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바논 정부의 <원더우먼> 상영 금지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전 세계에서 개봉한 '슈퍼헤로인(Superheroine)' 블록버스터 <원더 우먼>이 레바논에서 상영 금지된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레바논 정부는 <원더 우먼>의 개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상영 금지를 발표했다. 레바논 내무부는 안보부, 경제무역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금지 결정을 내렸다.
레바논이 <원더 우먼>의 상영을 금지한 것은 주연 배우 갤 가돗이 이스라엘 출신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원더우먼을 연기한 가돗은 미스 이스라엘 대회 우승자이자 이스라엘 방위군에서 2년간 복무한 경험이 있다.
국경을 마주한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영토·종교 분쟁을 이유로 오랫동안 전쟁을 벌여왔고, 특히 2006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 사건이 양국의 화력 대결을 촉발해 수많은 병사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의 중재로 휴전했으나 공식적으로는 전쟁 상태다. 레바논은 이스라엘산 물품 수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이스라엘 국민과의 접촉도 불법으로 처벌할 정도로 이스라엘에 대한 악감정이 깊다.
더구나 레바논은 2014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했을 때 가돗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군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자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원더 우먼>의 레바논 내 배급권을 구입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떠안게 된 영화사 측은 "상영 금지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라며 "이 영화는 이스라엘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상영을 금지하려면 최소한 이 영화의 공식 예고편이 나왔던 1년 전에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라며 "레바논은 앞으로 이스라엘과 관련된 모든 영화를 금지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레바논 정부가 지난해 가돗이 원더우먼으로 등장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은 상영을 허용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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