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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은 '쓸쓸하고', 성과는 '찬란하신' <도깨비>

[TV리뷰] 김은숙 작가, 한국형 판타지의 진화 보여주다

17.01.22 10:53최종업데이트17.01.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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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쓸쓸하고 찬란하 神-도깨비>(이하<도깨비>)는 첫 회부터 화려한 연출과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첫 회부터 큰 관심을 얻은 <도깨비>는 16회가 방영되는 내내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켰다. 각종 패러디와 팬아트 등이 쏟아졌고 유행어도 당연히 만들어졌다.

<도깨비>는 대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흥행작으로서 우뚝 섰다. 단순한 흥행작이 아니라, 한국형 판타지로 한국식 영웅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한국 드라마의 한 단계의 진화를 보여주었다고 할 만하다. <도깨비>로 발견한 가장 큰 성과 세 가지를 꼽아보았다.

김은숙 작가의 성장

<도깨비> 포스터. ⓒ CJ E&M


<도깨비>는 2016년의 최고 흥행작 <태양의 후예>를 공동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김은숙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흥행력을 가진 작가다. <파리의 연인>부터 <태양의 후예>까지, 집필한 모든 작품이 높은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흥행성을 인정받았지만, 후반부의 뒷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스토리의 완성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 역시 존재했다.

김은숙 작가는 "왜 신데렐라 이야기만 쓰느냐"는 질문에 "신데렐라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다. 딴 걸 해보면 시청률이 안 나온다. 드라마는 예술이 아니라 한 시간짜리 엔터테인먼트다. 그래서 늘 남의 돈으로 예술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드라마를 쓴다"고 말한 바 있다.

'시청률'에 의미를 가장 크게 두고 있음을 밝힌 그는, "시청률 잘 나오는 법을 잘 알고 있다
"고도 말한 적이 있다. 스스로 철저히 자본주의의 논리로 드라마를 만드는 작가라고 밝힌 셈이다. 이를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드라마는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는 문화상품이고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아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 김은숙 작가의 마법에 홀린 시청자들은 언제나 그의 드라마를 찾았고, 그의 주가는 언제나 상승곡선이었다.

이같은 흥행 신화에도 뻔하고 트렌디한 드라마 이상을 보여주는 능력은 의심받았다. 분명 드라마는 히트했고, 작품에 출연한 스타들의 몸값은 상한가를 치지만, 작품성에 대해서는 비판의 시선이 늘 따랐다. 이런 세간의 평판만큼은 김 작가도 아쉬울 법도 할 것이다.

<도깨비>의 제작발표회에서도 이런 지적은 어김없이 나왔다. <태양의 후예>가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보다는 대사 중심이 됐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온 것이다. 김 작가는 "늘 있던 지적이다. 그것마저 없는 것보단 낫지 않냐"고 농담을 던진 후, "이번엔 미흡한 부분을 채우려고 한다. 엔딩까지 서사를 잘 끌고 가서 '김은숙이 이렇게도 해?'라는 칭찬을 듣고 싶다. 변해볼 테니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그리고 김은숙은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졌다.

지난 작품 속에서 아쉬웠던 서사구조를 <도깨비>에서는 끝까지 채우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물론 여전히 스토리보다는 캐릭터가 드라마의 중심이었고, 중간에 서사 구조에 대한 늘어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단점을 가릴 만큼 특별한 분위기와 배경, 그리고 그 속에 넣은 죽음과 삶에 대한 짧은 단상들은 작가의 성장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부분이었다.

이번에도 PPL이 지나쳤다는 지적은 있었다. 하지만 막대한 제작비가 든 작품이니만큼 PPL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충분히 고민한 흔적이 보였고, 이번에는 '옥에 티'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스토리 텔링은 빛을 발했다.

캐릭터 역시 단순히 여심을 울리기 위해 무리한 대사를 던지는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에서 진화했다. 여전히 대사는 힘이 들어갔지만, 지나침과 로맨틱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며 작가의 재치를 보여주었다. <도깨비>는 모든 면에서 작가의 공이 큰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소재와 편성이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케이블 채널에서 김은숙 작가는 훨훨 날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 공유의 귀환, 이동욱의 재발견

<도깨비>로 '인생 캐릭터'를 추가한 공유 ⓒ CJ E&M


<도깨비>의 가장 큰 수혜자는 뭐니뭐니해도 출연 배우들이다. 공유는 <커프 프린스 1호점> 이후 자신의 대표작의 이름을 다시 썼다. '천만 영화' <부산행>, 700만이 넘은 <밀정> 등 흥행작에 출연하면서도 공유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은 힘겨웠다. 하지만 <도깨비>의 김신은 당분간 잊히지 않을 이름이 되었다. 로맨틱함은 기본으로 '불로불사' 신의 능력까지 갖춘 완벽한 이 남자는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생을 끝내고 싶어 하는 애절함까지.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도깨비는 그렇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공유뿐 아니라 저승사자 역할을 맡은 이동욱 역시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때로는 주연보다 더 강렬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온 이동욱 역시 <도깨비>로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도깨비>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동욱에 대한 평가도 드라마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여기에 여성 출연자인 김고은과 유인나의 주가 역시 상승했다. 남자 배우들이 아무래도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스토리라인이지만, 그들의 사랑을 받는 독특한 캐릭터의 여성 캐릭터들 역시 매력적이었다. 그들의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애절한 사랑에 시청자들은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한국형 판타지의 진화

한국형 판타지와 한국형 히어로. <도깨비>는 한국 판타지 드라마의 진화를 보여줬다. ⓒ CJ E&M


<도깨비>는 한국형 판타지가 한 단계 성장했음을 알렸다. 어색하지 않은 특수효과와 스케일에서 이전 작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완성도를 자랑했다. 한국 전통의 신인 도깨비를 소재로 하여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캐릭터의 재해석을 했다는 것 또한 칭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판타지 소재는 꽤 오래전부터 트렌드가 되었지만,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도깨비>는 김신의 가슴에 꽂힌 칼같은 설정부터 다양한 특수 효과, 과거의 전쟁 장면이나 현대의 사고 등 모든 장면을 어색함 없이 풀어낸 연출이 돋보였다. 한국형 판타지로 내세우기에 <도깨비>는 손색이 없었다. <도깨비>의 종영이 시청자들에게는 쓸쓸한 일이 되겠지만, 그 성과가 찬란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도깨비 김은숙 공유 이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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