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력기자 '사상 검증' 논란의 내막

[돌아올까? 마봉춘②] 파업 전후 '사람' 뽑는 과정 어떻게 달라졌나

등록 2017.05.26 17:30수정 2017.05.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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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MBC는 이른바 '반성 동영상'을 올린 막내 기자 등 7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습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YTN 조준희 사장은 자진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세상은 봄에서 벌써 여름으로 바뀌고 있지만, MBC는 아직 '겨울'인 듯 합니다. MBC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까요. 지난 '9년' 동안 있었던 '사람의 변화'를 짚어봤습니다. MBC 사람들,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말]
언론사 상반기 공채가 시작됐다. 회사가 사람을 뽑는 기준은 그 회사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보여준다. MBC는 2014년 이후 신입 공채를 중단했다. 2012년 파업 이후 지금까지 뽑은 경력 기자만 100여 명이다. MBC가 사람을 고르는 방식은 파업을 전후로 어떻게 바뀌었을까.

파업 전 MBC 공채 과정 살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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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보도본부장과 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인 26기 이하 MBC 기자들 ⓒ 이정민


MBC가 수습 기자와 신입 PD를 뽑았던 시절로 돌아가 보자. 여기서 사례가 되는 MBC 기자와 PD는 모두 파업 전 신입으로 들어온 언론인들이다. 2008년 입사한 한 해직기자의 블로그와 2013년 입사한 PD의 블로그에 따르면 당시 공채 상황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기자의 경우 서류전형을 통과한 뒤 시사상식, 논술, 작문이 포함된 필기시험을 거친다. 상식 문제엔 <맹자>에서 발췌한 항산(恒産), 항심(恒心)을 한자로 쓰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논술 주제는 '고령화와 저출산, 이주 외국인을 포함한 인구변화에 따른 사회 갈등과 이에 대한 대안'이었다.

다음 순서는 카메라테스트-합숙면접-최종면접. 카메라테스트는 카메라 앞에서 짧은 기사를 읽은 뒤 질문에 대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합숙면접은 MBC 연수원에서 '화재현장에 도착했는데 급히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 그 상황을 찍어 보도하겠는가 혹은 그 사람을 구할 것인가' 등의 주제로 토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원진 면접까지 통과하면 MBC 기자가 될 수 있었다.

PD는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나면 기자와 달리 필기시험으로 교양상식과 작문을 본다. 교양상식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 수 총합부터 방송실무, 기술과 관련된 문제까지 다양하게 출제된다. 작문은 '한류(韓流)'라는 제시어로 70분 동안 글을 써내야 한다.

그 다음 역량면접-다면심층면접-최종면접을 거친다. 면접 과정에선 문학작품 속 등장인물 중 한 명을 선택해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조선의 언론기관이었던 삼사에 대해 현대 민주주의 관점에 입각하여 설명하고, 이에 기반하여 MBC에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써야 한다. 최종 면접에서도 "드라마와 원작 소설을 비교했을 때 뭐가 더 재밌나, 그 이유에 대해서도 말해보라"는 질문에 답한다. 여기까지 통과했다면 당시 경쟁률인 약 1000:1을 뚫고 MBC PD가 될 수 있었다.


MBC가 신입 기자를 뽑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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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앞에서 언론노조MBC본부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 주최로 공영방송 MBC장악음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운동 돌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권우성


MBC는 2013년 수습기자 3명 채용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신입 기자를 뽑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노조)의 신규가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박성호 해직기자는 "2013년 뽑은 수습들이 다 노조에 가입해 보도국이 발칵 뒤집혔다. 배후가 누구인지 한참 괴롭혔다"며 "파업 끝내고 뽑은 기자들인데 노조에 왜 가입했냐는 경영진 내부 회의가 있었고 그에 대한 방법으로 신규 조합원을 늘리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조합원 또한 "회사가 경력기자만 뽑는 이유는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반면 MBC 경영진 입장은 달랐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2015년 4월 28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안광한 전 사장은 "격화된 경영 환경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졸 신입 정기공채는 하지 않겠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공개한 '백종문 녹취록'엔 파업에 대응해 경력 기자를 키워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있다.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현재 부사장)은 2014년 당시 "파업할 때 1600명 중 한 1000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니까) 실제로 거기서 회사가 쓸 수 있는 사람들은 한 200~300명밖에 안 된다"며 "경력사원도 뽑고 준비해야 되는데"라고 말했다.

경력기자 면접, "누가 가장 훌륭한 대통령인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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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MBC '묻지마 해고' 녹취록 공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1월 의원총회에서 MBC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묻지마 해고'와 관련해 제보받은 백종문 본부장의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 남소연


MBC 측은 2012년 1월 25일부터 기자들이 '김재철 퇴진', '불공정 보도 시정'을 내걸며 뉴스 제작을 거부하자 네 달도 채 지나지 않은 5월 "국내외 방송, 신문, 통신 등에서 해당 분야 만 2년 이상 근무 경력기자에 한해 경력기자를 모집한다"며 1년 근무 후 정규직 임용이라는 조건으로 시용기자를 21명 채용했다. 같은 해 7월 파업이 끝나고도 추가로 1명을 더 뽑았다. 이듬해엔 세 차례에 걸쳐 27명의 경력기자를 추가 채용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급하게 뽑은 시용기자 중엔 기자 업무 경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오전 뉴스에서 증권 방송 캐스터를 하던 사람도 기자가 됐다. 취재할 기자가 없으니까 훈련도 안 시킨 채 이런 사람들을 바로 내보냈다"며 "민간 기업에 근무하던 분도 있었다. 이분들이 지금 MBC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이뤄진 경력기자 채용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전 MBC에 경력기자로 입사한 한 기자는 "2000년 이후부터 경력공채가 있었으나 자주 뽑진 않았다. 채용절차도 공고기간부터 2~3달은 진행됐다"며 "이때는 굉장히 투명한 과정이었으며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도 갖추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각 분야 종사자들이 공채 과정을 다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업 이후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2012년 이후 들어온 경력기자는 면접에서 "파업에 찬성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자에게 차기 대통령은 누가 적절하냐, 역대 대통령 중에 누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느냐 등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하며 사상검증을 했다"며 "광고 영업사원을 뽑는데 응시자를 대상으로 소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될 거 같은지 이런 질문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한 현직기자는 "방송경영직 응시자가 면접에서 대통령 중에 누가 가장 훌륭하다는 질문을 받았다더라. '박근혜, 박정희를 얘기해야 할 거 같아서 그나마 사고를 덜 친 대통령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는데도 떨어졌다'고 했다"며 "본인은 그게 결정적인 이유라 주장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그걸 채용에 이용하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진보적 답변이나 비판적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상검증 등을 겪고 입사하면 노조가입이 부담된다"며 "MBC에 들어오게 해줘서 고마움을 느끼는 일부 경력기자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까지 검증? MBC에 반론 요청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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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MBC노조 총파업 당시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백종문 녹취록엔 경력직 채용 때 '지역' 등 업무 외 조건을 따졌다는 발언도 나온다. 백 본부장은 "(경력직을) 인사 검증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음에도 노동조합이 센 거 같으니까 그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내부구성원은 "결과적으로 특정 지역을 많이 뽑은 느낌이다. 김장겸 사장이 마산고 출신인데 (본인이) 마산이라며 얘기하고 다니는 경력직 그룹이 있다더라"며 "간부가 식사자리에서 경력직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묻자 구미시의 한 읍이라고 대답하니 박정희 출생지라며 좋아했다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MBC 측의 입장은 어떨까.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해 18일부터 23일까지 문자, 메일, 전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차례 반론을 요청(아래 참조)했다. 그러나 MBC 측은 "담당자를 연결해주겠다", "곧 입장 정리해서 연락주겠다"는 등 반응을 보였지만 끝내 정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이와 같은 문제 제기에 사측은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 아니냐. 그게 사상검증이냐"고 반박했다고 한다.

한편 MBC 인사부와 홍보팀은 18일 신입 채용 계획에 대해선 "지금 현재 없다. 그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채용방식에 대해서도 "바뀌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반론 요청 내용


다음은 MBC 측에 질의한 내용이다.

1. MBC 노조 측은 회사가 2013년 이후로 신입공채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노조 활동을 저해하기 위해' 또는 '노조 신규 가입을 막기 위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입니까.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2. MBC 노조에 따르면 "급하게 뽑은 시용기자 중엔 기자와 전혀 무관한 사람도 있다. 오전 뉴스에서 증권 방송 캐스터를 하던 사람이나 민간 기업에 근무하던 사람도 있다. 취재할 기자가 없으니까 훈련도 안 시킨 채 이런 사람들을 바로 내보냈다"며 "이분들이 지금 MBC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사실입니까.

3. 파업 이후 채용된 경력직 기자는 면접에서 "파업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 또한 경력기자 면접에서 "사측이 지원자에게 차기 대통령은 누가 적절하냐, 역대 대통령 중에 누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나 등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하며 사상검증을 했다"고 한다. 또한 사측이 광고 영업사원을 뽑으면서도 "소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거 같은지"를 물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이에 대한 MBC 입장은 어떻게 되시나요.

4. 현직 기자에 따르면 "한 경영직 응시자가 면접에서 대통령 중에 누가 가장 훌륭한 거 같냐는 질문에 박근혜, 박정희를 얘기해야 할 거 같아서 그 둘을 그나마 사고를 덜 친 대통령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는데도 떨어졌다더라"며 "본인은 그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까. 또한 그 응시자가 그 대답 때문에 떨어졌습니까.

5. 노조는 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도 사측에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 아니냐. 그게 사상검증이냐"고 반박했다던데 사실입니까. 사실이라면 여전히 그 입장이십니까. 

6. 일부 현직 기자들은 위와 같은 업무와 무관한 질문들을 "채용에 이용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진보적 답변이나 비판적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된다"며 "사상검증 등을 겪으며 입사하면 노조가입이 부담으로 작용된다. 노조에 가입하는 게 뽑아준 사람을 배신하는 것 마냥 위에서 압력을 넣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한 MBC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7. MBC 노조관계자에 따르면 경력 기자들과 간부의 식사자리에서 한 간부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 한 경력직이 구미시에 있는 읍이라고 대답하자 "박정희 출생지"라며 좋아했다고 합니다. 또한 김장겸 사장이 마산고 출신이라 경력기자 중 마산 출신이라고 얘기하고 다니는 그룹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증언이 사실인지, 또한 MBC는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신지요.


#MBC #경력기자 #채용 #공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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