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만 가린 탱크탑, 이게 어린이 만화?

[주장] 어린이 방송의 '외모지상주의', 문제다

등록 2016.11.25 09:54수정 2016.11.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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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 "잘생겼어?"

흔히 우리는 첫만남 후기를 이렇게 물어본다. 겉모습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우리는 외모지상주의라 부른다. 외모지상주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렇다면 외모지상주의의 원인은 무엇일까?

TV, 인터넷 등 미디어매체에서 미의 기준이 획일화된 것을 볼 수 있으며 외모를 강조하는 이미지가 많이 등장하곤 한다. TV와 인터넷은 많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미디어매체이기에 사람들의 인식이나 사고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고, 따라서 이 매체들은 외모지상주의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감에 따라 외모지상주의적 요소가 방송이나 광고에 등장하면 이를 지적하고 경계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일반 방송에 비해서 어린이 방송에서의 외모지상주의적 요소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EBS에서 방영된 '플라워링하트'라는 어린이만화에서는 위에서 지적한 외모지상주의적 요소들이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우선 1화에서 주인공인 진아리가 잘생긴 선배인 트럼프를 상상하는데 트럼프가 "난 너처럼 예쁘고 패션센스가 좋은 여자애가 이상형이었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주인공의 상상일 뿐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인 주인공이 예쁘고 패션센스가 있다는 설정에서 외모지상주의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어른들의 방송에서도 주인공은 대부분 예쁘고 잘생겼다는 점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 지적되고는 한다. 어린이 방송에서부터 이를 고쳐나간다면 우리 사회에 외모지상주의가 점점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3화에서는 라일락이라는 아이돌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때 라일락의 의상이 어린이 만화에서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가슴만 가리고 있는 탱크탑을 착용하고 있는 아이돌의 의상은 6~9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 만화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현실에서도 아이돌들이 노출이 심하고 몸매가 드러나는 부적절한 의상으로 논란이 많이 되곤 한다. 그런데 어린이 만화에서도 아이돌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의상을 사용한다면 이를 시청하는 어린이들이 아이돌의 몸매와 의상에 있어서 고정관념을 갖게 될 것이며 외모지상주의적 생각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만화에서 가장 외모지상주의적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5화, 6화이다. 이 에피소드의 주제는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화 속에서 외모와 관련된 대사나 인물들의 행동이 드러날 수밖에 없지만, 불필요하게 많은 외모지상주의적 요소가 들어가있다.

5화 첫 장면에서 주인공인 진아리는 "뾰루지 하나 때문에 얼굴이 얼마나 못생겨지는지 알기나 해!"라고 친구인 체스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체스가 진아리에게 거울을 보여주며 "니 얼굴을 봐봐 문제는 뾰루지가 아니라고"라고 말한다. 뾰루지 하나로 얼굴이 못생겨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진아리의 모습과 거울을 보여주며 아리의 얼굴을 놀리고 있는 체스의 모습은 이를 시청하는 아이들로 하여금 외모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밖에도 같은 반 친구인 기찬이가 아리를 돼지궁둥이라고 놀리는 장면, 전학 온 친구, 슈엘을 보고 같은 반 친구들이 "나도 저렇게 예쁘고 날씬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하는 장면, 슈엘의 구체적인 키와 몸무게를 보여주는 장면, 기찬이가 같은 반 친구인 주연이가 몸무게를 재려고 하자 "체중계 고장나지 않게 조심해!"라고 외치는 장면, 아리가 체스에게 "남자애들도 예쁜 여자만 좋아하면서. 그러면 넌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라도 좋아?"라고 묻자 "아…그건…"이라고 체스가 답하자 아리가 "그것 봐 다 똑같아"라고 말하는 장면 등 모두 외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외모지상주의를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다.

마지막으로 11화에서 진아리의 친구의 사촌언니인 스튜어디스를 보고 슈엘이 "역시 스튜어디스가 되기 위해서는 언니처럼 키도 크고 예뻐야 되는군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슈엘의 말에 대해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의 스튜어디스의 경우 외모가 뛰어난 분들이 많이 있지만 이 장면은 어린이들에게 벌써부터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에 대해 외모적으로 고정관념을 갖게 하는 장면이므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 볼 수 있다.

'플라워링하트'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5~6학년이다. 등장인물들의 나이를 고려해보았을 때 사춘기가 찾아올 나이이고, 따라서 이 시기의 학생들이 외모에 관심이 많아진다는 측면에서 만화 속에서 외모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공감을 한다. 하지만 만화 속에 어린 시청자들로 하여금 외모지상주의를 갖게 할 수 있는 요소가 과도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 어린이만화 외의 다른 만화에서도 외모지상주의적 요소가 등장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른들의 방송에서만 외모지상주의를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방송에도 많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만화에서, 특히 여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제작하는 만화에서, 주인공들의 외모적인 설정은 장난감으로도 이어진다. 장난감 매장에 가보면 구관절 인형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대부분 흰 피부에 마른 몸매, 큰 눈 등 외모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외모지상주의를 야기한다고 하여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문제이다. 그래서 바비 인형의 경우 올해 피부색과 체형, 머리스타일 등을 다양화하여 새로 출시하였다. 우리나라 어린이 장난감 산업에서도 인형의 획일화 된 외모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의견을 수용하여 다양한 외모를 가진 인형을 출시하길 바란다.

이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를 지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외모보다 내면이 더 중요함을, 자기 자신 그 자체가 더 중요함을 교육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방송보다는 어린이 방송에서의 외모지상주의적 요소를 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린이 방송에서 이를 주의하고 개선해나간다면 장난감 산업에서도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며 이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가 사라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외모지상주의 #미디어 #어린이방송 #어린이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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