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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이브' 정우람, 독수리 뒷문의 자존심

[KBO리그] 25일 KIA전 통산 100세이브 달성, 역대 2번째 100세이브-100홀드 달성

17.08.26 09:16최종업데이트17.08.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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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선두 KIA를 6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3연승 행진을 달렸다.

이상군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10안타를 터트리며 6-3으로 승리했다. 1번 타자로 나선 오선진은 3-3으로 맞서던 8회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리며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오선진은 지난 2013년 6월23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4년 2개월 만에 짜릿한 손 맛을 봤다.

이날 양 팀의 선발 투수 안영명과 팻 딘은 각각 6이닝 1자책, 5이닝 2자책으로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했지만 결국 불펜의 차이에서 승부가 갈라지고 말았다. KIA의 마무리 김윤동이 오선진에게 결승홈런을 허용한 데 비해 한화의 마무리 정우람은 9회 삼진 2개를 포함해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고 시즌 22호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는 정우람의 개인 통산 100번째 세이브였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깨달은 '노예' 정우람의 정체성

부산 출신의 정우람은 경남상고(현 부경고) 시절부터 마운드에서 싸울 줄 아는 좌완 투수로 프로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정우람은 고교 시절 전국대회에서 썩 돋보이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음에도 2차 2라운드(전체11순위)라는 제법 높은 순번으로 SK 와이번스에 지명될 수 있었다. 물론 절대 다수의 신인 선수들이 그렇듯 정우람 역시 입단 첫 해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정우람은 입단 2년째이던 2005년 59경기에 등판해 3승1패1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불펜 투수로서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006년에는 82경기에 등판해 생애 처음으로 20홀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2007년, 정우람은 자신의 야구인생에 정체성을 찾아주는 운명의 스승 김성근 감독을 만나게 된다.

2008년 85경기에 등판해 9승2패5세이브25홀드2.09로 홀드왕을 차지하며 SK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정우람은 2010년에는 전문 불펜 투수로 100이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누구나 혹사논란을 언급했을 정도로 정우람의 무리한 등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지만 정우람은 2011년에도 94.1이닝을 던지며 4승7세이브25홀드1.81로 건재를 과시했다.

프로 입단 후 8년 동안 필승 셋업맨을 가장한 노예로 활약하던 정우람은 2012년 드디어 비룡 군단의 마무리 보직을 차지하며 30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병역 문제가 정우람의 걸림돌이 됐고 정우람은 2013년부터 2년 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정우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 SK의 왕조는 추억 속 이야기가 됐고 정우람은 전역 첫 해 7승5패16세이브11홀드3.21를 기록한 후 첫 FA자격을 얻었다.

정우람이 택한 곳은 SK 시절의 스승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였다. 한화에서 다시 '김성근의 노예'로 돌아간 정우람은 작년 시즌 81이닝을 던지면서 8승5패16세이브1홀드3.33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워낙 접전 승부가 많았던 한화 경기의 특성상 세이브 상황이 아닌 다른 승부처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우람은 이 때문에 4년 84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는 투수 치고는 성적이 좋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00세이브-129홀드, 불펜 최고액이 아깝지 않은 국보급 노예

정우람은 프로에 입단해 최고의 불펜 투수로 성장했고 FA 대박까지 만든 성공한 야구 선수다. 하지만 정우람이 영리하게 프로 생활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우람은 선수 생활 대부분을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는 중간계투로 활약했고 마무리 전향 후에도 2년 연속 70이닝 이상 투구하며 노예생활을 자처했다. 이 때문에 정우람은 수 년 간 특급 불펜으로 리그를 호령했으면서도 통산 홀드 기록에서 안지만(177개), 권혁(한화, 143개)에게 밀린 3위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에도 정우람은 작년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혹사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정우람의 고액연봉(12억 원)이나 마무리라는 보직을 고려하지 않고 정우람을 신인처럼 굴리던(?) 김성근 감독이 시즌 개막 후 두 달도 안돼 팀을 떠나게 되는 변수가 발생했다. 팀을 새로 이끌게 된 이상군 감독대행은 상식적인 마운드 운영을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정우람이 무리해서 마운드에 오르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게 됐다.

실제로 정우람은 올 시즌 한화가 114경기를 치른 시점까지도 49경기에 등판해 단 50.2이닝 만을 소화하고 있다. 경기 당 1이닝을 갓 넘기는 아주 정상적인 등판 간격이다. 셋업맨처럼 일찍 몸을 풀어야 하는 부담이 사라지자 정우람의 구위도 덩달아 살아났다. 정우람은 올 시즌 49경기에서 6승4패22세이브2.84를 기록하며 손승락(롯데 자이언츠), 임창민(NC다이노스)과 함께 KBO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의 지위를 되찾았다.

그리고 25일 KIA전에서는 6-3으로 앞선 9회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퍼펙트 투구를 기록하면서 통산 100번째 세이브를 달성했다. 정우람의 기록은 KBO리그 공동 15위에 불과(?)한 기록이지만 이상훈이나 노장진, 김경원 같은 쟁쟁한 투수들도 채우지 못한 대기록이다. 또한 정우람은 과거 팀 동료였던 '여왕벌' 정대현(롯데)에 이어 100세이브, 100홀드를 달성한 역대 2번째 투수로 등극했다.

사실 정우람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통산 100세이브 달성 시점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정우람이 본격적인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것은 올해로 4년째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25일 현재 5위와 9.5경기 차이로 벌어져 있는 한화는 사실상 가을야구 도전이 힘들어졌지만 정우람은 늘 그랬던 것처럼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화의 승리를 위해 든든하게 뒷문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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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정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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