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의 겨울살이는 '겨우살이'

살아남는 것 자체가 전쟁

등록 2017.01.26 14:28수정 2017.01.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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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민들의 도움을 구하는 시리아 난민 파리, 시민들의 도움을 구하는 시리아 난민 ⓒ 김동문


유럽에서 반이민정서, 반이슬람 정서가 강화되고 있는 지금, 무슬림 이민자의 일상을 마주하기 위하여 프랑스 파리를 찾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의 사람들을 마주했다.

1월 25일 오후, 영하까지 내려간 날씨가 오후 들어서면서 조금 풀렸다. 그러나 차가운 겨울 날씨는 여전했다. 잔뜩 몸을 움츠린 파리시민들 사이에 잔뜩 쳐진 몸짓을 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을 마주했다. 유럽에 힘겹게 진입한 시리아 난민도 낯선 곳에서 겨울을 맞고 있다.

예상치 못하게 난민 또는 이민자로 살아가는 것은 험난하다. 평범한 일상도 요원하다. 준비 없이, 급박한 현실을 피해 가까스로 유럽에 진입했지만 새로운 고난의 시작이었다.

전철을 갈아타기 위해 무리 지어 가는 파리 시민들 틈에서, 갑자기 아랍어 말소리가 들린다.

"나흐누 쑤우리인 민 빌라드 앗-샴."(우리는 시리아인들입니다)

'bilād as-Sham'(빌라드 앗-샴) 지역은 지금의 시리아, 레바논이 자리한 지역을 말하는 아랍의 고유한 표현이다. 한편 이라크는 '두 강 유역'이라는 뜻을 가진 'bilād ar-rāfidayn'(빌라드 아르-라피다인)으로 부르곤 한다. 이 난민들은 종이상자를 떼어서 엉성하게 만든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손팻말엔 짧은 영어로 '시리아인'이라고 적혀 있다. 알라의 자비를 구하고, 무슬림 형제애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곁에 다가서는 시민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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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민들의 도움을 구하는 시리아 난민 ⓒ 김동문


650만 명 정도의 시리아인이 나라를 떠났다. 갖은 사연을 안고 유럽에 진입한 시리아 난민들, 이들의 여정에도 저마다의 '이야기'와 '사연'으로 가득 차 있다. 시리아 난민들은 합법이든 불법이든 유럽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감사였고, 큰 성취였다. 그러나 이들의 첫 겨우살이는 녹록지 않다. 시민들의 환대도 기대할 수 없다. 한파가 몰아닥치는 유럽의 추위도 익숙하지 않다. 합법적인 난민이 아닌 이들에게는, 일자리도 없고 잠자리도 제대로 마련할 힘이 없다.


파리 시내 지하철 환승역 곳곳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눈에 띈다. 거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어를 거의 못하고, 짧은 프랑스어로 도움을 구하지도 못하는 이 난민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왜 이들은 아랍계 이민자들이 많은 곳에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시민들 틈에서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무슬림, 같은 아랍계라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경우는 없기 때문일까.

아직 영어도 프랑스어도 거의 못하는 시리아 난민들이 자신들의 모국어인 아랍어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추운 이곳 겨울 날씨만큼이나 냉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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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도움을 구하는 시리아난민 ⓒ 김동문


아랍어 외침에 주목하지 않은 파리 시민들의 모습은 도시의 차가운 단면이다. 이들의 말을 알아듣는 북아프리카 출신 아랍계 이민자들은 물론 무슬림 이주자들조차 이들의 외침에 아무런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같은 시간, 파리 중심부로 가는 전철 안에서 아프리카계 난민이 서툴지만 준비된 프랑스어로 시민들의 도움을 구한다. 그러자 하차하는 승객들 가운데, 그 여인에게 작은 정성을 쥐여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시리아 난민, 그들은 파리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매서운 겨울살이와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파리 #무슬림 #시리아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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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은, 아랍어를 전공하였다. 아랍 이슬람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문명과 일상, 이슬람 사회를 연구하고 있다. 그 것을 배우고 나누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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