서 1시간 반만인 오전 11시 38분께 끝이 났다.
#박근혜 #정호성 #문고리 #최순실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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