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아시나요?" 고개 숙인 박근혜 옆 목소리 큰 최순실

법정 출석한 증인에게 목소리 높이며 따져 물어… 퇴정할 땐 박사모 향해 인사

등록 2017.09.12 15:27수정 2017.09.12 15:27
17
원고료로 응원
a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받는 최순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5월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근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저 최서원입니다. 저를 아시나요?"

법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하기 전 이름)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같은 피고인이지만 그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돼온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넉 달이 지나 벌써 50차를 넘어섰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박 전 대통령은 늘 힘이 없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간혹 목을 뒤로 젖힌다. 자신이 내뱉었던 "참 나쁜 사람"이라는 말과 관계된 전직 공무원들을 마주할 때면 눈에 힘을 주고 바라보기도 하지만, 보통 수척한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졸기 일쑤다(관련 기사: '나쁜 사람' 얘기만 나오면 달라지는 박근혜).

그러나 최씨는 다르다.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에 명시된 피고인의 '증인신문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최씨는 11일 진행된 53차 공판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나오자 눈빛부터 바뀌었다. 박원오 전 전무는 삼성 측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지원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최씨 대신 삼성과 협의하는 등 최씨와 삼성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박 전 전무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들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승마지원 뇌물혐의 부분에 대해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삼성과 (최씨 회사인) 코어스포츠 관련 계약을 체결할 때 최씨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줬다"며 "최씨가 용역대금을 호텔 구입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지만, 삼성 관계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걱정 말고 (정씨) 마음대로 말을 타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에겐 불리한 진술이었다.

최씨는 박 전 전무의 몸 상태로 인해 재판부가 공판을 연기하고 마무리하려고 하자 "살시도만 물어보겠다"며 바로 마이크에 입을 댔다. 살시도는 정씨가 탔던 말로 최씨의 회사인 '코어스포츠'와 삼성이 용역계약을 체결한 금액으로 구입한 말이다. 삼성은 말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간 적이 없다며 뇌물이 아닌 사회공헌활동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들은 승마지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정씨 또한 7월 12일 이 부회장의 공판에 출석해 "2016년 1월 어머니에게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살시도는 증인(박 전 전무)이 저희한테 소개하지 않았나"라고 물었고, 박 전 전무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자 "살시도 탈 때 같이 갔지 않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가 "목소리 올리지 말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씨는 다시 "증인이 삼성에 물어보고 얘기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거센 반응을 보였고, 재판부는 "그만 화내라"고 말하며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최씨가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공판을 받기 시작한 5월 23일엔 울먹거리며 박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은 절대 뇌물이나 이런 거로 나라를 움직였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웅재 부장검사가 박 전 대통령을 축출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정유라와 관련된 승마 얘기 나오자 적극적으로 나서

a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가 6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씨는 2차 구속영장 기각 후 첫 소환이다. ⓒ 이희훈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재판이 병합된 뒤 초반엔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5월 30일 이상영 전 한국마사회 부회장이 증인으로 나오자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서 변호인에게 건넸다. 최씨의 변호인단 이경재 변호사는 "박원오 전 전무와 최씨가 친한지 아닌지 확실히 모르지 않냐"며 "최순실 피고인은 박원오로부터 워낙 고통받아서 (그와) 친하지 않다고 한다"고 최씨의 말을 대신 전했다.

승마지원에 관한 심리가 진행되면서 딸인 정씨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최씨는 직접 나섰다. 최씨는 6월 13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최서원입니다. 저를 아시나요?"라며 질문을 시작했다. 유 전 장관이 앞서 "문체부 차원에서 승마는 원래 관심 분야가 아니었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 "그럼 어떤 종목에 관심이 있나", "체육계엔 좌·우파 심한 분란이 있어 승마도 문제가 있었다. (공주승마의혹을 제기한)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증인으로 부르는 게 소원이다"라며 흥분했다.

정씨가 준우승을 한 상주 승마 대회를 감사했던 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이 법정에 나오자 최씨는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정씨의 공주승마의혹에 관해 진 전 과장에게 "유연이보다 더한 사람들이 10년 이상 장기집권하는데 그런 사실 다 나왔지 않냐"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게 유감이다.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재판부는 공판과 관련 없는 질문에 "다른 걸 물어보라"며 제지했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검사를 비난하기도 했다. 자신의 추천으로 임명됐다는 의혹을 받는 유재경 전 미얀마 대사가 증인으로 출석하자 최씨는 "박주성 검사님이 너무 흥분하셔서 저와 관련된 걸 자꾸 캐려고 많이 얘기한다"며 "검사가 얘기하는 게 K타운이 취소되자 대통령 순방도 연기됐다는 거다. 말도 안 되는 상상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가 이렇게 증인 신문을 끝내고 나면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향해 "힘내라"고 응원한다. 무표정으로 눈길 하나 주지 않는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최씨는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그들에게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법정을 빠져나간다. 

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피고인이 직접 증인에게 질문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보통 변호인이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재판과 관련 없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순실 #박근혜 #정유라 #승마 #이재용
댓글1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