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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연애해서 화났니? 팬들 분노엔 이유가 있습니다

[덕후적시점] 아껴주는 마음만큼 일터에서는 부디 조심을

17.04.29 09:12최종업데이트17.04.2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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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강민(안재욱 분)은 헤어진 연인 이연이(고 최진실 분)가 자신의 콘서트를 찾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리고 말한다.

"저한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바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저의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그 사람을 위해서 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너의 사랑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유였는데~" 절절한 강민의 연가에 객석에 있던 연이는 눈물을 쏟고, 강민은 수많은 팬들을 뚫고 연이에게 다가간다. 그 순간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팬들은 그저 병풍.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던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재회한다.

콘서트장에서 연애라니, 상상만 해도 '으악'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20년 전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의 엔딩. 하지만 강민(안재욱 분)이 내 오빠고, 내가 저 콘서트장에 있었다면? 생각만으로도 '소름'이다. ⓒ MBC


딱 20년 전인 1997년 4월 29일 방송된 MBC <별은 내 가슴에> 엔딩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수많은 팬들에 둘러싸여 눈물 흘리며 포옹하는 톱스타와 그의 연인. 하지만 만약 현실이었다면? 강민이 내 오빠고, 내가 저 콘서트장에 있었다면? 생각만 해도 '으악'이다.

콘서트에 가기 위해 팬들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예매 오픈 일. 근방에 속도 빠른 PC방을 물색한 뒤, 몇 시간 전부터 가서 최적화와 조각 모음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예매 과정을 수없이 예습한다. 5분 전부터 시간 안내 번호인 '116'이나 '위성 시계'에 집중하며 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의 승부는 3초 안에 난다.

삐끗하는 순간 내 자리는 없기 때문에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모든 과정을 마쳐야 한다. 이 숨 막히는 피켓팅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몇 날 며칠 새벽마다 예매사이트를 배회하며 취소표를 기다리는 이른바 '취케팅'을 해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보러 간 공연장에서, 오빠의 연애를 지켜봐야 한다니, 정말 소름 돋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의 팬을 떠나, 누군가의 팬이라면 다 같이 비분강개할 이 엔딩. 모든 오빠들에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실행에 옮기지 말자!'고 하루 세 번씩 복창시키고 싶은 이 일은,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일터에서 연애, 제발 참아주라

스타를 만나기 위해 팬들은 많은 시간, 돈, 노력을 들여야만 한다. (위 사진은 본 기사와 상관이 없습니다.) ⓒ YG Ent.


최근 열애/결혼으로 팬덤을 들썩이게 만든 스타들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최근 결혼한 1세대 아이돌은 객석에 당시 여자친구를 두고 팬들에게 "결혼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결혼을 발표한 또 다른 아이돌은 여자친구가 온 날 팬들에게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이름을 'OO'(둘 사이의 애칭)이라고 짓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최근 공개 연애를 인정한 또 다른 배우 커플은 썸남 콘셉트의 팬미팅에서 사랑을 속삭였다고. 이 당시 대부분의 팬들은 둘의 연애를 모르고 있었고, 후에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농락당했다"며 분노했다.

팬들은 '연애' 그 자체가 아니라, 팬들을 들러리 삼고, 그들의 관심을 '사랑의 장애물' 삼아, 스릴 넘치는 연애를 즐기는 오빠의 '기만'에 분노하는 것이다. 스타의 일터는 팬들에게는 스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고, 스타에게는 팬들의 무한한 사랑과 지지에 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심지어 공짜도 아니다.) 진짜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게 팬인가 스타인가. 여기서만큼은 참아줬으면, 티내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과한 것일까? 

'우리가 싫으니 평생 연애하지 마!'가 아닌, '최대한 들키지 말아줘', '최대한 모르고 싶어'라는 팬들의 작고 작은 바람. 오빠들이여, 팬들은 진정 오빠들이 연애하건 말건 알고 싶지 않다. 너희의 시시콜콜한 사랑 이야기,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사랑 고백은 제발 카톡으로. 연애는 우리 모르는 곳에서 해주라. 팬들 앞에서 사랑놀이는 제발 참아주라.

덕후적시점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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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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