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쪽 "블랙리스트, 장학금 기준 변경과 비슷"

[블랙리스트 2차 공판준비기일] 특검 "블랙리스트로 30년 전으로 회귀"

등록 2017.03.15 13:30수정 2017.03.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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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재소환되는 김기춘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재소환되고 있다. ⓒ 유성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변호인들이 법정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작성 지시·관여를 두고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15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의 심리로 블랙리스트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탓에,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과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은 출석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 쪽은 피고인들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관여 혐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검 쪽은 "블랙리스트는 오직 정파적 편 가르기에 불과했던 것이고, 국가와 국민의 안위조차도 무시됐던 직권남용에 불과했다"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본 건 공소사실은 이념에 따른 정책 집행과는 전혀 무관하다. 본 건 공소사실은 이념 대립이 아니라, 자유민주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편 가르기에 의한 검열 지시가 있었는지, 검열이 국가 최고 권력기관에 의해 자행됐는지, 설마 그 검열이 사전에 행해졌는지, 사전 검열조차 작품뿐만 아니라 사람의 것이었는지, 심지어 사람에 대한 사전 검열에 있어 연좌제가 적용됐는지, 사전 검열을 위한 리스트가 작성됐는지, 이와 같은 사전 검열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어떤 보복 조치가 행해졌는지, 사전 검열에 따른 배제 조치가 실제 행해졌는지 이다."

특검 쪽은 "이념 운운하는 주장은 부패 반 부패를 보수 대 진보로 바꿔 화합을 못하게 만드는 인권침해에 불과하다. 과거 30년 전으로의 회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 여부도 입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기춘 전 실장 변호인들 "'진보·보수 균형' 지시했을 뿐"

김기춘 전 실장의 변호인들은 잇달아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김경종 변호사는 "(김기춘 전 실장은) 진보를 배제한 게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균형 유지를 지시한 것"이라면서 "오히려 문화예술 정책을 정파적 편 가르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원배제 대상인 개인·단체가 특정 정파에 속한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특검의 주장이 오히려 정치적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원 변호사는 블랙리스트 작성이 국립대학교의 장학금 지급 기준 변경, 공공임대 주택 분양 기준 변경, 일선 학교의 국정교과서 신청에 대한 교육감의 철회 요구 등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처벌할 수 없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그는 "국립대학교에서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이 아닌 가정형편으로 바꾼다는 것은 좋은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빈곤층이 정부의 주요 지지층이니 혜택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또한 블랙리스트 작성이 직권남용이라면, 교육감이 일선 학교의 국정교과서 보조교재 사용 신청을 반려한 것도 직권남용이냐"라고 지적했다.

김기춘 전 실장의 변호인들은 특검 파견 검사가 공소 유지 업무를 맡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김 전 실장의 변호인들은 특검 수사관으로 일한 변호사들이 검사석에 앉는 것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검토하겠다면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같은 피고인인 김소영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김기춘 전 실장의 변호인들을 향해 "특정 피고인의 경우 (피고인 쪽 좌석에 앉은) 변호인이 여러 명이다. 나가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들이 좌석을 많이 차지한 탓에, 김소영 전 비서관과 변호인은 따로 책상을 마련해 앉아야 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1일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쟁점 등을 정리한 뒤, 본격적인 공판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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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공판준비기일] 반성 없는 김기춘 "특검이 구속돼야"
#블랙리스트 #김기춘 #조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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