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닮은 신기한 섬

완도군 어룡도 주민 "도시보다 살기가 좋아 자식들이 들어와요"

등록 2017.03.23 14:31수정 2017.03.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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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룡을 닮아 불린 이름 어룡도 ⓒ 이재언


며칠 전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와 함께 어룡도를 방문했다. 쥐라기(1억 3600만~1억 9000만년 전) 동안 가장 많이 번성했던 어룡 '이쿠티사우루스(Ichthyosaurus)'가 환생했을까? 드론 사진을 통해 본 섬은 영락없는 어룡의 형태다.

마을 지명유래를 살펴보면 큰 물고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려다가 개에게 꼬리가 잘려 승천하지 못하였다 하여 어룡도라 하였다. 실제로 섬의 뒤쪽에 잘린 부분이 있다. 섬이 만들어진 것과 관련된 '여의주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데, 어룡도 바로 앞에 있는 무인도가 바로 여의주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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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룡도 등대 모습.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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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꼬리 뒷 부분으로 양식장이 널려 있으며 날이 좋으면 한라산과 추자도도 보인다고 한다 ⓒ 오문수


선착장이 용의 입이고 그 앞에 여의주(주도)가 있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의주를 뱉은 곳이 까막섬이고 꼬리가 잘린 곳을 터진목이라 한다.

<두산백과>사전에 의하면 전라남도 완도군 노화읍에 딸린 섬으로 동경 126°30′, 북위 36°09′에 있으며 면적 0.18㎢, 해안선 길이 5.4km, 산 높이 85m로 13세대가 살고 있다. 노화도 서쪽 약 11km의 해상에 있으며, 서쪽의 대장구도와 소장구도 등의 부속 도서와 마주한다.

1883년에 삼도진인 넙도에 속하였다가 1896년 완도군 넙도면에 편입되었으며, 1916년 노화면 어룡리로 개편되었다. 1980년 노화면이 노화읍으로 승격됨에 따라 노화읍 어룡리로 되어 오늘에 이른다.

북쪽 해안에는 높이 10m 가량의 해식애가 발달하였고, 이곳에 어룡도 등대가 있다. 취락은 동쪽 해안의 어룡리 마을에 주로 분포하며,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농산물로는 보리·콩·고구마 등이 소량 생산되고, 해안에서는 멸치·문어·소라 등을 어획하며, 김과 톳의 양식도 이루어진다. 어란진과의 사이에 나룻배가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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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해남이 보인다. 행정구역은 완도지만 생활권은 해남이다 ⓒ 오문수


행정구역은 완도지만 넓은 바다 건너편에 해남 땅끝 마을이 보여 생활권은 해남이다. 주민이 가장 많이 살 때는 18세대가 살았다. 내연발전소가 있어 전기걱정은 없고 농사는 가용으로 쓸 만큼만 재배한다. 

마을에 있는 집들이 반듯하게  생겨 부자마을이란 느낌이 들어 아주머니 3명이 음식을 먹는 건물로 들어갔다. 방목하는 염소를 잡은 고기라며 상추쌈과 소주를 권한다.

"배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해경이 바다에서 음주측정을 하며 '더더더!' 하더라고요" 했더니, "염병하네! 최순실만 염병헌줄 알았더니". 최순실 얘기를 듣고 큰소리로 웃다가 대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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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룡도 선착장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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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양식이 주종인 섬이어서인지 전복틀이 널려 있었다 ⓒ 오문수


"요즘 도시에서 살기 힘들잖아요. 도시보다 살기 좋다고 자식들이 들어와 함께 살아요"

염소를 방목하고 미역과 다시마는 전복 밥을 주기 위해서만 양식한다. "어룡도는 사람도, 물도 인심도 좋아 서로 돕고 화목하게 산다"고 말한 아주머니가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어룡도 항구의 방파제가 약해서 태풍이 불면 큰 항구로 피항한다. 작년 태풍 때 두 척의 배가 부서졌다. 그녀는 "선창 한 부분을 매립해 물자를 보관할 공터가 필요하다"고 말한 후 "튼튼한 방파제를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여자가 대낮부터 술 마신다고 흉보지 말라"고 말 한 그녀가 사는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전복 값이 떨어지고 종패 값과 인건비도 비싸 힘들다"고 말한 그녀가 어려웠던 시절을 넘긴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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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목하는 염소를 잡았다며 고기와 술을 권하는 아주머니들의 인심이 좋았다 ⓒ 오문수


"4~5년전 태풍이 전복양식장을 산 밑에 갔다 놨을 때 10억 정도가 날아갔어요.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이제 빚도 갚고 조금씩 살 것 같아요. 그런데 살아보니까 그 때가 그래도 괜찮은 것 같아요."

술이 들어가 기분이 좋아진 아주머니들은 어룡도 등대가 절경이라며 길을 안내했다. 힘든 섬 생활을 술로 위안 삼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그녀들의 친절에 감사한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어룡도 #여의주설화 #완도군 #해남 #내연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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