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구에 맞선 노승일
"대통령은 윗분이고, 국민은 하찮나"

[탄핵심판 12차 변론] "최순실, 박근혜는 가장 가까운 언니 동생이라 말해"

등록 2017.02.09 21:42수정 2017.02.0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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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심판 12차 변론 시작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대통령 탄핵심판 제12차변론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주재로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과의 전화통화를 녹음해 세상에 공개한 것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음해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거듭된 정치공세에 시달린 내부고발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고성을 지르고 말았다.

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K스포츠재단의 노승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에게 박 대통령 측 대리인들은 '음모론 공세'를 폈다. 요지는 '최순실은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에 실권이 없었고,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 부장, 박 과장 등이 최순실을 이용해 사적인 이득을 취하려다가 최씨에게 덮어씌운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정치 음해? 대통령만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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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박근혜 탄핵심판 증인 출석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이 중 가장 강한 공세는 '정치 공세'였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중 한 명인 서석구 변호사는 노 부장이 최순실씨와의 전화통화 녹음 파일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넘긴 것 자체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했고,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측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노 부장은 이전에 했던 답변을 되풀이하며 언성을 높였다. 서 변호사도 목소리를 높여 "어떻게 증인이 대통령 측 변호인에게 무례하게…"라며 맞받았지만 노 부장은 "그러면 대통령은 윗분이고 국민은 하찮은 인간입니까?"라고 외쳤다.

서 변호사가 정치공세를 계속하자 노 부장은 또 "피청구인 측만, 피청구인(박 대통령)만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노 부장은 이날 박 대통령 측이 '최순실이 박 대통령을 팔고 다닌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독일에서 (최씨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최씨가 '가장 가까운 사이이고, 친한 언니 동생 사이이다'라고 해 내가 '박근혜 대통령을 말하는 게 맞냐'고 물으니 '맞다'고 했다. 2015년 9월 경이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변론에서 노 부장과 서 변호사 사이의 증인신문 말미 부분이다.

서석구 : "증인은 이렇게 USB를 담아가지고 더민주당의 과거에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의원한테 이 USB를 건넸죠?"

노승일 : "네 제가 건네드렸습니다."

서석구 : "언제 어디서 이 USB를 박영선 의원에게 전달했습니까?"

노승일 : "청문회가 끝나고 나서 고영태랑 밥을 먹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고영태에게 '혹시 박영선 의원의 연락처가 있냐'고 했더니 고영태가 주머니에서 이만큼 명함을 꺼내더라. 거기에서 고영태가 박영선 의원님 명함을 찾아서 박영선 의원님을 연결시켜줬습니다. 그 다음날 (박 이원을) 만나뵙게 됐습니다. 박영선 의원님께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건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 것 같다'라고."

서석구 : "고영태가 박영선 의원을 만난 건 (2016년 12월) 8일과 12일 두번에 걸쳐서 만났죠?"

노승일 : "두 번에 걸쳐서인데 8일인지 9일인지 모르겠는데 12일은 맞는 것 같습니다."

서석구 : "그런데 증인이 하필이면 기자에게 주지 않고 과거에 더민주의 원내대표를 지낸 박영선 의원에게 이 USB를 전달한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할 명백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닙니까?"

노승일 : "청문회 안보셨습니까? 백승주 의원님께서 (청문회에서) 똑같이 질문했습니다. 그에 대해서 똑같이 말씀드리면, 여러 의원님들 다 훌륭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자료를 진실되게 세상에 밖으로 밝힐 수 있는 건 박영선 의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분을 택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제가 답답해서 한 말씀 드리겠는데요, 이경재 변호사가 질문했던 것, 백승주 의원이 질문했던 것, 다 중복돼서 이렇게 질문하시면…"

서석구 : "증인!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서는 증인에게 얼마든지 증인에게 신문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이 중대한 재판에서 어떻게 증인이 대통령측 변호인에게 무례하게…"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서 변호사님 질문 다 끝나셨으면…"

노승일 : "그러면 대통령은 윗분이고 국민은 하찮은 인간입니까?"

서석구 : "아니 제 질문에 대해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서 변호사님!"

노승일 : "말씀하시는 게 그런 거 아닙니까?"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증인! 조용히 하십시오. 서 변호사님 질문 다 끝났으면 마무리하겠습니다."

서석구 : "증인은 7회 진술조서에 이렇게 얘기했더라고요 '저도 최순실의 국정개입 진실을 고발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죠? 조사를 받을 때, 검찰에서?"

노승일 : "네."

서석구 : "물론 증인은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사가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노승일 : "정치적 의사는 분명히 아닙니다."

서석구 : "그런데 우리가 생각할 때는 왜 더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치적 영향력이 큰 사람한테…"

노승일 :"피청구인측만, 피청구인만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 국민 대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석구 : "고영태가요 청문회에 나와서 '최순실이가 권력서열 1위'라고 표현했습니다. 박영선 의원을 만나고 난 이후에 청문회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 그래서 우리가 정치적으로 이용할 의도가 아니냐고 하는 것입니다."

노승일 : "제가 다시 한번 바로잡아드리면, 고영태는 청문회 이전에 박영선 의원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계속 유도심문을 하실 것 같으면 이쯤에서 그만하시죠."

서석구 : "8일 날 12일 날 만난 게 분명합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서 변호사님 신문 그만하시죠. 증인도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질문에만 답변하십시오."

노승일 : "다시 한번 확인해보세요 다시 한번."
#노승일 #탄핵심판 #서석구 #정치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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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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