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 내각 구성은 '최소' 타협점이다

[주장] '특검' 당연하고, '탄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등록 2016.10.28 14:46수정 2016.10.28 14:46
0
원고료로 응원
a

'#나와라_최순실' 피켓앞 지나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와라_최순실'과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 사죄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든 김종훈 무소속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임기 중 최악의 수세에 몰렸다는 것은 이미 전 국민이 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과 정치권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선택지는 셋이다. 하야, 탄핵, 거국내각 구성. '특검'은 선택이 아니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등의 자료를 받아보고 수정한 게 사실로 드러났고 박 대통령과 최씨 모두 인정한 이상, 특검은 불가피하다.

특별 검사 역시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별법을 제정해 독립된 수사팀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탁견이다. 그러나 특검이든 특별법이든 누가(대통령을 포함하여) 최씨에게 연설문을 전달했고 최씨가 국정에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 24일 JTBC 보도로 최순실 게이트가 사실로 밝혀지기 전까지 국정 감사에서 의혹을 부인해왔다.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의혹을 파악할 능력도 의지도 부족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박 대통령의 사람 쓰는 능력인 '용인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고, 그 결과 청와대, 내각의 '셀프 인적 쇄신'을 신뢰하지 못 하는 국민들도 많다.

27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비선 실세 국정개입 파문'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국민 사과 10.6%, 여당 탈당 17.8%, 청와대·내각 인적 쇄신 21.5%, 하야 또는 탄핵 42.3%로 '하야 또는 탄핵'을 요구하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사과나 탈당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부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지만 더 확실한 조치도 있기를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박 대통령에게 최소한 '거국 내각 구성' 정도는 요구해야 사리에 맞지 않을까. 특정 정파만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여야가 함께 추천한 인사들로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은 박 대통령이 잔여 임기 동안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박 대통령과 친박계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해 또 문제의 소지를 만들지 말고 실질적 '협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권과 비박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 홍문표 의원과 황교안 국무총리는 거국 내각에 반대한다. 홍 의원은 지난27일 YTN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의 원칙, 결단, 깨끗함이 무너진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것을 회복하려면 대통령이 대통령 주변을 빨리 정리하시고 (중략) 잘못된 부분을 국민 앞에 당당하게 사죄하면서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정치권에서 같이 가자고 해야죠. 이걸 거국내각, 중립내각으로 가자, 이건 지금 본질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리 당략에 의해서 무언가 이익을 보자는 것이죠." (관련 기사: 홍문표 "거국중립내각이 말이 되나, 당리 당략")

이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다. 최순실 게이트는 박 대통령의 잘못된 용인술로 빚어진 문제다. 그런데 박 대통령 스스로 주변 정리를 하게 한다? 임기 내내 논란이었던 박 대통령의 용인술 문제가 최순실 게이트로 곪아 터졌을 뿐이다. 친박계 홍 의원이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에게 염치가 없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당리 당략"인 것은 아닐까.

한편 박 대통령이 임명한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26일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 국가를 실험에 맡길 수 없으므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맞다. 신중하게 생각해 왔기에 바로 지금이 거국 내각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간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인내심 있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황 총리 역시 총리직에 앉기 힘들었지도 모른다.

거국내각이 한 번도 실시된 적 없다는 이유로 묵살하려는 것도 유감이다. 이승만의 하야도 헌정 사상 처음 있은 일이고, 박정희의 5.16 쿠테타도 처음 있은 일이고, 김영삼 시절 IMF 체제도 처음 있은 일이고, 김대중의 남북 정상회담도 처음 있은 일이고, 노무현 탄핵도 처음 있은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사건들 각각을 단순히 '처음'이었단 이유로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판단하진 않는다. 따라서 황 총리의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못 된다.

'탄핵'은 어려움 있고, 결자해지 생각하면 '하야'가 가장 바람직

결국 '거국 내각 구성'은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을 우롱하고 '당리 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친박 패권' 집단이란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된다. 따라서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거국 내각을 반대할 명분도 이익도 없다. 만약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고집을 피운다면 여권 전체 지지도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2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1% 하락한 26.5%로 1.3% 오른 30.5%를 기록한 민주당에게 1위를 내줬다. 응답률이 10.4%로 비교적 낮았다는 것을 감안해도,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미적거리며 시간을 질질 끌수록 자중지란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야권뿐 아니라 눈치가 빠른 비박계에서 거국 내각 구성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탄핵이나 하야는 어떨까? 전 국민적으로 탄핵, 하야 목소리가 높지만 '탄핵'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국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이상이 발의하고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가 되는데, 발의는 야권 공조로 충분히 가능하지만 통과가 가능하려면 비박계를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지난 4.13 총선에서 공천 갈등으로 자중지란에 빠져 새누리당 패배를 경험한 비박계가 친박계와 원수를 지면서 모험을 감행할지는 다소 미지수다. 다만 탄핵에 성공하면 비박계가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고위험-고이익이 있는 만큼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그렇다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동참을 했다가 역풍 맞은 경험이 있는 야권 쪽이 조심스럽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가 돼도, 헌법재판소 의결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헌법재판관 성향이 '보수' 쪽에 기울어져 있어서 쉽지가 않다(관련 기사: 기울어진 '헌재', 7년 후를 기약해야 할까). 헌법 재판소 의결은 헌법 재판관 6명 이상이 의견 일치를 봐야 가능하다. 따라서 탄핵 목소리는 시민들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내는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로 충분하고, 제도적 차원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a

5기 헌법재판소 구성 ⓒ 고정미


결국 가장 바람직한 것은 결자해지다. 문제를 야기한 사람이 문제를 푸는 것. 즉 대통령 스스로 '하야'를 하면 문제가 깔끔히 해결된다. 박 대통령은 하야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해 보이는 길만이 '아바타 대통령'이라는 오명에서 그나마 벗어날 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적 생명력을 잃고 싶지 않은 친박계가 박 대통령을 잔여 임기 간 묶어두고 싶을 것이므로 무언가 결정타를 날릴 추가 폭로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하야'를 밀어붙이기는 힘들다.

결국 현실적인 최소 타협점은 '거국 내각 구성'이다. 최대점은 하야로 잡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하야든 탄핵이든 압박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정치권이 거국 내각 구성을 요구하면 된다. 만약 요구가 결렬되면 야권 공조로 탄핵 발의까지만 압박한 뒤 민생에 전념하다 보면 대선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인기기사

  1. 1 뇌졸중으로 쓰러진 변호사 "내가 이렇게 되고 보니..."
  2. 2 이게 'F**K'로 들린다고? SNS 달군 환청 논란
  3. 3 세월호, 이태원... 살아남은 1990년대생들은 두렵습니다
  4. 4 현관 앞 낯선 택배의 출처, 알고 보니
  5. 5 윤 대통령이라면 그랬을 수도... 이상한 소문 안 사라지는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