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고구마 <피고인>, 결국 마지막 2회만 보면 되는 거였나

[TV리뷰] 끊임없는 도돌이표 전개... 시청률 높지만 웰메이드는 아니다

17.03.15 16:50최종업데이트17.03.25 17:34
원고료로 응원
장르물의 성공을 쉽게 담보할 수 없는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피고인>같은 작품이 시청률 25%를 넘겼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다. 로맨스나 출생의 비밀 등 흔히 사용되는 흥행 요소를 집어넣지 않고도 '누명을 뒤집어 쓴 한 남성의 고군분투'라는 소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피고인>의 도돌이표 전개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극 초반, 박정우(지성 분)는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채, 기억까지 잃어버린다. 행복했던 시절은 마치 꿈과 같이 사라지고 자신이 정말로 가족을 죽였는지 알지도 못한 채, 감옥에 갇혀버리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

그러나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드라마의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진 이후, 드라마는 이야기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문제는 <피고인>의 스토리라인이 너무나도 명확하다는 것이었다. 누명을 쓴 주인공이 누명을 벗고, 그를 그렇게 몰아간 악인들에게 복수를 하는 간단한 과정이 전부다. 이 간단한 스토리를 흥미롭고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서, 작가는 드라마의 악인을 좀 더 극악무도하고 절대적인 권력을 뒤에 업은 인물로 묘사한다. 너무 쉽게 악인이 무너지면, 드라마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드라마 <피고인>, 높은 시청률에 반비례하는 시청자 반응 ⓒ sbs


<피고인>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처음부터 최종 보스 격의 악인 차민호(엄기준 분)가 등장하고, 주인공과 대립구도를 형성한다. 중간에 새로운 인물들이 끼어들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차민호를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인물들 역시 차민호의 수하거나 조력자다. 결국 박정우 vs. 차민호의 스토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대결구도가 반복되는 느낌이 들자 시청자들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대결구도를 심화시키기 위해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하기만한다. 조력자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배신하기도 하고, 겨우 탈출에 성공해도 또다시 감옥에 끌려들어간다. 차민호의 뒤에 있는 차명그룹은 교도소든, 검찰이든 쥐고 흔들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이 상대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주인공이 뭔가 반격을 시작하려고하면 저지당하는 구성이 반복되며 시청자들도 따라서 지쳐가기 시작한다. 박정우의 가장 큰 조력자이자 증인인 이성규(김민석 분)는 15회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한다. 일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자 등장인물을 죽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전개에 비난이 쏟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16회가 진행되는 동안 억울함→반격시도→실패의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 증인까지 목숨을 잃자, 시청자들은 이 도돌이표 전개에 깊은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16회에 이르러 누명을 벗고 검찰에 복귀한 박정우의 스토리가 이어지지만, 이는 박정우가 누명을 쓰고 반격을 시도하는 극 초반부로 돌아간 상황에 불과했다. 결국 모든 일은 2회차 안에 다 해결이 나는 것이었다. 결국 2회차에 모든 일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그간 고군분투 했던 박정우의 고난길이 허무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은 2회 연장은 드라마의 '답답함'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 연장된 2회동안 진행된 것은 또 똑같은 반격시도와 실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패턴을 16회 동안 수 차례 반복한 것은 제작진 역량의 문제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음에도 2회 연장까지 무리수를 던진 것 또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2회 안에 통쾌한 반격은 이루어질 것이고 그 반격이 성공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만 중간의 6회 정도가 사라지더라도 이 드라마의 전개의 차이점이 없을 정도로 같은 패턴을 반복 한 후, 마지막에 급하게 결론을 내는 것을 두고 좋은 구성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결국 연기자들의 호연은 빛났고, 드라마는 20% 중반을 넘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실망한 시청자들이 있는 한, 이 드라마를 '웰메이드'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피고인 지성 엄기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