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당신의 칭찬도 누군가에게는 차별이 될 수 있다

[리뷰] <곡성>의 할리우드판? 영화 <겟 아웃>의 숨은 키워드

17.06.11 15:38최종업데이트17.06.11 15:38
원고료로 응원
'흑인의 우월한 신체능력이 부럽다.'

이 말은 차별일까? 차별일 수 있다. 지난 달 17일 개봉한 영화 <겟 아웃>은 차별이 어떻게 칭찬으로 드러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겟 아웃>은 한국 관객 수 200만을 넘기고, 전 세계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하는 (4일 기준) 등 흥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빠른 전개 이상의 문제의식이 있다. 이 영화에는 기존의 인종차별 담론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차별의 은밀한 디테일이 담겨있다.

<겟 아웃>의 한 장면. ⓒ UPI 코리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흑인 크리스는 내내 차별을 겪는다. 운전사고를 낸 건 백인 여자친구 로즈인데, 경찰은 크리스의 신분증을 확인한다. 여자친구의 동생한테서, 흑인은 무식하다는 모욕적인 발언을 듣기도 한다. 이는 드러나는 차별이다. 그만큼 오히려 쉬운 문제이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칭찬을 가장한 은밀한 차별이다.

흑인 크리스는 백인 여자친구 로즈의 집에 초청된다. 이 날은 마침 백인들의 파티가 열리는 주간이었다. 이 모임에 초청된 백인들은 연신 크리스를 찬양한다. 흑인의 우월한 신체와 성적 능력, 백인사회에서 흑인이 가질 수 있는 새로움, 발전 가능성, 예술성을 칭찬한다. 크리스를 안심시키기 위한 속임수가 아니라 백인들은 진심으로 크리스를 부러워한다.

그런데 이 '진심'은 차별이 된다. 흑인의 우월한 신체가 부럽기 때문에 흑인의 몸을 가지려 하고, 흑인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기 때문에 흑인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크리스를 바라보는 백인의 시선은 마치 동물원의 멋진 맹수를 보는 눈길과 같다.

'흑형'이란 말이 있다. 주로 흑인의 우월한 신체 능력을 찬양할 때 쓴다. '나름' 찬양과 친근감을 담은 표현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말은 차별적이다. 개중에 신체가 우월하지 못한 흑인도 있음은 물론이고, 그 이전에 흑인에 대한 철저한 대상화와 타자화, 배제가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백인들도 크리스를 '흑형'으로 바라본다.

인정해야 할 것은 차이가 아니라 동일성이다.

"타자와의 차이를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모든 담론은 폐기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작 어려운 문제는 타자와 나 사이의 동일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알랭 바디우)

영화 <겟 아웃> ⓒ UPI 코리아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인종을 만날 때,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차이가 아니라 공통점이다. 차이 이전에 공통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그 차이가 문화적 인종적 차이에서 기인한다면 더욱 공통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적 차이는 한 개인의 개별성을 억압하기도 한다.

우리가 한 흑인 남성을 만난다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와 그의 차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 여기서 그 차이에 주목한다는 것은 서로의 존재를 '쿨하게' 인정하고 더 이상의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관심이다.

그와의 인간적 만남을 기대한다면 그와의 동일성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적 차이 이전에 같은 인간이며, 둘 다 맛있는 식사를 먹고 싶고, 편한 집에서 살고 싶으며, 먹고 살 걱정 없이 살고 싶고, 자식이 있다면 그 자식이 잘 되길 바라고, 좋은 공부를 받고 좋은 애인을 만나길 바란다.

이렇듯 동일성을 먼저 주목하면, 차이에 주목할 때 보이지 않던 그의 어려움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상대방은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회에서 나와 그의 처우가 얼마나 다른지가 보인다. 흑인은 물론 우리사회의 이주노동자, 이주민 여성 등도 마찬가지다.

차이에만 주목한다면 크리스는 영원히 '흑형'이다. <겟 아웃> 속 백인의 시선이다. 이 '흑인'이란 정체성을 떠날 때, 비로소 우리는 크리스를 인격 대 인격으로 만날 수 있다.

겟 아웃 영화 리뷰 알랭 바디우 인종차별 흑형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