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김태호 등 예능PD "김장겸은 그만 웃기고 회사 떠나라"

MBC는 '김장겸 사장 퇴진' 시위로 후끈... 성명·릴레이 퍼포먼스 이어져

17.06.22 15:56최종업데이트17.06.22 15:56
원고료로 응원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

22일, MBC 예능국 소속 PD 47명이 김장겸 MBC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김태호 <무한도전> PD를 비롯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박진경 이재석 권해봄 등 스타 PD들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웃기는 방송 만들기 위해 예능 PD가 되었는데,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라며 예능 PD들답게 위트 있는 풍자로 포문을 열었다. 예능 PD들은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쓴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을 뺏긴다", "늘 광고가 완판되는 프로그램은 짐 싣는 승합차 한 대 더 썼다고 치도곤을 당했는데, '사장님 귀빈' 모시는 행사에는 몇억씩 쏟아붓는다" 등의 내용을 폭로했다. 이들은 사측의 검열, 제작비 감축, 공채 중단 등을 비판하며 "좋은 예능 만들겠다고 젊음을 쏟았는데, 회사는 시사교양국 없애고, 기자고 아나운서고 내쫓고는 뉴스로 개그 하느라 정신이 없다"라고도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회의실, 편집실, 촬영장에서 숱한 밤을 새웠는데, 남은 것은 얘기하기도 쪽팔린 이름 '엠빙신'뿐"이라면서 "웃긴 것투성이인데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함께 고민하던 동료들이 결국 'PD다운 일터'를 찾아 떠났는데, 회사는 동료들 뒤에 '돈 때문에 나간다'는 웃기지도 않는 딱지를 붙인다"고 지적하며 "웃기기 정말 힘들다. 웃기는 짓은 회사가 다 한다. 가장 웃기는 건, 이 모든 일에 앞장섰던 김장겸이 아직도 사장이라는 사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MBC 구성원들은 사내 곳곳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는 모습을 SNS에 중계하는 '1인 릴레이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 언론노조 MBC본부


한편 MBC 구성원들은 지난 5월 22일 언론노조 MBC 본부의 "국민과 함께 김장겸 경영진을 끌어내리겠습니다" 성명을 시작으로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명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성명만 해도 보도국, 전국 MBC 기자회, 영상기자회, 콘텐츠제작국, 시사제작, 편성, 라디오, 기술, 경영, 영상미술 등 대부분 부서를 아우른다.

김철영 언론노조 MBC 본부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예능 PD 성명에는 보직 간부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참여한 것으로 안다. 예능국뿐 아니라 여러 부서에서 조합원들은 물론, 비조합원들도 성명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MBC의 상태를 "독일군이 항복 선언은 했지만, 연합군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의 아우슈비츠와 같다. 독일이 패망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간수들의 인지 부조화와, 가만히 연합군을 기다리고만 있지 않겠다는 유대인들의 반격이 부딪치고 있는 거다"라고 비유하며, "현재 MBC 구성원들은 김장겸 사장을 몰아내고 방송을 정상화하자는 열기로 굉장히 고양돼 있다"고 사내 분위기를 알렸다.

사측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사장 퇴진 성명'을 대거 삭제하고, 게시자들의 게시판 접근을 차단하자, MBC에는 "위법과 부정으로 회사를 망가뜨린 이들이 자리를 내놓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 @dkeon.kwak


하지만 사측은 사내 게시판에 게시된 구성원들의 성명을 삭제하고, 상암동 사옥에서 "김장겸 사장 물러나라"라고 외친 김민식 PD(드라마)를 대기 발령 조치했다. 이에 MBC 구성원들은 "김민식 PD를 외롭게 둘 수 없다"며 상암동 MBC 로비에서 100여 명이 함께 "김장겸은 물러나라"라고 외쳤다. 또한, 사내 곳곳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는 모습을 SNS에 중계하는 '1인 릴레이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아래는 MBC 예능 PD들의 성명 전문이다.

[예능PD 성명]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

웃기기 힘들다.
사람들 웃기는 방송 만들려고 예능PD가 되었는데
그거 만들라고 뽑아놓은 회사가 정작 웃기는 짓은 다 한다.

검열하는 거 진짜 웃긴다.
아무리 실력 있는 출연자도 사장이 싫어하면 못 쓴다.
노래 한 곡, 자막 한 줄 까지 간섭하는 거 보면 지지리도 할 일이 없는 게 분명하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무리 시청률을 잘 뽑아도 멀쩡히 하던 프로그램 뺏긴다.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검열하고, PD가 아니라 노예가 되라 한다.

돈 아끼는 거 진짜 웃긴다.
KBS, SBS는커녕 케이블 종편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제작비를 깎는다.
출연자 섭외할 때마다 출연료 얘기하기가 부끄럽다.
늘 광고가 완판 되는 프로그램은 짐 싣는 승합차 한 대 더 썼다고 치도곤을 당했는데,
"사장님 귀빈" 모시는 행사에는 몇 억 씩 쏟아 붓는다.

신입 못 받게 하는 거 진짜 웃긴다.
신입 공채는 막고 경력 공채는 기습적으로 열린다.
행여 끈끈해질까봐, 함께 손잡고 맞서 일어나 싸울까봐
경력직 PD들은 노동조합 가입도 못 하게 방해하며
누가 후배인지 언제부터 어떻게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얼굴들을 끝없이 늘려간다.

우리 꼬라지 웃겨 죽는다.
좋은 예능 만들겠다며 젊음을 쏟아 달려왔는데 어느새 보람도 보상도 없는 곳에 서있다.
회사는 시사교양국 없애고, 기자고 아나운서고 쫓아내고, 뉴스로 개그 하느라 정신이 없다.
회의실 편집실 촬영장에서 숱한 밤을 샜는데
남은 것은 얘기하기도 쪽팔린 이름 "엠빙신" 뿐이다.

웃긴 것 투성인데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
함께 고민하던 동료들은 결국 'PD다운 일터'를 찾아 수없이 떠났다.
매일 예능 뺨치게 웃기는 뉴스만 만드는 회사는
떠나는 동료들 등 뒤에는 '돈 때문에 나간다'며 웃기지도 않는 딱지를 붙인다.
그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웃음을 만들어야 한다.

웃기기 정말 힘들다.
웃기는 짓은 회사가 다 한다.
가장 웃기는 건 이 모든 일에 앞장섰던 김장겸이 아직도 사장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그만 웃기고 회사를 떠나라.
웃기는 건 우리 예능PD들의 몫이다.

2017년 6월 22일 예능 PD

강성아 권성민 권해봄 김명진 김문기 김선영 김윤집 김준현 김지우 김진용 김태호 김현철
노승욱 노시용 박진경 박창훈 선혜윤 손수정 안수영 오누리 오미경 유성은 이경원 이민지
이민희 이윤화 이재석 임경식 임남희 임   찬 장승민 장우성 정겨운 정다히 정윤정 정창영
조주연 채현석 최민근 최윤정 최행호 한승훈 한영롱 허   항 현정완 황지영 황철상          



MBC 김장겸 퇴진 예능 김태호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