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김기춘 "특검이 구속돼야"
읍소하는 조윤선 "헌법·역사 앞에 반성"

[블랙리스트 1차 공판준비기일] 김기춘, 세 가지 혐의 모두 부인... 조윤선은 "반성"

등록 2017.02.28 16:20수정 2017.02.28 18:03
38
원고료로 응원
a

김기춘, 법원 영장심사 위해 출석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문화계 지원이 이념적으로 편향됐고, 코드인사였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변호인, 김경종 변호사가 말했다.

김기춘 "블랙리스트 작성은 비정상의 정상화"

구속기소 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국정농단 의혹 특별검사팀은 그가 ▲ 박근혜 대통령,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과 공모해 노태강 전 국장 등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직을 강요하고 ▲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으며(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거짓증언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김 전 실장 쪽은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특히 블랙리스트 작성은 정당한 업무였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검이 공소장에 적시한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정권 초기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다(2013년 8월 21일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회의)" 등 김 전 실장의 발언 역시 '국정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인 이상원 변호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을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예술 활동 지원 기금을 신청했을 때 '당신은 정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 활동을 했다'며 거절하면 위법이냐"고 했다. 특검의 기소논리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기본 법리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변호인단은 김 전 실장이 노태강 전 국장 등 1급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한 것도 정당한 인사권 행사이며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특검이 그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정동욱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지금 구속돼 법정에 있을 사람은 김기춘 피고인이 아니라 직권을 남용한 특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법의 목적과 수사대상을 보면 최순실의 국정농단 관련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최순실을 본 일도, 전화한 적도 없고 최순실도 여러 매체에서 김기춘을 모른다고 했는데도 구속시킨 것은 위법수사"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김 전 실장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볼 때 구속집행정지 여부도 살펴봐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윤선 "헌법과 역사 앞에 반성... 책임을 통감한다"

a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재소환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반면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쪽 분위기는 김 전 실장과 달랐다. 변호인 김상준 변호사는 "피고인은 이 사건 블랙리스트를 이용해 차별 지원과 지원 배제 조치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점에 책임을 통감하고 많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려드려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헌법과 역사 앞에서 반성한다"고 말했다.

"조윤선 피고인은 반대파라 적대시하고 강압해야 할 대상이 아니며 그들을 포용, 설득해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국가적 지원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끌어안아야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봤는데 이 지경에 이르게 돼 자괴감을 느낀다."

김 변호사는 다만 이 사건이 조윤선 전 장관의 정무수석 시절에 벌어지긴 했지만, 그는 의사결정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일부 공소사실은 실체적 진실과 다르다고 했다. 또 몇몇 부분은 특검 주장과 다르게 그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해야 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질의에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위증했다는 공소사실 역시 다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과 함께 기소된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은 자신이 노태강 전 국장 등의 사직과 문화예술계 지원을 강요했다는 특검 쪽 주장이 공소장에 명확히 담겨 있지 않다고 했다. 또 김소영 전 교육문화체육비서관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그도 공범이라는 특검 주장과 달리 의사결정 단계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3월 15일 오전 10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남은 쟁점을 정리할 계획이다.
#김기춘 #조윤선 #블랙리스트
댓글3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