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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표 '업텐포2.0', 명가 유지의 도화선 될까

'최태웅 매직' 효과, 올 시즌에도 계속?

16.10.15 10:08최종업데이트16.10.1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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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공식 페이스북


"올 시즌 재미 있는 배구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6-2017시즌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최태웅 감독은 새 시즌을 맞는 각오로 '재밌는 배구'를 강조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매직'의 효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코트 아래서 경기를 지휘했던 세터 최태웅의 노련한 리더십은 감독의 자리에 오른 후 더 빛을 발했다.

스피드배구를 핵심으로 한 '업템포 1.0'전략을 내세워 프로배구 최초 18연승 달성이라는 기록과 함께 현대캐피탈을 정규시즌 우승팀으로 만들었다. 배구계에 불어온 스피드배구라는 새바람과 08-09시즌 이후 7년 만에 일궈낸 정규시즌 우승은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하는 기폭제가 됐다.

그런 현대캐피탈이 또 한 번 칼을 빼들었다. 데이터에 입각한, 보다 정교하고 빠른 전술인 '업텐포 2.0'을 선언 한 것이다. 전략 업그레이드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상 판을 뒤엎는 분위기다. 때문에 최 감독과 선수들이 넘어야 할 산이 많아졌다.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기 전 가졌던 평가전과 컵대회에서 최 감독이 탐색전을 치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인 선수 톤의 '의외의 선전'이 필요하다

올 시즌부터 남자부에 도입된 트라이아웃제는 V리그의 전략평준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트라이아웃제는 지난 시즌 세계적인 수준의 오레올 까메호(쿠바)와 함께 뛰었던 현대캐피탈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의 출전이 처음 허락된 2016 KOVO컵에서 대부분의 팀들은 트라이아웃제를 통해 계약한 외국인 선수들의 활용도를 미리 평가했다.

컵대회에서 현대캐피탈의 새 외국인 선수 톤 밴 랭크벨트(32ㆍ캐나다)는 KB손해보험의 우드리스, 우리카드의 파다르, 한국전력의 바로티 등이 맹활약한 것에 비해 크게 눈에 띄지 못했다. 톤은 컵대회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34득점을 뽑아내는 데 그치며, 세 경기에 모두 출전한 외국인 선수들 중 최하위의 득점 순위를 기록했다.

톤의 풍부한 경험과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융화력, 수비능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 외의 능력은 아직까지 물음표다. 톤이 모든 선수의 공격력 강화를 중요시하는 업템포 2.0에 적합한 선수가 돼주길 바랐던 현대캐피탈에게는 찝찝함을 남긴 평가가 됐다.

센터들이 단 공격 날개, 꺾이지 않을 수 있나

업템포 2.0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포지션 변화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베테랑 센터 신영석의 공격수 전향이다. 지난 9월 8일 일본 나고야에서 가진 제이텍트 스팅스와의 평가전에서 센터 신영석은 없었다. 공격수 신영석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둔 최 감독의 강수였다.

1세트는 라이트로 2세트는 레프트로 출전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적재적소에 터지는 신영석의 공격 포인트는 최 감독의 미소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정규 시즌동안 제 역할을 다해내기 위해서는 체력 강화가 간절해 보인다. 윙플레이어는 센터에 비해 체력소모가 심하고 디펜스, 리시브 능력까지 골고루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컵대회에서 센터 최민호를 라이트로 세우는 실험까지 해냈다. 최 감독의 진두지휘아래 다수의 멀티플레이어 자원을 확보한다면 그의 스피드배구 철학은 완성형이 될 것이다. 더불어 외국인 선수 톤의 부족한 공격능력을 보완하며 조화로운 플레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기대요소다.

문성민이 지쳐서는 안된다

현대캐피탈의 간판스타 문성민은 지난 시즌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됐다. 팀이 후반기 전 경기 무실세트 승리를 차지한 것도 주장 문성민의 활약이 컸다. 지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문성민은 시즌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 7월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진행된 'MG새마을금고 2016 한ㆍ중ㆍ일 남자 클럽 국제배구대회'에서도 MVP를 차지하며 팀을 우승시켰다. 일본의 제이텍트 스팅스와 치룬 1차전부터 문성민은 총 22득점을 올리며 트리플 크라운(서브ㆍ블로킹ㆍ후위공격 각 3개 이상 성공)을 달성했다. 컵대회에서도 팀에서 유일하게 득점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문성민의 질주는 그야말로 '네버엔딩'이다. 지금껏 문성민의 공격력이 굳건했기 때문에 '최태웅표 전략'의 시도가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올 시즌 문성민의 활약이 업템포 2.0 실현의 가장 기본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만 서른의 나이에 접어든 문성민이 부상 없이 체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한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지향하는 재밌는 배구의 밑그림을 업템포 2.0으로 그렸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자리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 그 그림을 어떤 색으로 완성시킬지 기대해볼만 하다. 최 감독은 "우승보다는 3위 안에 들도록 노력하겠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그의 혁신이 업템포 2.0으로 마무리하게 될지, 또 다른 업템포 3.0을 바라볼 수 있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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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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