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30분만에 '절친' 된 초1 아이들, 비법은...

[제10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①]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에 들뜬 아이들

등록 2017.06.15 09:42수정 2017.06.15 12:07
0
원고료로 응원
a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등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사랑아 이리와 봐~"
"혜진아 이거 먹어."

혜진이(6)와 사랑이(7)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까르르' 웃었다. 혜진이가 뒷자리에 있던 엄마 옆으로 가자 사랑이는 표정을 찡그리며 "혜진아 이리로 와"라고 말했다. 혜진이는 "엄마한테 과자 주려고 온 거야"라고 말하며 다시 사랑이 옆으로 가, 손을 꼭 잡았다.

경북 봉화 소천초등학교 분천분교에서 온 혜진이(7)와 전북 군산에서 온 사랑이(7)는 이날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서 처음 만났다. 본 지 30분도 채 안 됐지만 둘은 금세 '절친'이 됐다. 혜진이 엄마 윤순이씨는 "학교에서 혜진이가 유일한 1학년이다. 언니, 오빠들은 잘 안 놀아줘서 애가 유치원 애들하고 노는데 또래인 사랑이를 만나서 들뜬 것 같다"고 말했다.

a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초등학교1학년 어린이 등과 학부모, 교사들이 개그맨 이정수씨 의 사회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a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초등학교1학년 어린이 등과 학부모, 교사들이 개그맨 이정수씨 의 사회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입학식 하러 산 넘고 물 건너온 아이들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 대회의실에서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이 열렸다. 10회를 맞은 <오마이뉴스>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은 혜진이처럼 동네에 또래가 없어 혼자 입학하는 아이들을 모아 함께 입학식을 열고, 나 홀로 입학생에게 전국 곳곳의 동급생 친구를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전라북도 부안 위도부터 전라북도 군산, 전라남도 나주, 강원도 양양·삼척·인제·정선, 충청남도 보령, 경상북도 봉화·상주 등에서 온 20명의 아이들이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참석했다. 이들이 한 곳에 모이는 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박혜림(7)양과 어머니 이근아씨는 버스를 눈앞에서 놓쳐 1시간을 걸어야 했다. 최수정(7·강원정선)양은 전날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6시에 일어난 뒤 7시에 집에서 나왔다. 충남 고대도란 섬에서 온 박민솔(7)양, 박찬민(10)군은 전날인 13일 뭍으로 나와 잠을 잔 뒤 서울로 출발했다.


학부모들이 산 넘고 물 건너 입학식에 온 건 아이들이 간절히 원해서다. 최수정(7·강원정선)양 어머니 쏘은네앙씨는 "일을 해서 오기 힘들었는데 아이가 오고 싶다고 조르기도 하고 이번이 아니면 오기 힘들 것 같아서 조퇴하고 왔다"고 밝혔다. 유다민(7·전남 순천)양의 고모 유은경씨도 "아이는 너무 오고 싶어 하는데 다민이 부모님이 농사 때문에 바빠 동행하기 힘들어 했다. 연차내고 내가 대신 왔다"고 말했다.

이날 입학식은 개그맨 이정수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정수씨는 연두색 단체 티셔츠로 갈아입은 아이들에게 어디서 왔는지, 몇 살인지 등을 물어보고 아이들과 셀카를 찍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색연필, 가위 등이 든 필기구와 책 등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입학식을 마친 아이들은 함께 버스를 타고 용인 에버랜드로 출발했다.

'백호랑이띠' 친구들과 호랑이 봐서 좋은 아이들

a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등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a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등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아이들을 태운 버스는 오후 4시쯤 에버랜드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창밖으로 '에버랜드'란 푯말을 보자마자 "에버랜드다", "와"하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내 "너와나 둘이서 떠나갈래, 에버랜드"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던 김연호(7·전북 부안 위도)군은 빨리 버스에서 내리고 싶어 몸을 마구 흔들었다.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에버랜드에 와서 그런지 더 즐거워보였다. 에버랜드를 3~4번 와봤다는 김민채(7·강원 양양)양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혜진이, 사랑이와 술래잡기를 하기 바빴다. 민채 아버지 김종필씨는 "학교에서 민채 혼자 여자이고 다 남자 아이들이라 민채는 유치원가서 논다"며 "여기 와서 여자애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애가 신났다"고 뛰어다니는 민채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 명 있던 또래 친구가 구례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혼자가 된 유다민(7·전남 순천)양도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서 한 숨도 못 잤다"면서 1살 위인 이지선(8·전남 나주)양의 손을 꼭 잡고 뛰어 다녔다. 다민이의 고모 유은경씨는 "짓궂은 동네 오빠들이 덩치가 큰 다민이를 놀려서 애가 주눅이 들어있었다"며 "또래 여자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다민이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흥분된 상태다"라며 사파리를 향해 뛰어가는 다민이를 보고 웃었다.

"호랑이다!" "백호다!"

사파리 버스 안에서 백호랑이를 보자마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외쳐댔다. 백호랑이를 보기 위해 버스 창문에 바짝 다가선 사랑이는 "저 호랑이띠에요"라며 "하나도 안 무섭다"고 말했다. 연호는 "엄마가 저 백호랑이띠라고 했어요"라며 "백호 제일 좋아해요. 멋있어요"라고 소리쳤다. 동물 구경을 끝낸 아이들은 회전목마를 두 번이나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외로움'으로 뭉친 아이들과 부모들

a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 9회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행사에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 등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기린처럼 긴데 화산 때문에 죽은 게 뭐게?"

야간 퍼레이드, 불꽃놀이 등을 즐기고 숙소로 들어온 아이들은 피자와 치킨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함께 온 학교 형 박건(11·전북 부안)군을 졸졸 따라다니던 연호는 어느새 정민규(7·경남 거창)군과 붙어 앉아 퀴즈를 내며 놀았다.

사랑이는 옆에 앉은 다민, 지선(8·전남 나주), 효빈(7·전남 나주) 등을 손으로 가리키며 "단체를 만들었다. 내가 회장, 애네들이 회원이다"라며 "외로운 친구들을 잘해주면 다 회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다민이는 "학교에선 우리 다 외로워요"라며 "그래서 외로운 애들한테 잘 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서먹했던 부모들도 아이들 이야기와 고민 등을 나누며 가까워졌다. 박소희(7·강원 인제)양의 어머니 김미희씨와 고지현(7·군산 새만금)양의 어머니 강경미씨는 "우리는 늦둥이 엄마들이다. 비슷한 처지의 엄마를 만나니 애들보다 우리가 더 좋다"고 입을 모았다.

전교생이 15명밖에 안 되는 전남 나주 문평초등학교에서 효빈(8)양과 지선(9)양을 데리고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온 교사 이다희씨도 "효빈이가 평소에 많이 외로워한다"며 "어느날은 '선생님, 다시 유치원생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학교에는 놀 사람이 없는데 그나마 유치원에는 놀 친구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라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이어 이씨는 "또래끼리 부딪히면서 배우는 게 많은데, 애들이 1~2명밖에 없고 유치원부터 매일 똑같은 애들과, 똑같은 놀이만 하다 보니 협소한 관계를 맺게 된다"며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사회성이 없어질까봐 걱정을 많이 하신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와서) 이렇게 또래 애들과 놀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루 종일 뛰어 논 아이들을 씻긴 후 연 간담회 자리에서 황제영(6·경남 의령)군의 어머니 하은미씨도 "제영이가 성격이 놀라울 정도로 너무 밝고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서 캠프에 참여하면 민폐 아닌가 생각했다"면서도 "제영이가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에 온 친구들과 잘 지내는 걸 보면서 '애가 섞이고 싶어하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며 울먹였다.

이어 하씨는 "이번 기회에 제영이가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내려갈 때 '나 친구 많이 사귀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캠프가 됐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닦으며 이야기했다.
#나홀로입학식 #오마이뉴스 #이정수 #개그맨 #에버랜드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