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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이병헌인가? 김은숙 차기작에 대한 우려들

[주장] <미스터 선샤인> 남자주인공 캐스팅에 시청자 반응이 싸늘한 이유

17.06.27 16:11최종업데이트17.06.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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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온에어> <시티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그동안 김은숙 작가가 집필해온 이 10개의 작품은 모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김은숙 작가는 무조건 중박 이상을 보증한다"는 인식이 생기게 만든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데뷔작 <태양의 남쪽>을 제외하고 김은숙 작가는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 대다수는 안방극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 작품이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어떤 작가보다 성공률이 높은 작가 김은숙. 이는 김은숙 작가를 스타작가로 만듦과 동시에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 역시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백상예술을 타기까지...김은숙 작가의 성공 신화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수상 한 김은숙 작가 ⓒ JTBC


<도깨비>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에 김은숙 작가의 이름이 불렸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도깨비>라는 작품이 아니라 작가에 대한 찬사와 인정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연출이나 배우, 그리고 작품 자체를 뛰어넘어 김은숙 작가의 능력을 높이 산 셈이다. 김은숙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이 무거운 상이 저를 굉장히 작게 만들 것 같은데 그래도 또 열심히 설레고 재밌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상의 무게를 견디면서 또 다른 꿈을 꾸는 작가가 되어 볼게요" 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스스로 '시청률이 잘 나오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김은숙 작가는, 이제껏 그 말에 책임을 져 왔다. 김은숙 작가는 단순히 시청률뿐 아니라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을지를 잘 알고 있는 작가다.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시크릿 가든>의 현빈, <상속자들>의 이민호와 김우빈,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 <도깨비>의 공유 등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남자 배우들은 모두 작품 이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는 저력을 발휘했다.

김은숙 작가는 여성이 가장 원하고 바라는 이상형의 남성상을 그리는데 능숙하다. 재력은 기본에 유머감각과 재치를 갖추고, 한 여성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남성상을 가장 트렌디한 방식으로 그려낸다. 바로 지금 시청자가 원하는 남성상이 무엇인지를 영민하게 캐치해 내 그 판타지를 화면에서 그대로 실현시키는 것이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대사들은 다소 과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대사를 마음에 와닿게 만들고 결국엔 심장을 내려앉게 하는 힘이 김은숙 작가의 손길에 녹아 있다.

완벽한 남자, 사랑받아 마땅한 여자... 김은숙 작가의 마법

김은숙 작가의 작품 속에서 남자 배우가 당대 최고의 '남성상'으로 우뚝 선다면 여자 배우는 '지극히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로 묘사된다. 김은숙 작가가 그려내는 여성상은 온전히 남자에게 기대는 청순한 여성상이 아니다. 때로는 생활력이 강하고, 때로는 능력이 있으며, 자신만이 가진 목표와 주관이 뚜렷하다. 남자가 아무리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존재라도 결코 주눅 드는 법이 없다. 그러나 동시에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힌다.

<도깨비>의 지은탁(김고은 분)만 봐도 그렇다. 성적은 전교권에, 라디오 PD가 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어렸을 때부터 귀신을 보고 자라온 탓에 도깨비(공유 분)의 존재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며, 그 부분을 이용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불우한 가정환경과 친구 하나 없는 삶 속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결코 '민폐'를 끼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항상 강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바로 여성이 도움이 필요한 그 순간, 도움을 주는 것이 남자주인공이다.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나타나 여주인공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는 남자 주인공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은숙 작가는 누구보다 이런 커플의 '밀고 당기기'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보여줄 줄 안다.

그래서인지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 <미스터 선샤인>에 쏟아지는 관심 역시 대단하다. <미스터 선샤인>은 제작 결정에서부터 김은숙 작가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제껏 드라마에서 다뤄진 적이 없는 '신미양요(1871년)'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세트부터 의상까지 모두 새롭게 구성하고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이는 제작비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런 제작비를 감당하게 할 만큼, 김은숙 작가의 필력에는 신뢰도가 있는 것이다.

이병헌은 사생활 논란 극복하고 멜로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배우 이병헌 ⓒ 이정민


김은숙 작가는 이 작품의 남자주인공 캐스팅에 대해 "뛰어난 연기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영어를 잘하는 배우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작품이 신미양요 때 미 군함에 승선하게 되어 미국에 떨어진 소년이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캐스팅이 발표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병헌. 연기력은 물론, 할리우드 진출로 영어까지 출중한 배우로 더 없는 적역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하다.

이병헌이 그동안 불러일으킨 '사생활 논란'은 여전히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상태다. 비록 영화 <내부자들> 등의 흥행으로 여전히 스타성을 입증하기는 했지만 멜로는 또 다른 문제다. 멜로는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의 이미지가 중요한 장르다. 김은숙 작가의 강점인 '완벽한 남자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하기 위해서는 그 배우가 가진 이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동안 김은숙 작가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어 왔다. 그러나 지금 이병헌의 이미지로는 멜로의 향기를 뿜어내기 어렵다. 시청자들이 캐스팅을 반대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군다나 TV라는 매체는 스크린과는 다르다. 관객이 일정 금액을 내고 선택하여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극장이라는 공간은 채널을 돌리면 나오는 TV와는 접근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좀 더 대중적이고 좀 더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는 TV는 훨씬 더 출연자의 이미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매체다. '출연금지'라는 정책이 있는 것 또한 그런 이유에서다. 이병헌은 여전히 톱스타고, 뛰어난 연기력과 흥행력, 그리고 멜로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몇 안 되는 배우이기는 하지만 대중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부드럽지 못하다. '이성 문제'에 얽혔던 배우가 한 여성만 바라보는 순정남의 이미지를 연기한다고 할 때 그 괴리감을 메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미 <미스터 선샤인> 측은 이병헌의 출연을 확정했다. 과연 김은숙의 필력은 이런 논란을 불식시킬 만큼 다시 한번 마법을 부릴 수 있을 것인가. 이병헌이 드라마의 '멜로'마저 성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은숙 이병헌 미스터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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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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