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될까 무서워 보낸 학원, 결국...

[70점 엄마] 사교육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

등록 2016.11.01 11:21수정 2016.11.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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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단군 이래 가장 많은 학습(특히 사교육)을 하고 있는 세대입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을 부러워했다는 기사가 날 정도로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열은 뜨겁습니다. 그러나 학습량이 많음에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이 절대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사교육을 한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성적조차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싼 학원비에 가계 경제에 부담이 되고, 그럼으로써 부모의 노후준비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사교육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장면 하나] 이 정도는 선행학습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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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 pixabay ⓒ 이나연


"영어요? 영어는 초등학교 때 끝내야죠. 중고등학교 때는 수학, 과학 하기도 바쁘잖아요?"
"특목고에 가려면 초등학교 때 시작해야 해요.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중학생 수학과정을 공부해요. 잘 따라오는 아이들은 초등 1학년 때부터 시작한다니까요."


요즘은 '선행학습'이 대세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나 무조건 선행학습을 합니다. 전체적으로 선행학습이 평준화가 된 학습 형태가 복습이 더 많이 필요한 아이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중학생이 고등학생 수학을 공부하는 것만 선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가 더 심하고 연령이 어려졌어요.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 패턴을 살펴보면 예습이 아니라 복습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학습은 심화 학습이며 기초가 탄탄해야 심화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초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개념을 학습하면서 오히려 기초 연산 등에서 막히거나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습을 할 때 기초가 잘 복습되었는지, 개념은 제대로 이해했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장면 둘] 남들도 다 하는데... 모방학습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중등 과정은 다 끝내고 싶어요. 2년치 정도의 선행은 기본 아닌가요?"
"입시는 평생에 한 번인데, 남들 하는 만큼은 사교육을 시켜줘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의 능력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는 마케팅에 현혹되고 있습니다. '단 한 번밖에 없는 대학입시인데' '초등 1학년 공부습관이 평생을 간다는데' '초등 4학년이면 평생 성적이 결정된다는데' '대학이 인생을 결정하는데' 등 근거 없는 이론에 따라 남들이 공부하는 것을 따라 하기 급급합니다.

옆집 아이가 선행학습을 한다거나 혹은 유명한 학원에 다닌다면서 내 아이 역시 똑같은 학습을 강요하게 마련인데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사람이 하는 선택을 따라 하는 군중심리처럼 내 아이의 사정(학습능력, 학습상태)를 감안하지 않고 남을 따라 하는 것을 모방심리라고 합니다.

특히 많은 아이들이 어렵다고 하는 수학의 경우 지금 아이의 학습상태는 기초과정에 대한 복습이 필요함에도 남들이 다 하니까 예습(선행)만을 강요함으로써 연령에 알맞은 학습을 방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이 조금만 수학이 어려워져도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아이의 학습 능력, 이해력을 감안하여 공부 진도의 점검이 필요합니다.

[장면 셋] 학원 많이 다니는 게 공부 많이 하는 거니까

"초등생인 우리 아이는 OO군데 학원을 다녀요. 학원이 끝나 집에 오면 밤 9시가 넘어서 시간이 늘 부족해서 집에서는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어차피 숙제는 학원에서 다 시켜주니까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기도 하고요."

대개의 부모들은 학원을 많이 다니면 그만큼 공부도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 학원에서는 집에 가서 숙제를 할 시간이 없는 아이들을 배려해 학원에서 숙제까지 시켜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학원에 한 군데에 머무르는 시간이 3~4시간씩 되기도 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학원에서 숙제를 시켜주니까 복습이 되는 것 같고, 집에 돌아오면 시간이 없으니까 더 이상 공부를 시킬 수도 없는 상황인 거죠.

학원에서 숙제까지 하고 오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시키는 공부만 하게 됩니다. 남들이 다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하니까 따라서 하는 거죠. 공부의 분량을 채울 수는 있습니다만 그 자리에서 뿐이죠.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까 부모는 아이의 공부 습관을 관찰할 수 없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학원에서는 친구들이 하니까,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공부가 아닌 숙제를 하다 보니 집에서, 혼자서는 공부를 하기 어려워합니다.

학원에 보내면 공부도 가르쳐주고 숙제까지 시켜주니까 아이에게 강제적으로 공부를 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원을 선택하게 됩니다. 한 군데가 아닌 여러 학원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됩니다. 더욱 학원에 의존하게 되지만, 학원에서 하고 오는 공부는 자가학습이 아닙니다.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장면 넷] 옆집 아이도 하니까 우리 애도...

"OO학원 A 클래스에 들어가려면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번에 그 시험을 대비하는 과외그룹을 □□ 엄마가 만든대요."

사람들에게는 묘한 경쟁심리가 있습니다. 특히 아파트 단지에 집단 거주하는 형태가 대세인 한국에서는 바로 옆집 아이와 자주 비교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아이들의 성향을 고려하고 맞춤형 사교육을 시키기보다 옆집 아이가 무엇을 배우면 우리 아이도 배우게 한다거나, 옆집 아이가 학교 진도보다 빠르게 학습(선행)을 하면 우리 아이도 질세라 더 빠른 진도를 학원에 요구하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학원에서는 성적별로 반을 배정하기 위해 잦은 테스트를 치러서 학교보다 더 많은 경쟁상황에 아이들을 노출시킵니다. 대개의 학원은 앞서 설명한 대로 학교 진도보다 빨리 학습을 시키고 그 성적으로 교실을 배정함으로써 부모들의 경쟁심리와 불안 심리를 자극합니다.

결국 학교와는 별개로 선행학습을 위한 경쟁상황에 놓이고 이 때문에 더욱 학원을 그만둘 수 없게 됩니다. 심한 경우 괜찮다고 소문난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을 하기도 한다니 불필요한 경쟁상황에 아이들이 힘들게 됩니다. 그러나 학원의 상위 클래스인 학생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타인과의 비교보다 내 아이의 상황에 맞는 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장면 다섯] 학교는 학교, 학원은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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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간판들. ⓒ 연합뉴스


"학원에 다니니까 당연히 선행이죠. 학원에서 복습을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아깝잖아요. 학교 수업의 복습은 스스로 잘 하고 있겠죠. 그렇게 믿어요."

잘 이해하지 못한 개념에 대해 스스로 복습을 하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남들도 다하는 학습이고 평생 해야 하는 학습이지만 어떤 방식이 자기에게 잘 맞는지 알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에 대한 도움을 받기 위해 학원을 다닐 필요가 있는데요. 요즘 사교육 시장은 복습보다 선행학습 비중이 큽니다.

잘 이용하면 좋은 학원이 잘못 이용되고 있는 것은 대개 선행학습 때문인데요. 학원에서의 평가는 대부분 선행학습에 대한 평가이므로 조금 못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행을 함으로써 앞서나가고 있다는 착각과 함께 어차피 학교에서 다시 배울 것이고, 그때 시험을 잘 보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나 정말 선행이 가능한 상위 1%의 아이들을 제외하면 선행학습은 대개 백해무익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학원에서 한번 선행한 아이들은 정작 학교 수업에 이미 배운 것이라며 집중하기 어렵고, 가장 중요한 개념을 체화하거나 심화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학원에서 공부를 시켜주니 스스로 학습을 하는 능력도 떨어질 뿐더러 학교 진도와 선행 진도를 병행하니까 어느 쪽도 깊이 있게 공부하지 못하게 됩니다.

학교와 학원을 분리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학원은 학교의 학습을 돕는 보조도구로 활용하면 더욱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70점엄마 #워킹맘육아 #쌍둥이육아 #사교육 #수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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