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청년 주택? 서울시처럼 하면 안 된다

[문재인 시대, 이렇게 바꾼다 ③-3] 민간에 혜택 주면서도 비싼 임대료, "개선 해야"

등록 2017.05.17 15:42수정 2017.05.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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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 시장이 역세권청년주택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서울시


새 정부의 역세권 청년 주택 공급 계획은 서울시 정책과 비슷하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 주택이 비싼 임대료와 사업자 과다 특혜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어, 다른 방식의 사업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동안 대도시 역세권 지역에 청년 주택 20만 실을 확보할 계획이다. 공급지역이나 임대료 수준, 사업 진행 방식 등 세부적인 밑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았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 주택 사업 "임대료 비싸다" 지적

역세권 청년 주택 공급 사업은 서울시에서 추진해온 정책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도심역세권에 청년 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철역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부지에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으로 올해 1만5000호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공공이 아닌 민간이 사업자가 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민간 토지 소유주에게 용적률 상향과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면, 토지소유주는 자신이 보유한 부지에 새 건물을 지어 청년들에게 공급한다.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도록 혜택을 부여해, 민간이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시행 초기부터 비싼 임대료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청년 주택의 첫 사업지인 용산구 삼각지 청년 주택 전용 19㎡형은 보증금이 3950만 원, 월 38만 원을 내야 한다. 월세 부담을 줄이려면, 보증금을 늘리는 방법이 있는데, 이 경우 보증금은 1억 원(9485만 원)에 달한다.


2명이 함께 쓰는 39㎡형도 보증금 3750만 원에 월 35만 원, 3명이 같이 쓰는 49㎡형도 보증금 2840만 원에 월 29만 원을 내야 한다. 이 정도 임대료는 청년층이 부담하기는 버거운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사회초년생(직장생활 5년 미만) 525명을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사회초년생들의 평균 주택 임대보증금은 1215만 원, 월세는 35만3000원이었다. 서울시 청년 주택은 월세 수준은 비슷하지만, 임대보증금은 3배 이상 높다.

서울시는 토지 사업자에 대해 용적률 상향과 사업 승인 절차 간소화, 대출이자 보전 등의 혜택을 퍼줬다. 하지만 그 결과가 청년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임대 주택이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경실련은 "서울시 청년 주택은 서울시의 도입취지와 다르게 가격 자체도 시세에 비해 비싸며, 청년들의 소득과 비교할 경우 더욱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서울시가 주장했던 청년 주거안정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는 행복주택이 오히려 낫다는 평가다. 실제로 서울 가좌지구 행복주택 16㎡형의 임대료는 대학생은 보증금 2737만 원에 월세 10만9000원, 사회초년생이 2898만 원에 11만5000원이다. 서울 상계장암지구(21㎡, 31㎡)도 보증금 4206만∼1358만 원, 월세 7만4000∼20만 원 정도다. 월세나 임대료 모두 부담이 훨씬 덜하다.

"공공이 제공한 인센티브가 청년에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 마련해야"

게다가 2인 이상이 공동 생활하는 쉐어하우스형 주택은 선호도가 낮다. 삼각지 청년 주택 가운데 39㎡형과 49㎡형은 공동 거주 형태다. 위원회 설문에 따르면, 쉐어하우스 거주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53.3%였다. 과반 이상이 공동생활 형태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아울러 청년 주택 사업지에 대해서는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정 지역만 종상향을 해준다면 해당 권역에 대한 전체적인 도시계획 틀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는 지적은 정책 시행 초기부터 지속된 지적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역세권 청년 주택 공급 정책은 기존 방식과 달리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상향을 해준다면 10층 건물만 있는 지역에 20층 높이 건물이 들어서는 등 난개발이 될 우려가 있다"면서 "지역에 따라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공이 종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줬다면, 청년층에게도 임대료 하향 등의 방식으로 수혜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공공적 인센티브가 청년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체계를 구상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 국책사업팀 부장은 "기존에 지적한 것처럼 역세권 청년 주택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사업"이라면서 "입지보다는 임대료 수준을 우선순위에 두고, 역세권에서는 좀 멀지만, 저렴한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역세권청년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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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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