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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은 고발, 사무국장은 해임... 탄핵당한 영진위

영화인들, 김세훈 영진위원장 자진 사퇴 요구

17.01.04 10:09최종업데이트17.01.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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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가 박환문 사무국장을 해임했다. ⓒ 영화진흥위원회


[기사수정 : 4일 오후 1시 30분]

성희롱과 비위 문제가 드러나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중징계 요구를 받았던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박환문 사무국장이 지난달 30일 해임됐다. 영진위는 이날 임시 9인 위원회를 개최해 지난달 26일 직무정지 조처로 대기 상태에 있던 사무국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문체부가 중징계 요구 처분을 내린 지 27일 만이다.

이에 앞서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은 지난달 23일 영화인들에게 고발당했다. 이는 국정감사와 문체부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으로,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영화인들에게 사실상 탄핵당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9일에는 문화계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12월 31일까지 조윤선 장관과 김세훈 영진위원장 등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영진위는 새해부터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영화계가 부역자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적극적으로 협력한 내부 직원들에 대해서도 대충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 이는 일부 본부장급 인사들을 지목한 것이다. 몇몇 보수진영 인사들도 김세훈 영진위원장을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영진위는 영화정책기관으로서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문화계를 농락한 차은택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김종덕 장관과 학연이 얽혀있는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더욱 구석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영화계는 김 위원장에 대한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사무국장의 비위로 인한 해임 관련, 애초 무자격자를 낙하산으로 임명한 위원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다. 이 밖에도 렌더팜 문제와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 독립예술영화지원사업의 축소와 변경 등 정권의 이익에 충실한 자세를 보인 영진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영진위 노조도 이 같은 흐름에 뜻을 같이한다. 영진위에 대한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영진위원장이 임기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연말 해임된 사무국장, 영화계 '송박영신'

지난 12월 23일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환문 사무국장의 비위를 비판하고 있는 영화단체 관계자 ⓒ 성하훈


영화계의 송박영신. 지난달 30일 박환문 사무국장에 대한 해임 의결을 영화인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날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임시로 열린 9인 위원회는 사무국장의 해임 의결과 함께 예산 부적정 사용으로 환수조처를 받은 김세훈 영진위원장의 이의신청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영진위 한 관계자는 "영화계의 부정적 여론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고발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면 너무 늦어 징계를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사무국장은 성희롱과 비위 사실이 국정감사와 국무조정실 및 문체부 감사에서 드러났으나 반성은커녕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거나 내부 인트라넷에 "잘못이 없고 억울하다"는 자세를 보여 영화계의 공분을 샀다. 박 전 사무국장은 해임에 불복해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국장이 해임되면서 영진위원장의 거취 문제로 초점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자격 없는 사무국장을 앉힌 것에 대한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문체부에서 간접적으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이야기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나 영진위 측은 차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라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영진위 측은 영화계의 위원장 퇴진 요구를 정치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영화계의 의견과는 온도 차가 엿보인다. 김세훈 위원장은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특정사업 예산 증가 의혹, 기재부도 고발 대상?

지난해 3월 한국영화발전계획을 밝히고 있는 김세훈 영진위원장. 이때만해도 38억 원이 책정됐던 렌터팜 사업 예산이 몇 달 뒤 100억 원이나 증액됐다. 논란 끝에 사업은 폐지됐으나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성하훈


하지만 예산을 불법 증액했다가 국회에서 적발돼 사업 자체를 백지화시킨 '렌더팜'사업은 영진위가 가장 의심받고 있는 사안이다. 영화계는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자세다. 렌더팜 사업은 주로 3D 영화나 애니메이션 그래픽 작업에 활용되는 컴퓨터 묶음을 의미한다. 애초 38억에 불과했던 사업 예산이 갑자기 영화인들도 모르게 138억으로 100억 늘어난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논란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관련 기사: 영진위도 검찰 조사? 의문의 '렌더팜 사업')

영진위는 문제가 커지자 아예 사업 자체를 폐지했다. "영화발전기금 사용 용도에 문제가 없고, 발주 자체가 나가지 않은 사업이었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영화계는 특정 사업에 영화인들도 모르게 거액의 예산을 쓰려 했다며 어떤 커넥션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인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사업에 100억을 증액할 경우 결국 다른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이 없어졌다고 해도 결국 독립예술영화지원사업 등에 영향이 있었을 것이고 다른 사업의 폐지와 축소에 명분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에 일자리 창출 등에 필요한 사업 등을 올리라고 지시해서 따른 것이고 이후 절차를 진행했던 것이라며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증액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금심의회와 9인 위원회 의결을 무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재부 문체부의 승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하고 절차를 놓쳤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23일 제출된 영화단체의 고발장에는 이 사안이 빠져 있지만,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영진위 외에 기재부 관련자도 추가 고발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위 측은 검찰 고발에 대해 "위원장도 차라리 검찰에서 시시비비가 명백히 가려지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남양주촬영소 매각도 의구심

부영그룹에 매각된 남양주종합촬영소. ⓒ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도 영화계가 의구심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남양주종합촬영소는 16차례의 유찰 끝에 지난 10월 부영그룹에 매각됐으나, 부영그룹이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과 만났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영화인들은 부영그룹이 난제 중의 하나였던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매입해 영진위의 부담을 덜어준 것에 대해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겠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안종범 전 수석과 김세훈 영진위원장과의 연관성도 의심하고 있다. 안 전 수석과 김 영진위원장은 국가미래연구원 소속이라는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팔려고 내놔도 안 팔리던 게 간신히 해결됐을 뿐인데, 사실과 다른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것 같다"며 "안종범 수석과는 국가미래연구원 행사장에서 본 적이 있는지 기억도 안 나고, 따로 악수하거나 인사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부영그룹 측은 매입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개발이 제한돼 대기업들이 난색을 보인 남양주종합촬영소 매입에 대해 부영 측은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진위 김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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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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