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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은 거 말고, 소름" 500명 사로잡은 악뮤의 매력

[공연 리뷰] 2017 악동뮤지션 콘서트 <일기장> "세상을 행복하게 하고 싶어요"

17.03.24 18:24최종업데이트17.03.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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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의 공연장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 뒤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와 딸의 대화가 정겨웠다. 아버지는 곧 내한하는 어떤 그룹을 딸에게 소개해주며 그들의 공연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장 앞 가로등불 사이로 일찍 핀 목련이 보였고, 그 뒤로 악뮤의 얼굴이 담긴 현수막이 포개졌다. "아름답다!" 외치는 딸에게 아빠가 말했다. "악뮤는 오래가네, 안 갈아타고."

23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 2017 악동뮤지션 콘서트 <일기장>에는 이렇게 아버지와 딸, 친구, 연인 등 다양한 관객이 모였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악뮤의 따뜻한 감성을 충분히 관객과 교감한 시간이었다.

현실남매가 보여주는 남다른 '케미'

악동뮤지션이 3월 23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에서 2017 악동뮤지션 콘서트 <일기장>의 첫 문을 열었다. ⓒ YG엔터테인먼트


<일기장>은 악동뮤지션이 2년 만에 갖는 단독콘서트다. ⓒ YG엔터테인먼트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친남매의 케미는 어떤 팀보다 특별한 데가 있었다. 척하면 척, 말이 필요 없었고 눈빛으로 충분했다. 주고받는 만담도, 티격태격하는 우애(?)의 표현도 부자연스러운 구석 하나 없었다. 라이브와 안무는 더욱 그랬다. 덕분에 지켜보는 관객도 편안한 마음으로 힐링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일기장>이란 콘서트 명에 걸맞게 이찬혁-이수현 남매의 솔직한 모습이 그려졌다. 콘서트는 악뮤 남매의 엄마가 자신의 일기장을 직접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남매가 태어난 순간부터 두 아이가 함께 춤추고 무언가를 그리며 노는 모습 등이 담긴 홈비디오 촬영 영상이 공개됐다.

VCR이 끝나자 악동뮤지션은 '생방송',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리얼리티' 등을 부르며 관객을 맞이했다. 찬혁은 "평일에 첫 콘서트를 하게 됐는데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두 번째 콘서트를 2년 만에 하게 됐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악동'다운 통통 튀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수현은 "입덕을 담당하는 이수현"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입덕요정 댄스'를 선보여 괸객의 환호와 오빠의 눈총을 받았다.

이들은 "악뮤 콘서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알려드리겠다"며 "첫 번째는 순수하지만 능수능란함"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두 번째는 "행사와 예능으로 다져진 입담"이라며 "언제부턴가 우리가 '만담뮤지션'이 됐다"고 했다. 세 번째는 "관객과 가까이 눈을 맞출 수 있다"며 작은 공연장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찬혁은 "첫 번째 콘서트인 <악뮤캠프> 때는 1300석이었는데 이번 콘서트는 500석"이라며 "얼마 전 빅뱅 선배님들이 돔에서 콘서트를 하기에 우리도 그럴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여러분의 얼굴을 가까이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소극장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공연은 관객과 친밀한 소통이 이뤄졌다.

<도깨비> 패러디 등 다양한 볼거리

오빠 이찬혁은 악동뮤지션에서 작곡-작사-프로듀싱을 맡고 있다. ⓒ YG엔터테인먼트


뛰어난 음색으로 사랑받는 동생 이수현. ⓒ YG엔터테인먼트


총 8회 진행되는 이들의 콘서트는 '찬혁일기', '수현일기', '악뮤일기' 총 세 가지 콘셉트로 매번 다르게 진행되는데 이날은 첫 콘서트인 만큼 '악뮤일기'였다. 이들은 콘서트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자신들의 노래를 다양한 스타일로 편곡해서 들려줬고, 어쿠스틱 메들리, 커버 곡 무대, 힙합 무대 등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VCR로 재미있는 영상을 끊임없이 보여줬다.

tvN 드라마 <도깨비> 패러디 영상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꽤 긴 분량을 진지하게 열연한 악뮤의 변신에 객석은 환호와 웃음으로 보답했다. 영상이 끝나고 무대에 오른 수현은 "저희 되게 진지하게 연기했는데 웃음소리는 왜죠?"라며 의아해하는가 하면 "이틀 꼬박 촬영했는데 바닷가 신에서 바람이 너무 많이 붙어서 혼났다"며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래퍼로 변신한 두 사람의 무대도 색다른 볼거리였다. '힙합씬의 제우스 찬혁이'와 '힙합씬의 하데스 수현이'가 서로 진지하게 경쟁을 벌이는 통에 객석이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다가도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과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등을 진지하게 불러 감성적인 분위기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악뮤 콘서트는 무대 구성과 소품, 의상 등을 통해 다채로움을 선사했다. <일기장> 콘셉트에 맞게 중간중간 서로에게 보내는 웃기면서도 진솔한 편지들은 뭉클함을 자아냈다.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꿈', 그런 노래 들려줄 것

진지하게 노래하는 남매. ⓒ YG엔터테인먼트


이날 악동뮤지션은 유쾌한 모습을 많이 선보였다. ⓒ YG엔터테인먼트


'시간과 낙엽', '오랜 날 오랜 밤'을 부르며 촉촉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때 그 아이들은'을 부르기 전 두 사람은 자못 진지한 속마음을 털어놨고, 특히 음악에 대한 이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저희 노래에 '꿈'이란 주제가 많이 등장해요. 언제부턴가 꿈, 희망이라고 하면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힙합은 멋있다고 여기지만 반대편에 있는 동요 같은 노래들은 그렇게 여겨지지 않아요. 그래서 동요 같은 노래도 멋있게 부를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을 했고, 그런 노래를 만드는 게 저희의 목표가 되었어요. 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저희의 꿈입니다.

어릴 때 꿈에 대해 많이 물어보잖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거예요." 그랬거든요. 그때는 많은 분들이 "아 그래? 꼬마야 기특하구나" 하셨는데, 20살이 되어 같은 대답을 하면 "너 이놈의 자식, 좀 더 구체적인 꿈을 꿔 줄래?"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이 어떤 꿈이든 사람들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런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찬혁)

동생 수현도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오빠와 같은 바람을 전하며, 끝으로 콘서트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저희가 아주 오래 준비했고 정말 열심히 했다"며 "그래서 서로에게 고생했다고 토닥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찬혁은 "(관객이) 좋으면 안 된다, 소름 돋아야 한다"는 모토로 될 때까지 준비했다며 "여러 가지로 <일기장> 콘서트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악동뮤지션은 이날 신나는 분위기와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관객과 호흡했다. 마지막엔 자리에서 일어선 관객과 함께 노래하며 앙코르 무대를 꾸몄다. 지난 1월 <사춘기(하)> 앨범을 발매한 악동뮤지션은 이날 콘서트를 시작으로 총 8회에 걸쳐 서울을 비롯해 광주, 대구, 부산 등에서 콘서트를 펼친다.

라이브 밴드에 맞춰 노래하는 악뮤. ⓒ YG엔터테인먼트


'현실남매'다운 자연스러운 호흡을 자랑한 악동뮤지션. ⓒ YG엔터테인먼트



악동뮤지션 콘서트 일기장 이찬혁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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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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