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뇌물 몰랐다는 문재인
최순실 모른다는 박근혜 탓 못해"

[인터뷰 ①]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록 2017.03.27 09:40수정 2017.03.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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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 ⓒ 이희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 받은 당시 상황을 국민들이 까먹은 줄 알고 자기가 대통령하겠다고 나와서 설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던진 말이다.

홍 지사는 26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고 논쟁을 일으키는 이유에 대해 "문재인 후보 때문"이라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등 '막말 논란'은 결국 진보 진영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를 향한 공격의 시작이었다는 뜻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70억 원에 가까운 뇌물을 받을 때 비서실장이 몰랐다는 것과, 최순실의 행동을 박근혜가 몰랐다는 것과 무슨 대차가 있나"라며 "(문 후보가) 만약 알았다면 공범이고 몰랐다면 박근혜를 탓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자기가 모시던 대통령이 자살했는데 국민들에게 잊힌 걸로 알고 혼자 대통령을 하겠다는 건 정치적 도의와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다"라며 "(문 후보) 본인 입으로 해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본선에 가면 대선후보 TV토론회 때 이거 말고도 (주장할 게) 더 있다"라며 "그때 가서 국민들에게 한번 판단을 구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덕에 대선에 출마했다고 소회를 밝힌 홍 지사는 "내가 만약 집권하면 좌우 가릴 것 없이 조사해서 적폐를 세탁기에 넣고 세게 돌리겠다"라면서 노무현 정부의 '바다이야기 비리 의혹' 재수사를 약속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에서 (바다이야기 사건을) 수사한 걸로 알고 있다"라며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이후에 사건을 덮었다고 들었다, 기록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홍 지사와 나눈 일문일답.

"봉하마을 '아방궁' 발언,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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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최순실이 돈 받은 걸 몰랐다고 한다. 국민들이 그 얘기를 믿나? 안 믿는다. 그러면 노 전 대통령이 70억 원에 가까운 뇌물을 받을 때 비서실장이 몰랐다는 거하고, 최순실의 행동을 박근혜가 몰랐다는 거하고 무슨 대차가 있다는 건가." ⓒ 이희훈


-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불참하는 이유와 관련해 "의로운 죽음이 아니었다. 그래서 안 간다"고 말한 바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의로운 죽음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친인척이라도 자살하면 상가에 안 간다."

- 당시 기자들이 '의로운 죽음' 발언의 이유를 묻자 "논쟁하지 않겠다"며 확대 해석을 피했다. 왜 지금은 스스로 논쟁을 만드는가.
"문재인 후보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관계는 40년 지기라고 하는데, 박근혜는 최순실이 돈 받은 걸 몰랐다고 한다. 국민들이 그 얘기를 믿나? 안 믿는다. 그러면 노 전 대통령이 70억 원에 가까운 뇌물을 받을 때 비서실장이 몰랐다는 거하고, 최순실의 행동을 박근혜가 몰랐다는 거하고 무슨 대차가 있다는 건가.

노 전 대통령이 640만 달러를 받은 건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발표문에 있다. (문 후보가) 만약 알았다면 공범이고 몰랐다면 박근혜를 탓할 수 없다.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다. 자기들이 '운명적 동지'라고 했다. 노무현-문재인 관계에서 문 후보가 몰랐다고 하면, 박근혜를 비난하면 안 되는 거다.

(문 후보) 본인 입으로 해명해야 한다. 자기가 모시던 대통령이 자살했는데 자기 혼자 국민들에게 잊힌 걸로 알고 대통령하겠다? 그건 정치적 도의에도 맞지 않고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다. 그래서 그 문제를 꺼내본 것이다. 처음에는 '자살'로 꺼냈다. 그 뒤에 이어지는 게 640만 달러 환수 문제고, 그 다음 문재인과 노무현 관계다. 박근혜-최순실 관계와 비교해서 국민들이 판단해보라는 거다."

(2009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4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중단됐다 - 기자 주.)

- 보수정권 9년 동안 의지만 있으면 노 전 대통령 사건을 수사할 수 있지 않았나.
"내가 만약 집권하면 전부 다 새로 해보겠다. 좌우 가릴 것 없이 조사해서 적폐를 세탁기에 넣고 세게 돌리자. 대한민국을 새로 시작하자."

- '바다이야기 비리 의혹'도 포함인가.
"포함된다. 당시 그 사건도 이명박 정권에서 수사한 걸로 알고 있다. 노 전 대통령 극단적 선택 이후에 사건을 덮었다고 들었다. 그 기록이 있을 것이다."

- 그걸 공개만 하면 되는 건가.
"수사개시 단서일 것이다."

-내사 같은 건가?
"그렇다. 바다이야기 사건은 당시 노무현 정부의 최대 실책이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바다이야기는 정책 실패라고 했다. 누가 했냐 이거다. 그때 돈 가져간 게 내가 알기로는 수조 원이 넘는다.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나."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리알 같이 맑은 세상에 어떻게 덮어지나"라고 했다. 바다이야기 사건은 왜 보수정권 9년 동안 덮어져 왔을까.
"착안을 못한 거다. 시간이 지나면 다들 잊어버린다. 10년이 지났으니까. 문 후보도 노 전 대통령이 뇌물 받은 당시 상황을 국민들이 까먹은 줄 알고 자기가 대통령하겠다고 나와서 설치는 것이다."

- 이제는 냉정하게 당시 사건을 직시해야 한다고 대선 때 얘기해보겠다는 건가.
"그렇다. (문 후보는) 지금은 대답을 못 한다. 안할 것이다. 내가 본선에 가면 대선후보 TV토론회 때 이거 말고도 (주장할 게) 더 있다. 세월호 관련해서 할 이야기 많다. 지금은 피상적으로만 이야기했지만. 세월호 관련해서 참여정부의 비리는 없느냐. 이야기할 거 많다. 그때 가서 국민들에게 한번 판단을 구해보겠다."

-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노 전 대통령 봉하마을 자택을 두고 '아방궁'이라고 비판했다. 지금도 입장에는 변함이 없나.
"그건 내가 사과했다. 당시 원내행정국에서 올려준 자료를 보니, 노 전 대통령 집 주변 정화비용이 1천억 원이 더 들었다. 집 자체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 그래서 실제로 사과했다. 기자간담회하면서 공식적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를 언급하며 '당위론'과 비슷하게 발언한 적이 있다.
당위론이 아니고 정책의 미숙이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 문화예술계에 좌파 코드를 심어놓은 게 노무현 정부 때다. 좌파 연예인, 문화계 인사, '종북' 단체들을 엄청나게 지원했다. 우파 연예인과 당시 이회창 총재를 도와주던 개그맨들은 5년간 방송에 못 나왔다. '밤무대'도 못 뛰었다. 그건 왜 죄가 아닌가?  나는 그걸 나쁘게는 생각 안 한다. 그 정부에서는 그럴 수 있다. 정부가 바뀌었으니 자기를 지지하는 우파 단체를 지지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 영국의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도 좌파로 몰려서 지원을 못 받았다.
앞으로 그런 일은 없어야 된다. 내 이야기는 감옥까지 갈 범죄는 아니라는 거다. 옛날 5공 시절에 보안대에서 사찰 대상자 정해놓고 미행하고 도청한 건 범죄다. 그 시절 사찰 대상 명단과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는) 다르다. 좌파 정부일 때는 좌파 단체를 지원하고 우파 정부일 때는 우파 정부를 지원하는데, 어떻게 그걸 리스트까지 만들어서 등신처럼 했냐는 말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자기들끼리 알게 모르게 알아서 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뜻이다. 근본적으로는 문화예술계를 좌우 코드로 나눠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가치가 있으면 지원하는 게 맞다.

"대선 후보로 나온 것, 최순실이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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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당의 대선 후보로 나올 수 있었겠나. 아마 '성완종 리스트'로 지금도 재판받고 있을 거다. 징역 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니까 컨트롤타워가 없어졌다. 그러니까 내 활동공간이 넓어진 거다." ⓒ 이희훈


- 정치를 하면서 보수의 비주류를 자처했다.
"비주류로 시작해서 지금도 비주류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비주류다. 내가 지금 주류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최순실이 도와줬다. 최순실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당의 대선 후보로 나올 수 있었겠나. 아마 '성완종 리스트'로 지금도 재판받고 있을 거다. 징역 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순실 사태가 터지니까 컨트롤타워가 없어졌다. 그러니까 내 활동공간이 넓어진 거다."

- 대한민국 보수는 그동안 이 나라의 주류였다.
"나는 우파라는 말을 쓴다."

- 우파가 홍 지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보나.
"싫어도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 홍준표 외에 우파에 대안이 있나?"

- 이번 대선을 좌파 2명, 중도 1명, 우파 1명의 구도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4자구도에서 우파가 승리할 수 있을까.
"나쁜 구도는 아니다."

- 현재의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라면 문 후보가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득표율인 42% 정도는 차지하지 않겠나.
"그건 여론조사의 편향성 때문이다. 지금은 탄핵이라는 비상 상황이다. 우파들이 부끄러워서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지지할 사람이 없으니 대답 안 하고 끊어버린다. 4당 후보가 정해지고 일주일 후부터 여론의 경향이 제대로 반영된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다."

- 정무장관 제도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럴 것 없이 대통령이 되면 야당 지도부와 수시로 만나면 되지 않나.
"만약 내가 집권하게 되면 야당 대표뿐만 아니라 국회를 이끌어가는 여야의 주요한 의원들과 수시로 조찬·오찬·만찬을 하면서 국정을 운영하겠다. 미국이 그렇게 한다. 미국은 의회를 움직이는 지도자들이 대통령과 만나서 늘 토론하며 국정을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로 들어가 버린다. 사람을 안 만나려 한다. 어쩌다보니 박정희 시대의 여야 영수회담만 남았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모두 국회의원 출신이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안했을까? 여의도가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같이 정치해보니까 꼴도 보기 싫은 것이다. 그러니 의원들과 안 만나려 한다. 청와대 정무수석들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 아닌가. 그 사람들은 자격지심이 있어서 여의도에 오기 싫어한다.


여당이 과반수로 다수당하려고 무리하는 이유가 뭐겠나. 여당에 덤터기 씌워놓고 대통령은 뒤에서 지휘만 하면 되니까. 역대 대통령이 그랬다. 그렇게 하니 나라 안에서 충돌이 생긴다. 여의도 정치가 지긋지긋하고 치가 떨리더라도 대통령이 되고 나서 여의도와 소통하지 않으면 국정을 이끌어갈 수 없다."
#홍준표 #문재인 #노무현 #최순실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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