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손잡은 한지민 "잊지 않을게요"

[현장] 남산 '기억의 터' 1주년... 박원순 시장 등 시민 300여명 참석

등록 2017.08.26 21:06수정 2017.08.2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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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터 26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공원 통감관저터에 자리잡은 '기억의 터'를 찾아 '나만의 소녀상'을 만들고 있다. ⓒ 신나리


조물조물 작은 손이 점토를 만진다. 흰색, 검은색이었던 점토는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눈을 지그시 감고 두 손을 모은 '나만의 작은 소녀상'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있어서 우리 역사가 있다고 생각해요. 슬프고 고마워요."

엄마와 함께 '기억의 터'를 찾은 김가영(13).가윤(9) 자매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소녀상을 만들었다. 책으로만 읽고 뉴스로만 보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손으로 점토를 매만지며 다시 되새긴다. 중학교 1학년인 가영양은 "집에 두고 보면서 잊지 않으려고요.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소녀상을 바라봤다.

"우리는 기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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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터 26일 시민들이 '기억의 터'를 찾았다. ⓒ 신나리


26일 오후 서울시 중구 남산 통감관저 터에 3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김복동, 길원옥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 발걸음을 함께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롯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배우 한지민씨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기억의 터' 1주년을 기념해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기억의 터는 지난해 6월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서울 남산 통감관저 터에 마련된 추모공원이다. 1910년 대한제국 총리대신 이완용과 제3대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한일 강제병합 조약 문서에 도장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1년 전,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초등학생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노조 등 2만여 명이 3억 5천만 원을 모아 '기억의 터'를 조성했다.

공원이 완성된 지 1년, 추모공원에 모인 시민들은 저마다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이어갔다. 오전 7시 전라남도 여수에서 4시간 버스를 타고 온 박혜인(21)씨는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고 기억의 터를 보니 마음이 새롭다"고 했다. 그는 "멀게 느껴지던 역사가 내 가족, 가까운 사람의 일처럼 다가왔다"며 "이 일에 대해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하은아 이것 봐봐. 예전에 할머니가 일본의 거짓말에 속아 일본군에게 끌려간 그림이야. 할머니들은 나쁜 일을 당했지만 일본은 아직도 사과하지 않고 있어. 우리는 할머니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기억해야 해."

차영미(46)씨는 딸 김하은(9)양에게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끌려감'을 설명하며, 역사와 기억을 강조했다. 하은양은 어린 소녀가 팔목을 잡힌 채 끌려가고 있는 그림으로 만든 퍼즐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난과 비판에서 끝나지 말아야"

기념행사를 찾은 위안부 할머니 김복동 할머니는 사과받지 못한 세월의 설움과 일본을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기념사에서 김 할머니는 "우리도 귀한 집 자식이다"라며 "억울하게 끌려가 일생 희생당하며 평생 약에 의지해 병중에 살고 있다"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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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터 26일 '기억의 터' 기념식을 찾은 박원순 시장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신나리


박원순 시장은 '중앙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건국 100주년 사업, 광복 70주년 사업을 하는 동안 지난 정부는 희생자의 요구에 거꾸로 가는 정책을 했다"라며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역사 교과서를 통한 교육, 잊지 않기 위한 기념물 설치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역시 박물관과 연구소를 통해 할머니들의 피해를 기록하며 기억할 계획이다. 이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한을 풀어드리지 못한 것은 우리 탓"이라며 "박물관, 연구소를 건립해 흩어져 있는 자료를 한군데로 모으겠다"고 밝혔다. 

3대가 함께 '기억하는 사람들'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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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터 김순진(70)씨는 3대가 함께 ‘기억하는 사람들’의 홍보대사로 나섰다. ⓒ 신나리


239명인 위안부 피해자 수만큼 기억을 다짐하는 239명의 시민 홍보대사도 있다. 김순진(70)씨는 3대가 함께 '기억하는 사람들'의 홍보대사로 나섰다.

"초창기 수요집회부터 함께 하며 종군위안부 문제를 함께 고민했다. 혼자 하기보다는 아들, 딸, 손자, 손녀와 함께 기억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참여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일이 많다. 여성, 인권의 문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씨는 "남편이 민주화 운동을 했다"라며 "달걀로 바위치기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증명하며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씨의 아들로 2대째 '기억'을 다짐한 나힘찬(40)씨는 '미래'를 강조했다. 나씨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6살, 4살 아이와 참여했다"라며 "지금 이 아이들은 오늘 행사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나씨 역시 민청학련(제4공화국 유신정권에서 선포한 '긴급조치 4호'에 의해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을 중심으로 180명이 구속, 기소된 사건)사건에 연루된 아버지를 통해 역사를 기억했다.

그는 "낮에 아이들과 작은 돌에 나비를 그려 돌탑을 쌓는 희망돌탑 쌓기를 했다"라며 "지금 아이들에게 돌탑은 블록 쌓기 정도였겠지만 10년이 지나면 그 돌탑이 무슨 의미였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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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중구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에서 열린 1주년 기념식에서 기억의 터 홍보대사인 배우 한지민 씨가 길원옥 할머니와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배우 한지민씨를 비롯한 '기억하는 사람들' 239명은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할머니와의 약속'을 낭독했다.

한씨는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시대의 아픔을 증언하고 망각에 맞서 싸우며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할머니의 뜻이 새겨진 기억의 터가 인권, 평화, 역사교육의 현장이 되도록 그 지킴이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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