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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청소년들이 만든 영화 맞아? 상상 이상의 결과물

[연&영 1318] SIYFF에 8편의 작품 출품한 경기예고 연극영화과 영화전공 학생들(하)

16.10.29 16:55최종업데이트16.10.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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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7월부터 10월까지, 청소년들이 만들고 직접 꾸며낸 연극과 영화를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같은 학교 연극 동아리의 친구들끼리 전국의 고등학생들과 경쟁하는 '전국청소년연극제'의 예선전부터 본선까지의 장이 7월부터 8월까지 있었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청소년들끼리 서로가 만든 영화를 출품하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이하 SIYFF)는 9월부터 10월까지 개최되었습니다.

그래서 옆동네 1318 안의 작은 기획 [연&영 1318]을 준비했습니다. 전국청소년연극제와 그 예선전에 출전한 학교 동아리, 그리고 SIYFF에 출품한 청소년 중 제가 '찜한' 청소년 감독과 배우를 인터뷰 하고, 영화에 대해 리뷰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또 이러한 청소년 문화축제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별도의 섹션을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차례에는 연&영 1318의 인터뷰 섹션 세 번째 차례로, 이번 SIYFF에서 8개의 영화를 출품해 큰 활약을 보여주었던 경기예술고등학교의 '감독님 일곱 분'과 배우들을 두 지면에 걸쳐 인터뷰합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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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면은 영화별 심층 인터뷰이다. 각 감독에게 영화별 질문 서너개를 던져보았다. SIYFF의 GV에서 나온 질문 중 인상깊었던 질문에 살을 덧붙인 질문도 있고, 직접 본 이후 들었던 개인적인 궁금증일수도 있다. <겨울이 더워지도록>, <사이>는 직접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했기 때문에 충분한 질문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 양해 바란다.

이번 편에서는 <레가토>, <갑을전쟁>, <겨울이 더워지도록>을 제외한 경기예고 학생들이 연출한 일곱 편의 영화를 모바일과 PC를 통해 직접 지면에서 볼 수 있게끔 했다. 한 편에 길어야 20분이 채 되지 않는 영화이니만큼 1편을 읽으면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고르고 여기서 직접 영화를 본 다음 영화별 질문을 읽으면 어떨까. 스포일러에 민감하다면 영화별 질문은 나중에 읽기를 추천한다. 다음은 영화/감독별 인터뷰 전문이다.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쓰는 '선택장애' 사회 영화에 반영해




<예리한 선택>의 감독 강예진 씨, 그리고 주연 김예리 씨. ⓒ 박장식


 - 선택장애라는 간단해보이면서 복잡한 주제를 다뤘다.

강예진: "남의 시선을 너무 신경쓰는 사회, 남이 하라고 해도 자신의 선택을 믿지 않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나는 나대로 살아야 하는데 남의 의견을 듣는 것 그 이상으로 넘어가버리면 남의 의견에 의해 자신의 의견이 잡아먹히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예리: "영화에서 선택장애 캐릭터를 연기한 나도 선택장애가 올 때가 많다. 모든 사람들은 선택을 해야 되는 순간이 언제나 찾아오고, 그 선택의 결과를 고려하기 때문에 그것을 편하게 선택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심해지면 그것때문에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고통이 되니, 괜히 선택장애가 선택'장애'가 아닌 것 같다."

<예리한 선택>의 한 장면. ⓒ 경기예술고등학교 강예진


- 맨 마지막 장면을 보고 사실 충격받았다. 머리를 짬짜면 시키듯 '반반'으로 만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끝까지 고민을 놓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또 '페북'을 보면서 뭘 할지고민하지 않는가.

강예진: "자르고 싶어하는 마음 반, 자르기 싫어하는 마음 반이 반영된 결과이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통해 남의 선택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니고, 남의 선택이 내 선택을 잡아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담았다. 마지막에 매니큐어를 골라달라는 장면은 손가락 욕을 연상케 하도록 했다. 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내가 그것을 알아야하는데 모르는 삶을 비판한 장면이었다.

친구들도 같이 다니고, 계속 물어보고, SNS를 통해 남의 '호오'에 부응하는 모습은 선택장애가 걸린 주인공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영화 속 '예리'가 영화처럼 매일 선택장애에 시달리며 살지는 않겠지만, 극화를 위해 고민하는 장면만을 넣었다. 매일매일 고민하는 '고민쟁이'를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싱 스트리트>, <위플래시>같은 음악 소재 영화

<레가토>의 배우와 감독이 모였다. 왼쪽이 주연 문혜린 씨, 오른쪽이 박인선 감독. ⓒ 박장식


- 화해하는 과정이 약간 매끄럽지 않았다고 느꼈다. 물을 내 주는 장면에서 '어? 갑자기 어떻게 화해하는 스탠스를 취할 수가 있지?'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박인선: "중간에 화해하는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은데, 단편영화의 특성 상 길게 보여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 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고, 아쉬웠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도 친구들끼리 물을 나눠마시는 장면이라던가, 이 아이가 저 아이에게 내심 미안해한다는 장면을 삽입해서 채워넣었다."

 - 노래 부르는 부분에서 끝나는 열린 결말이지만, 경연이 끝난 후에 또 다른 장면을 만들었다면 어떤 결말이 나왔을까.

박인선: "같이 무대에 올라서 무대를 꾸미고, 독무대까지 둘 모두 해내는 모습을 촬영했지만 편집했다. 둘이 마음을 열었다는 내용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나리오 상으로는 닫힌 결말이긴 한데, 실제 영화는 열린 결말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둘이 한 마이크로 노래했는데 매정하게 떨어뜨릴 수는 없지 않는가."

<레가토>의 한 장면. ⓒ 경기예술고등학교 박인선


- 음악영화의 법칙에 잘 맞는 영화이다. 제목도 음악 용어인 레가토를 썼고, 두 사람이 노래로 갈등하는 내용이니 말이다. 음악영화라는 장르를 선택하게 된 모티브는?

박인선: "음악과에서 노래를 하는 친구가 있고, 연영과에서도 뮤지컬을 하는 친구가 있다보니까 음악이라는 코드가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싱 스트리트>, <원스>, <위플래시>와 같은 영화를 통해 음악영화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에 이렇게 음악을 갈등소재로 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

갑을관계에 대해 유쾌하게 다룬 영화 만들고 싶어

<갑을전쟁>의 주연 김은중 씨가 송혜린 감독에게 필살기를 선보이고 있다. 특별히 '시그니처 필살기'인 물구나무 서기를 부탁드렸다. ⓒ 박장식


- 사회에서 꽤나 무거운 주제인 '갑을 논쟁'에 대해 재미있게 다뤄냈다. 유쾌하게 다루기가 어려운 소재인데.

송혜린: "영화를 만들던 시기가 갑을관계에 대해서 다루던 때였다. 남양 대리점 사건이라던가 라면상무같은 사건이 많았던 때였는데, 이런 것에 대한 논의를 유쾌하게 풀어보기 위해서 만들었다. 영화는 현실을 너무 그대로 담아내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유쾌하게 담아내야 했기 때문에 관객들의 탈출구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 영화 내내 물구나무를 서는 장면이 나온다. 물구나무라는 소재를 어떻게 차용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은중씨는 영화 내내 서는 것이 힘들지 않았나.

송혜린: "사회를 거꾸로 본다는 의미를 담고 물구나무서는 것을 '필살기'로 삼았다. 은중이가 물구나무서기를 꽤 잘하는 것도 이런 것에 도움이 되었다. "

김은중: "아크로바틱을 원래 좋아해서 물구나무서기 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고, 키가 큰 사람 상대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임대주 역할을 한 배우분이 키가 엄청 커서 배우분의 도움을 받아서 필살기를 보였다. 물구나무 서서 걸어가는 장면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서 있는 것보다 걸어가는 것이 더욱 쉽던데.

<갑을전쟁>의 한 장면. ⓒ 경기예술고등학교 송혜린


- 그렇다면 이 '필살기'를 직접 써보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을까. 직접 '을'의 딜레마에 빠질 때도 그렇고 말이다.

송혜린: "영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왜 갑과 을을 나누냐는 이야기였다. 갑을 전체에 집중하지 않고, 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누구는 금수저고 누구는 흙수저냐는 이야기에도 이 필살기가 딱 맞지 싶다. 갑을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나뉘어지지 않아야 할 상하가 나누어지는 상황에 이 필살기를 쓰고 싶다."

김은중: "키 잴 때 필살기를 써 보고 싶다. 키가 168cm라 키 잴 때마다 피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필살기를 써서 키를 팔 길이만큼 뻥튀기시켜보고 싶다."

<갑을전쟁>의 한 장면. ⓒ 경기예술고등학교 송혜린


친구관계에 있어 '버리는 입장'의 시선으로 만든 영화


영화 <사이>의 감독과 배우들. 왼쪽부터 주연 박수진 씨와 임은진 씨, 김다빈 감독. ⓒ 박장식


- GV때 가장 많이 나왔던 질문이 '왜 가해자인 아연의 시선으로 영화를 봤는가'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한다면.

김다빈: "이 영화가 왕따와 관련된 영화도 아니고, 친구관계에 있어서 버려지는 입장에 있는 사람의 시선으로 본 영화가 꽤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상처가 확실한 주인공보다는 내가 상처를 줬나? 싶은 사람이 주인공 입장이 되는 것에서 영화를 풀어보고 싶었다.

소민의 시선으로 영화를 봤다면 조금 더 감정적으로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더욱이 소민의 시선이라면 아연과 소민의 두 명의 관계가 아닌 주변 상황까지 주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연이 조연으로 내려가지 않았을까 싶다. 소민 혼자 나오는 씬도 더 많았을 것이고."

 - 아연이 남자로 바뀌어 남녀관계로 바뀐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김다빈 감독이 보기에, 그렇게 바뀐다면 어떤 이야기가 될 것 같은가?

김다빈: "그랬다면 소민이 둘 사이의 우정을 원하기 때문에 사랑으로 오해를 할 수도 있고, 아연이 소민을 이성적인 관계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둘 사이에 우정이 깨지게 되면서 한 쪽에서 거부를 하게 되는, 그런 상황으로 번지지 않았을까 싶다. 남녀관계로 이야기를 바뀌던, 녀/남관계로 바뀌던, 남남관계로 바뀌던 주인공의 스탠스나 비중이 달라질 뿐이지 전체적인 내용은 비슷하지 않을까."

영화 <사이>의 한 장면. ⓒ 경기예술고등학교 김다빈


- 필자도 현실에서 둘 모두의 상황에 빠져봤지만,(웃음) 실제로 자신이 소민과 아연의 상황에 빠진다면 어떨까.

김다빈: "애초에 이 시나리오가 내 경험에서 우러난 시나리오이다. 우정관계에서 이런 일은 자주 발생하지 않을까. 친하지 않았던 사람이 계기 없이 갑자기 친해진다던가,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멀어진다던가 하는 일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을 자세히 찾아보면 계기가 눈에 드러나지만, 너무 뒤늦게 드러난다.

그래서 굳이 내가 이런 상황이라는 생각을 해본다기보다는 다들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인연이 맺어지고 끝나는 상황이 생긴다면 공허할 수도 있고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마다 모두 그 상황에 빠진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다르게 느낄 것 같다. 본인들이 그 관계를 다시 생각하면서 그 상황을 교훈으로 삼던지 그대로 퇴보하던지 하는 생각도 든다."

박수진: "아연이 입장이라면, 충분히 자신을 이해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나쁜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격 자체가 시원시원하고 잘 어울리는 성격이기 때문에자기합리화를 했을 것 같다."

임은진: "내가 소민이었다면 뭔가 억울했을 것 같다.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는데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들었을 것 같다. 처음 주려고 했던 꽃병 선물도 영화에서처럼 깰 것 같다."

진로 방향 바꾸고 수업 방식도 바꾸는 '총장신'을 최종보스로 세워

- 무한경쟁사회에 대한 비판을 실소...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게끔 설계했다. 처음에 너무 까불까불한 분위기가 사실은 좀 부담스러웠는데, 끝에 들어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설계했는지 궁금하다.

이세형: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 웃음을 주는 것이다. 영화 안에서도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거운 주제를 웃음을 주면서 해결한다는 것이 본 사람들에게 감동도 주고, 메세지도 주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웃음코드를 넣었다."

<전교시대: 격검의 소녀여 학교를 구하라!>의 이세형 감독(왼쪽)과 주연 이선혜 씨. ⓒ 박장식


- 사실 복합적인 캐릭터가 없고, 독서토론연구부가 너무 '센' 역할로 나온다. 어떤 이유에서그런 역할을 택했는지 궁금하다.

이세형: "특별히 독서토론연구부가 어중간한 악당이면 쉽게 무너지고, 너무 복합적인 악당이면 영화가 무겁게 흘러가니까 그냥 못된 캐릭터로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중간에 검도부장이 독서토론연구부에 갔다가 다시 마음이 바뀌어 검도부로 돌아오는 장치는 해 두었다. 기본적으로 웃음을 주기 위해 독서토론연구부를 세게 만들었다."

영화 <전교시대>의 한 장면. ⓒ 경기예술고등학교 이세형


- 영화를 만들면서 재밌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이세형: "처음에 수영부장을 위해 구했던 의상...그러니까 수영복이 삼각팬티를 연상케 하는 꽤나 '야한 의상'이었는데, 배우의 동의를 얻어 그것을 입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촬영 내내 그 옷만 입고 나왔는데, 옷 자체도 웃음이 터지는 복장이고, 맞는 포즈도 웃음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재미가 있었다.

마지막에 종이가 날아다니는 장면에 쓰인 종이는 나와 친구들이 이면지를 엄청나게 잘라서 두 박스 분량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면지는 독서토론동아리 외의 모든 동아리를 통폐합할 것을 건의하는 건의문, 동아리 통폐합을 알리는 문서가 다 부질없어졌음을 나타냈던 것이다. 만든 이면지를 대형선풍기 두 대로 종이를 발사해서 흩날리며 뿌려지게 만들었다. 뿌리는 게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이면지들이 체육관 곳곳에 뿌려져서 촬영 끝나고 청소하기 엄청나게 힘들었다."

이선혜: "마지막 싸우는 신이 제일 재미있었다. 한여름에 5층 체육관에서 에어컨 없이 촬영을 진행하다보니까 진짜 더워서 신 한 번 찍고 나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촬영이 끝나면 다 선풍기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도 워낙에 유쾌하게 '싸움박질'을 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그 장면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영화 <전교시대> 스틸컷. ⓒ 경기예술고등학교 이세형


- '총장신'이 등장해서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 악역도 그야말로 무력화되지 않았나. 

이세형: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써 보았다. 일종의 '최종보스'가 나타나 극을 정리하는 방식인데 원래는 김이 빠져서 잘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는 총장이 단순히 대학 총장이 아니라 고등학생들의 진로 방향을 완전히 바꾸고, 학교 수업시간에도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래서 '최종보스'로 표현했다.

성소수자에 대해 다룬 영화... 소외받는 이가 음악으로 '힐링'하게끔 하고파



<보이스>의 이승호 감독(오른쪽)과 주연 '교복남' 김윤성 씨. ⓒ 박장식


 - 사실 고등학교에서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영화를 다루기 어렵지 싶은데.

이승호: "영화에 나오는 두 배우가 기타를 치고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기도 하고, 한 배우는 학교의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친구이고, 한 배우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여성스럽다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그 점에서 차용을 해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보다는 소외받는 성소수자가 영화에서만이라도 음악을 통해 힐링했으면 좋겠다는 느낌까지 가게 되어 이렇게 영화를 만들었다."

 - '교복남'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미리 알고 있는 상태에서 '기타남'에게 스킨십을 시도한 것이었나. 영화 내에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씬이 나오지 않아서 이 부분은 의아했다.

이승호: "영화에서 표현할 때 성 정체성을 깨닫는 계기를 놓쳤던 것 같다. 처음부터 '나는 성소수자임을 알고 있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다보니까 혼자서 자책하거나, 고민하는 부분을 놓쳤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었다."

김윤성: 교복남은 그저 사랑을 받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지만 기타남을 성소수자적 관점으로 보게 된 것은 사실이다.

영화 <보이스>의 한 장면. ⓒ 경기예술고등학교 이승호


-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과 같은 퀴어영화와 'Up'... 그러니까 <싱 스트리트>과 같은 음악영화를 한 영화 안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합쳐놓았던 것이 새로웠다. 관객과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한데.

이승호: "퀴어영화와 음악영화를 조합한 것이 꽤나 새로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 점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의의를 두고 싶다. 저번에 학교 옆 경기아트홀에서 한 번 상영해보았던 적이 있는데, 특히 여자애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다. 유튜브 댓글에 만창과 후배들이 감사하다고 댓글을 남긴 것도 봤다. 아마 BL(Boys Love)를 생각한 것 같다."

김윤성: "시대가 변해서 그런 지, 성소수자 역할을 맡았지만 승호가 말했듯이 여자팬들이 많이 생겼다. 진심으로 이 영화를 좋아하고 교복남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수구> 통해 학생들, <겨울이 더워지도록> 통해 가족 다루고 싶었어



<겨울이 더워지도록>, <하수구>에서 합을 맞춘 주연배우 이존승 씨(왼쪽)와 박가령 감독. ⓒ 박장식


- 두 영화가 모두 '암울한 가정사'를 담고 있다. 

박가령: "<겨울이 더워지도록>은 우리 집에서 따 왔다. 집안에 약간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썼다. 사실 기숙사생활을 해서 집에 문제가 있는 그 상황을 방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일이 아니다, 신경을 끄자는 마인드로 일관했었다. 어느 순간 가족들에게 무심했던 것이 떠올라 그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무관심했던 것이 가슴이 아파져 영화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하수구>의 경우에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크지만 학생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풀 곳이 별로 없지 않는가. 중학생 때 스트레스를 풀 곳이 PC방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스릴을 찾아서 폐건물, 공사가 중단된 공터 등에 놀았었다. 놀던 중에 누군가에게 쫒기게 된 적이 있는데 달리는 중에 그 쫒기는 것에 대한 쾌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 쾌감이 무엇일까, 어디서 온 것일까를 고민하다가 만든 영화가 <하수구>이다."

<겨울이 더워지도록> 스틸컷. ⓒ 경기예술고등학교 박가령


- <하수구>에서 나온 하수구 속 사람은 다름아닌 114 직원이었다. 사실 직업면에서 번듯한 사람이 왜 미쳐버렸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114 직원은 왜 등장한 것인가.

박가령: "집에서만 사는 히키코모리가 생각났다. 사회에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하고 혼자 살게 되는 인물이 하수구 속 인물, 즉 히키코모리라고 생각한다. '114 상담원'이 응어리진 스트레스를 그릇되게 풀어내는 중년 남성들로 인해 큰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이렇게 상담원에게 대신 쌓아내는 분노와, 상담원 자신 안의 스트레스를 결국 풀지 못해 그대로 미쳐 하수구로 들어간다는 설정을 한 것이다.

전화벨소리만 들리면 미친 사람처럼 반응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화를 받으면 어떤 사람이 욕을 하고 성희롱적인 발언을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스트레스로 인해 미쳐서 혼자 하수구 안에 자신의 구역을 정해놓고 산 것인데, 두 친구들이 자신의 구역을 전화벨을 울리며 침범하는 행위때문에 미친 듯이 반응한 것이다."

영화 <하수구>의 스틸 컷. ⓒ 경기예술고등학교 박가령


- <하수구>에서 나온 하수구 속 사람은 다름아닌 114 직원이었다. 사실 직업면에서 번듯한 사람이 왜 미쳐버렸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114 직원은 왜 등장한 것인가.

박가령: "학생들이 하고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지 못하고, 엄마,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압박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엄마들이 하는 말이 있다. '너희 대학 가, 대학을 가야지 행복하다!'라는 말인데, 그것이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행복을 모른다면 내일의 행복 역시 모를텐데, 그 상태에서 대학만 가면 어떻게 스트레스가 풀리나 싶다. 그렇게 쳇바퀴만 굴리면서 10대를 보내기는 아깝다고 생각도 한다.

영화에서는 미친 사람들만을 보여주고 있다. 미쳐가는 감정을 숨겨왔던 주인공은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죽어가는 친구에게 누명을 씌우고, 미쳐가는 감정을 그 때 그 때 분출하던 친구는 사람을 죽인다는 선택지를 거리낌 없이 고르고, 하수구 속에 숨어있던 사람은 미쳐가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미쳐버린 사람이고, 아이를 죽일 듯 닦달하는 엄마도 나쁜 방법으로 아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 영화에는 정상인이 없다고 생각한다."



연극영화과 진학 목표... 배우, 감독도 되고 싶지만 다른 길도 거쳐보고파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어떤 계획... 아니라면 어떤 개인적인 목표을 갖고 있는가. 진로나 진학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도 좋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싶다'같은 목표도 좋다.


강예진: "딱히 영화 쪽에서만 종사한다기보다는 다른 분야에서도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학은 연극영화과로 하고 싶다. 영화 전공을 해서 연출, 영화 분야에 가고 싶다."


김예리: "진로는 무대 위든, 브라운관 위든 상관 없이 단순히 연기하는 배우면 충분하다. 겉으로는 때려부수는 폭력적인 배우로 보여도, 속은 인간적인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진학은 당연히 연극영화과이다."


문혜린: "원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는데, 성악을 공부하면서 성악이 더욱 좋아지게 되었다. 성악을 공부하고, 유학과정을 마친 다음에 제자도 가르쳐보고 무대에도 서고, 자기소개에서 말했듯이 오페라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 또 다른 꿈이 있다면 심리상담사이다. 노래가 하고 싶어진 것도 노래를 통해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간단히라도 공부를 해서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줘고 싶다."


박인선: "돈을 많이 벌어서 하와이로 이민을 가고 싶다. 하와이를 전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아서 거기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대학을 어딘가라도 가고 싶다. 진로는... 당연히 연극이나 영화 쪽으로 가보고 싶다."


이세형: "영화감독이 꿈이다. 정치라는 것이 좁은 의미로 보면 정치인 몇 명으로 끝나지만, 넓은 의미로 봤을 때 이 세상사람 모두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감독으로서 넓은 의미로의 정치에 참여하고 싶다. 영화를 통해 신념에 상관없이 제대로 된 의견을 나타내고 싶다."


이선혜: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되 그 직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는 개인적인 취미생활도 즐기고 싶다. 문화의 날 무료행사, 연극치료 같은 연기 봉사같은 것도 나가보고 싶다."


김다빈: "대학에 입학하여 영화에 대해 더욱 깊게 공부하고 싶다. 물론 고등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해 왔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또 지금보다 많은 경험을 하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더욱 확신을 갖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어서도 젊고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목표이다. 금전적이나 사회적인 목표는 딱히 없다. 적당히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라면 감사한 것 아닐까."


박수진: "배우 분들 중에서 롱런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느낀다. 뜨지 않아도 묵묵히 단역이나 조연을 맡으면서 살아가시는 분들 말이다. 당연히 뜨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묵묵히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


임은진: "최종적인 목표는 일단 뮤지컬 배우이다. 하지만 꼭 장르를 정하지 않고 뮤지컬 배우, 영화배우, 탤런트까지 다양하게, 악역 선역 가리지 않고 모두 하고 싶다. 대학은 일단 연극영화과로 '찜'해놨다. 연기에 대해서 진득하게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이승호: "영화감독으로써의 꿈을 가졌을 때부터 가져왔던 목표가 있는데,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할리우드 배우와 꼭 한 번 파파라치 사진이 돌아 열애설이 나는, 그러니까 '핫해지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저수지의 개들>의 쿠앤틴 타란티노 감독처럼 독특하고 색깔있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김윤성: "우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있고 우리가 원하는 욕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걸까?, 그리고 '인간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직접 답하고 싶어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이란 존재는 어렵게 느껴진다. 계속 연기를 하면서 이런 답을 찾고 싶고 궁극적으로 나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 싶다.


진학에 대한 목표는 없다. 내가 연기를 하는 것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내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학 계획이란 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박가령: "재밌게 하고 싶고, 재미를 느끼는 것이 영화이니만큼 당연히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 또 사진 촬영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서 사진을 찍으러 다닐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보니까 굉장히 재밌더라. 지금 입시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만일 목표로 하는 연극영화과에 탈락하더라도 그냥 영화를 위해서 힘쓸 것 같다. "


이존승: "내가 직접 설계한 집을 내가 직접 내가 고른 내 소유의 그림 같은 언덕 위에 내 집으로 짓고 싶다. 진학은 연극영화과로 가고 싶다. 학사모를 쓴 뒤에 연기 현장으로 바로 뛰어들고 싶다."


김은중: "짐 레이건처럼 배우 출신 대통령이 되어보고 싶다. 부패한 이 나라를 바꾸고 싶다....는 것은 꿈이고 내 현실적인 목표는 사람들의 거울이 되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노년에는 여행을 다니면서 즐기고 싶다."


송혜린: "나중에 후진들을 양성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싶다. 정말 노년이 되면 작은 책방을 차리고 싶다. 영화와 관련된 책방을 조그맣게 세워보고 싶다. 일단 진학이 가장 큰 걱정이긴 하다."














<레가토>의 한 장면. ⓒ 경기예술고등학교 박인선


청소년의 'Let it be... Naked', 앞으로도 현실과 세대 반영한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길


'엄마'의 고민을 엄마가 되어서야 알 듯 청소년의 고민은 청소년만이 정확히 안다. 그런 면에서 이런 단편영화들이 청소년들에게는 공감의 의미를, 어른들에게는 청소년의 솔직한 마음과 감정을 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다.



청소년기의 내적 갈등, 그리고 '알바의 고충', 학업 고민, 친구, 그리고 가족과의 갈등, 정체성에 대한 고민까지, 경기예고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보여준 영화의 범위는 청소년들이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더욱이 이를 사실적으로 나타낸 영화들이 이들의 영화이다. 어른이 어설프게 청소년의 마음을 담아낸다고 했다가 '된소리'를 맞은 영상물보다 수십 배 나은 셈이다.


이들도 청소년이 지날테고, 앞으로 다양한 세대의 현주소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때의 현실 상황, 사회 문제, 그리고 세대만이 지니고 있는 문제를 가감없이 스크린 속에 나타낼 수 있는 이들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칸'이나 '베니스'도 다녀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연&영 1318 섹션에서 '전국청소년연극제'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참여했던 고등학생들의 인터뷰 요청을 기다립니다. 문의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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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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