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평검사 "지금 대통령 기소 못해도 체포조사해야"

검찰 내부망에 글 올려..."주권자 국민 명령 따라야"

검토 완료

안홍기(anongi)등록 2016.11.23 14:24
현직 평검사가 최순실게이트 관련 혐의에 대한 검찰의 조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즉각 체포를 주장하고 나섰다.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 소속 이환우 검사는 23일 오전 9시 경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검찰은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사상누각'이라 비난하며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측 입장에 대해 "헌법을 수호해야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공격하면서 검찰 수사에 불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헌법과 법치주의를 부정한 것"이라며 "그 자체로 탄핵사유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격조차 내팽개친 처사"라 비판했다.

이 검사는 "헌법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지금 당장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을지라도 강제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혐의 유무를 분명히 한 다음 추후 소추 조건이 완성됐을 때 피의자를 기소하면 되는 것"이라며 "당장 기소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증거인멸 방치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사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검사가 올린 글 전문이다.

최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청와대 측은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비난하면서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믿을 수 없어 향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참담합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공격하면서 검찰 수사에 불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헌법과 법치주의를 부정한 것으로 그 자체로 탄핵사유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격조차 내팽개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은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

범죄 혐의에 대한 99%의 소명이 있고 이제 더 이상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가 수 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도 불구하고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면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하여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법과 원칙입니다.

또한 피의자가 검찰과 특검 중 어디에서 수사 받을지를 자기 입맛에 따라 선택할 권리는 없고 더욱이 아직 특검 수사가 게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장래의 특검을 예상하고 헌재의 검찰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출석 불응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체포는 반드시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체포절차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 유무를 가리기 위해 조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피의자가 자진 출석하여 조사에 응하지 않을 때 (또는 그러한 우려가 있을 때) 48시간이라는 필요 최소한의 시간 동안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헌법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지금 당장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을지라도 강제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혐의 유무를 분명히 한 다음 추후 소추 조건이 완성됐을 때 피의자를 기소하면 되는 것이지 당장 기소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증거인멸 방치 등을 위해 현재 반드시 필요한 수사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체포하여 조사하는 것이 과연 정치적으로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고심은 검찰의 몫이 아닙니다.

검찰의 소명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로지 팩트에 집중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면 국민이 곧 국가입니다.

지금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은 무엇입니까. 우리 검찰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제 검찰은 국민의 명령에 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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