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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캐피탈 딜레마... 톤 그리고 수비형 레프트

[인터뷰] 고장 난 스피드 배구, '외국인 선수' 고민 깊어간다

17.01.14 15:23최종업데이트17.01.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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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의 선택 '톤'... 2016년 5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현장 ⓒ 박진철


잘나가던 현대캐피탈이 삐걱거리고 있다.

4라운드 들어서 눈에 띄게 부진하다. 1경기밖에 안 남았는데, 2승 3패다. 2라운드 4승 2패, 3라운드 5승 1패의 상승세가 급격히 꺾였다. 1위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다. 역대 최고의 선두권 싸움이 진행되고 있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유는 노재욱 세터의 허리 부상과 외국인 선수 톤의 부진이 겹치면서 스피드 배구 시스템에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핵심은 톤(34세·200cm)의 부진이다. 공격이 문성민(32세·198cm)에게 몰렸다. 그럼에도 문성민은 다른 팀 외국인 선수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 4라운드 기록만 놓고 볼 때, 14일 현재 득점 랭킹 전체 1위(138점)다. 서브도 22개의 에이스(세트당 1.0개)로 압도적 1위다. 1경기를 더 치렀지만, 다른 팀의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대활약이다.

톤은 3라운드에서는 팀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득점은 전체 10위였지만, 공격 성공률은 문성민에 이어 3위(52.5%)를 기록했다. 그러나 4라운드에서는 이마저도 순위권(48.0%) 밖으로 밀려났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선수 교체론이 화두로 떠올랐다.

'멘탈 붕괴' 톤 부진, 문성민 부담 가중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이 시점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4일 오전 최 감독과 전화 통화로 긴 얘기를 나눴다.

우선, 톤의 갑작스런 부진에 대해 물었다. 최 감독은 "혼자 스스로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있다. 경기가 잘 안 풀리자 자책을 많이 한다"며 "아무래도 다른 팀 외국인 선수의 활약과 자주 비교당하다 보니 더 위축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훈련 시스템이나 다른 문제가 있다면 그걸 바꿔주면 되는데, 톤이 멘탈 문제라고 말을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 감독은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스피드 배구를 하기 때문에 톤이 다른 외국인 선수처럼 득점을 많이 안 해도 된다. 그런 것 전혀 신경 쓸 것 없다"며 "레프드 공격수 2명 중 한 명의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된다. 그런 편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톤 교체 여부와 관련해서는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정보에 대해서는 365일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톤보다 나은 선수를 찾기란 여러 면에서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레프트가 필요한데, 교체 가능한 외국인 선수 중에는 라이트가 많고 레프트는 극소수"라며 "현재 해외 리그에서 좋은 활약하고 있는 레프트를 찾기란 더욱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교체 가능성도 열어놨다. 최 감독은 "만약을 대비해서 외국인 선수를 계속 살펴볼 것"이라며 "올 시즌부터는 교체 시기 제한이 없어져서, 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에 들어가서도 외국인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태웅 "수비형 레프트 개념, 있을 수 없는 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 박진철


최 감독은 지난해 5월 트라이아웃 당시 톤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톤을 수비형 레프트로 활용하기 위해 뽑은 건 절대 아니다"며 "스피드 배구에서 수비형 레프트를 쓴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톤이 다른 외국인 선수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선수라는 점에 방점을 뒀다"며 "스피드 배구에는 그런 완성형 레프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톤이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 감독도 "(그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설명대로 스피드 배구에서 수비형 레프트란 개념은 있을 수 없다. 스피드 배구란 코트 안에 있는 공격수가 전원이 공격에 가담하는 토털 배구를 핵심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수비형 레프트를 활용한다는 자체가 이미 스피드 배구가 아니란 뜻과 마찬가지다. 후위 공격 옵션 하나를 버리는 전력 약화의 요인이기 때문이다.

세계 배구 강팀들의 레프트는 수비에 비중을 조금 더 두는 경우는 있어도 공격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없다. 전위에서 공격 결정은 물론, 후위에서도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따라서 레프트는 본질적으로 공격과 수비 능력을 다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도 굳이 '수비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용하는 건, 한국 배구가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징표이다. 특히 수비형 레프트는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집중 플레이로 인해 더욱 정착된 개념이다. 한국 배구의 국제경쟁력 추락에 일조한 측면도 적지 않다.

수비형 레프트는 해당 선수에게도 결코 좋은 의미가 될 수 없다. 공격과 수비를 다 잘해야 하는 레프트 공격수에게 수비형이란 딱지를 붙인 자체가 '반쪽 선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 배구인은 "레프트면 레프트지 수비형 레프트라고 부르면, 해당 선수 입장에서 좋을 리가 없다"며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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