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진범 잡힐 때까지 몽둥이 끼고 자"
영화 <재심> 실제 주인공을 만나다

[inter:view] '재심' 나오기까지,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기자가 푼 숙제들

17.01.27 10:35최종업데이트17.01.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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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재심>이 다룬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기자. 박 변호사는 공권력의 안일함으로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들을 만나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박상규 기자는 박 변호사의 현실적 어려움을 듣고, 이를 기사로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다. ⓒ 권우성


시쳇말로 스포츠 경기에서 종종 해설자가 던지는 말이 있다. 게임 중 좀처럼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하는 '승부는 이미 결정됐다'. 동시에 우린 이를 뒤집는 말 또한 알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타칭 '파산변호사', 자칭 '국선 재벌' 박준영 변호사는 법조계의 뒤집기 선수였다. 여기에 잘 다니던 언론사를 스스로 박차고 나와 백수를 선언한 박상규 기자가 합세했다. 이들로 인해 대법원의 판결까지 이미 끝나 좀처럼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 수 없을 것 같았던 사건들이 재심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그리고 완도 무기수 김신혜 사건까지다. 모두 십수 년의 억울함을 품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수 년 동안 치열하게 전국을 뛴 결과다. 끝날 때까지 이들은 끝내지 않았다.

언급한 사건 중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영화화됐다. <재심>이라는 제목으로 2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태윤 감독이 직접 각본까지 쓴 영화는 박준영 변호사를 중심으로 누명을 쓴 한 청년이 재심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배우 정우와 강하늘이 각각 변호사 이준영과 살인범 누명으로 10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된 현우 역을 맡았다. 개봉에 앞서 <오마이스타>는 진실을 파헤치고 세상에 알린 두 주역을 미리 만났다.

"영화화 결정이 사건 해결에 큰 도움"

"재심(再審):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에 당사자 및 기타 청구권자의 청구에 의하여 그 판결의 당부를 다시 심리하는 비상수단적인 구제방법." - <두산대백과> 중에서

말 그대로다. 삼심제를 택하고 있는 국내 법제도상 대법원 확정판결은 사건에 대한 최종 결론과 마찬가지다. 재심은 그 제도 안에서도 억울함이 있는 피해자를 구하기 위한 일종의 마지막 수단인 셈.

누군가에겐 법전 구석에 처박아 둔 아무 효용 없는 단어겠지만, 박준영 변호사와 억울하게 옥살이한 피해자에겐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또한, 이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며 국민적 후원을 끌어낸 박상규 기자는 재심 프로젝트의 큰 동력이었다. 두 사람 이야기는 저서 <지연된 정의>에 자세히 나왔으니 참고하자.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한 이들의 스토리 펀딩은 역대 최고 후원금인 5억 6000여만 원을 모으며 국민적 관심을 증명했고, 현재 관련 프로젝트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수년간 뛴 결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재심 확정판결은 물론이고 영화화 역시 그렇다. 약 4년 전 영화화 논의가 처음 나왔다고 들었는데 그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박준영:
"영화가 처음에 만들어질 당시 상황은 SBS에서 익산 사건의 공론화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재심이 되고 무죄판결이 날 걸 전제로 한 게 아니었고, 법적으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기 쉽지 않겠지만, 세상이 좀 알아줬으면 하는 차원이었다. 본래 시나리오엔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이게 참 운명이라고 영화의 투자가 지지부진했다던데 박 기자랑 스토리 펀딩을 하면서 공론화가 됐고, 사건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이야기가 된 걸로 알고 있다. 처음엔 변호사가 여자였다고 들었다. 감독님이 처음엔 그래서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난 뭐 상관없었는데."

재심 사건들을 맡기 전 그는 각종 사건의 국선 변호인을 맡으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갔다. 비싼 사건이 아닌 몇 십만원의 수임료를 받는 국선 변호인의 생활을 초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국선재벌'이라 칭할 수 있는 이유다. ⓒ 권우성


박상규:
"나도 영화를 준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익산 사건이 일단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진 것 자체가 놀라웠고, 충분히 영화적 요소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박 변호사의 삶을 다루는 것도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라고 본다. 독특한 캐릭터다. 한국 사회에서 보기 힘든 변호사지(웃음). 법정에서 법리를 따지며 무죄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 직접 가서 기자처럼 취재하고 증거를 수집한다. 피해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도 찾아 나서고…. 충분히 영화로 나올 소재다."

- 근데 두 분은 영화를 좀 보시나?
박준영: "극장에 잘 안 간다. 그냥 집에서, 그 뭐지? IPTV 이런 거로 가끔 보지. 극장은 거의 1년에 한 번 가려나?"

박상규: "나도 잘 안 본다. 아무래도 기자라 스토리 기법을 참고해야 해서 영상을 자주 봐야 하는데 드라마도 안 보게 되더라. 책은 좋아하는데."

박준영: "(박 기자는) 모든 걸 귀찮아한다. 아, 축구를 좋아하지? 그리고 분위기와 달리 이 사람이 책 읽는 걸 좋아한다는데 신기해 죽겠다(웃음)."

영화 <재심>의 구체적인 시작은 이렇다. 해당 사건을 취재했던 SBS 이대욱 기자가 지인을 통해 김태윤 감독에게 제안했고, 피해자 최아무개씨의 동의를 함께 구했다. 사건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당시 사건 기록을 넘기고, 설명하는 역할"을 했다. 여러 이유로 투자가 지지부진하던 차에 주연 배우가 확정되면서 제작이 급물살을 탔다. 공교롭게도 영화 시작 무렵 사건의 재심이 확정됐고, 촬영이 끝날 즈음 최아무개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 이렇게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좀 있다. <변호인> <또 하나의 약속>에 이어 <재심>이 이제 가장 최신의 실화 바탕 영화가 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박준영: "박 기자와 스토리펀딩을 하는 등 재심을 위해 나름 노력했다. 검찰에선 계속 최군이 범인이라 주장했지. 재심 반대 의견서도 쓰고. 재심한다 해도 검찰이란 조직이 하던 주장을 하루아침에 정반대로 하는 건 쉽지 않다. 근데 이 사건은 대법원의 재심 결정 이후 검찰 입장이 확 바뀌었다. 난 그 이유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태원 살인사건> 선례가 있잖나. 영화 때문에 패터슨을 잡을 수 있었다. <재심>의 흥행은 알 수 없지만, 영화화된다는 사실이 검찰을 많이 자극한 것으로 본다. 실화의 영화화가 여러 긍정 효과가 있겠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사건에 큰 힘이 됐다."

지난했던 영화화 과정

영화 <재심> 포스터. 정우가 변호사 역을, 강하늘이 누명을 쓴 피해자 역을 맡았다. ⓒ 오퍼스픽쳐스 , CGV 아트하우스


- 사실 영화 기획까지만 쉽다. 김태윤 감독은 백혈병에 걸린 삼성 반도체 직원을 소재로 한 <또 하나의 약속>도 어렵게 찍었다. <재심> 역시 3년 이상 걸리는 걸 보면서 내심 불안하지 않았나.
박준영: "투자 자체가 쉽지 않았으니까. 영화가 지지부진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일전에 수원 노숙 소녀 사건을 영화화한다고 자료 받아간 분이 있었는데 잘 안 되는 과정을 봤다. 영화화가 보통 일이 아님을 안다. 기대하면 실망이 크기에 솔직히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진척되더라. 난 오로지 사건 기록을 설명하는 역할만 했다. 따로 배우를 만난 적도 없고."

- 강하늘씨가 이 사건에 관심이 많았다. 출연 제안에 가장 먼저 흔쾌히 수락했다고 들었다. 근데 변호사 역의 정우씨도 그렇고 배우들을 전혀 안 만났다니.
박준영: "내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영화 촬영 전까지) 내가 한 건 법정 분위기나 옷차림, 내가 겪은 에피소드를 제작진에 얘기해주는 것뿐이다. 감독님이 실제로 법정에 와서 취재도 했고 다 봤으니까. 배우들 만나고픈 마음은 굴뚝같았지. 얼굴도 궁금하고 촬영을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했으니. 마지막 촬영 날 인사는 해야 할 것 같다고 불러줘서 다녀오긴 했다."

영화 <재심>이 다룬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박상규 기자. ⓒ 권우성


- 박상규 기자 입장에선 좀 서운할 수도 있다. 영화는 변호사 이야기 중심인데.

박상규: "이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건 SBS 이대욱 기자다. 익산, 삼례, 김신혜 등 우리가 진행한 사건은 다들 15년이 넘은 거라 모든 언론사가 다뤘고, 난 발하나 걸친 거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는 데 정말 많은 사람의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대욱 기자 역시 혼자 이룬 건 아니지. 지역 기자, 지상파 방송사 등 여러 노력의 과정이 쌓인 결과다."

- 반 농담으로 질문한다. 영화 주인공인 정우씨와 강하늘의 캐스팅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박상규: "흥행성 면에서 좋겠지만 강하늘씨가 좀 착해 보인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나 할까(웃음). 누명을 쓴 사람들은 비주얼이 안 된다. 딱 봤을 때 범죄자형이다. 그러니 누명도 쓰고 그러지."

박준영: "오해의 소지 없게 박 기자의 말을 잘 써 달라. 강하늘씨가 연극배우 출신이라 잘한다고 들었다(웃음)."

진실의 힘

누군가 억울하다는 건 숨겨진 진실이 있다는 것이고, 그걸 파헤치기 위해선 거짓으로 묻는 것 이상의 힘이 들게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의 피해자를 위해 박 변호사는 길게는 6년 넘게 전국을 오갔다. 이를 알리기 위해 박상규 기자도 2년을 함께 매달렸다. 특히 익산 사건을 다룰 땐 진범이 구속되기 직전까지 두 사람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에 잠자리 곁에 몽둥이를 두고 잠을 자는 결코 웃지 못할 시간도 겪어야 했다.

이들의 저서 <지연된 정의>엔 익산 사건 해결의 또 다른 주역인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반장이 등장한다. 그가 남긴 말이 큰 울림을 준다. 황 반장은 진범을 잡았다가 검찰과 상부의 압박으로 끝내 풀어줘야 했고, 좌천까지 당했다가 은퇴 이후 겨우 명예회복을 한 장본인이다. 명예회복 직후 황 전 반장은 이 '박 콤비'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는 싸움을 했는데 결국 진실이 이겼네요."

- 황 전 반장 말처럼 진실의 힘을 증명했고 하는 중이다. 다들 끝난 싸움이라 했는데 끝까지 싸움을 걸었다는 게 핵심 같다. 이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의 핵심은 뭐라 생각하나.
박준영: "누가 뭐래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 그 과정은 여러 사람의 협력과 연대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영화 대본에도 나오지만 이미 형이 확정된 사람을 변호한다는 건 의심과의 싸움이다. 사람들이 다들 묻는다. 살인범이 아니라는 걸 어찌 보장하냐고. 그 의심을 극복하고 믿고 함께 진실을 찾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

박상규: "이 사건은 조직적으로 엘리트가 가난한 이에게 누명을 씌운 거다. 진범 추정 인물이 잡혔을 때 모든 게 제 자리로 갈 수 있었는데 검찰이 묻어버렸다. 영화 개봉과 함께 아마 거기에 개입한 두 검사가 수면 위에 오를 거다. 둘 다 현직이고, 고위직에 있거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찰만 증인으로 나오고 검사들은 나오지 않는다. 말단만 계속 책임을 지고 있는데 당시 (사건을 잘못 판단한) 재판부도 그렇고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 결과적으로 잘 됐지만 애초에 대상과 객관적 거리를 둬야 하는 기자와 대상을 적극적으로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의 조합이 쉽진 않았을 텐데.
박상규: "회사를 나온 뒤 기자들의 취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기자가 기사 쓰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진실이거든. 근데 한국에선 공정성을 더 강조한다. 살인 누명 쓴 사람이 있고, 진실을 조작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둘의 주장을 함께 다루면 공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누명 쓴 사람이 피해 보는 것이거든. 기자는 양쪽의 주장이 충돌한다고 보도할 게 아니라 누가 거짓말하는지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애초부터 살인범을 적시하고 갔다. 취재해보니 살인범이 따로 있었으니까. 물론 나도 신이 아니기에 완벽하게 모르지만 책임지면 되는 거잖나. 사과하고 정정보도 하거나, 아예 물러나거나. 기자가 관찰자여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안 한다."

박준영: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학벌과 경력으로 사람을 판단하잖나.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했어도 사람들이 절 능력 있는 변호사로 안 본다. 잘할 수 있다고 해도 사건을 맡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손대지 않는 영역에 도전한 거고, 도전했다면 물러설 수 없는 거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게 아니라 정의감에? 혹은 피해자들이 불쌍해서 시작했다면 지금에 올 수 있었을까. 공익과 개인적 목적의 결합이었지. 난 박 기자와의 결합이 시너지가 될 거로 생각했다."


. ⓒ 권우성


- 여러 재심 사건을 다루며 정말 이뤄질 거라 기대했나. 또 진행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궁금하다.
박상규: "검찰이 계속 최씨를 범인이라 주장했다. 법적으로 재심이 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크게 기대 안 했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한 거지. 변호사님은 기대하셨나?"

박준영: "기대했지. 피해자가 살길이라 생각했으니까. 박 기자야 회사를 나오며 여러 아이템을 품고 있었지만 난 어찌 됐든 이 사건이 내 운명일 뿐만 아니라 내 가족의 삶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기대했다. 이 사건의 진범을 공개할 때 가장 두려웠다. 지금은 진범이 구속돼 있으니 괜찮더라. 범인이 개명까지 했다. 김준영으로. 내 이름이 박준영이고 영화 <재심> 속 이름은 이준영이다. 그러고 보니 김이박이 다 들어가 있네?"

박상규: "우연의 일치겠지. 어쨌든 이 사건은 두 검사가 큰 잘못을 했다. 그리고 그의 부모와 외삼촌이다. (진범이 최초 잡히고 풀렸을 때 은폐한 건) 결국 반성의 기회를 뺏은 거잖나. 그때 잘못 시인하고 그랬으면 지금쯤 만기로 출옥했을 거다. 올해 서른아홉일 텐데 인생을 충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이다. 나 역시 진범이 구속된 이후 잠이 잘 오더라."

박준영: "아니, 그렇게 생겼으면서 뭘 무서워하고 그러나?"

박상규: "에잇! (웃음) 책 쓴 이후 든 생각인데 삼례나 익산 사건은 진범을 잡았잖나. 개인적으론 김신혜 사건이 대박이다. 다시 보니 허위자백의 백미더라. 영화화하려면 이걸 해야 해. 취재하면서도 '김신혜가 과연 무죄일까' 계속 의심했다. 이젠 완전히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을 굳혔다!"

박준영: "역사적 사건이다. 사건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사람 심리에 대해 연구하게 만든다. 사실 확정에 대한 확률게임이거든. 판사가 판결문을 쓸 때 '충분히 인정된다', '믿는다' 등의 강한 신뢰의 표현을 썼는데 결론을 내야 하는 입장이더라도 믿는다는 표현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판이 나올 수 있는 인간의 재판이다. 신이 아닌 이상 그런 표현은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조합은 역대 포털사이트 스토리펀딩 최고 후원금과 최다 후원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배우지 못한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집요하게 취재하고 발로 뛴 결과물이다. 진실을 위해 몸을 던진 이들의 활약은 충분히 박수받고 격려받아 마땅하다. ⓒ 권우성


이야기를 끊지 못할 정도로 대화는 무르익었다. 두 사람은 지면에 차마 다 실을 수 없을 사건에 대한 여러 소회를 털어놨다. 인터뷰 후 이어진 술자리에서도, 헤어진 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서도 이들이 끊임없이 진실을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안에서 사건 피해자들은 함께 울고 웃었다. 진짜로 억울하게 우는 사람이 없는 때가 올까. 법과 제도, 상식 앞에 과오가 있는 이들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때가 올까. "운명을 믿는다"던 박준영 변호사의 말을 말미에 덧붙인다.

"박 기자와 저 모두 절박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쓸쓸할 때 만났습니다. 그래서 절실한 선택을 했고, 여기까지 온 거죠. 우리의 조합으로 의미 있는 일도 벌어졌고요. (중략) 우리가 만났다는 게 중요하죠. 서로 목격자가 있다는 거. 혼자 했다면 누가 이 사건을 얘기해주겠어요. 어떤 일이든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그래서 선한 연대의 힘을 믿습니다."



재심 박준영 지연된 정의 박상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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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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