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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다리 밑 점바치 골목,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리뷰] 제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16.09.26 18:21최종업데이트16.09.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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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부산 영도 다리 밑 '점바치 골목'을 조명한다. ⓒ 김영조


지난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올해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 최고 화제작으로 꼽히고 제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도 상영하는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지금은 철거되어 사라진 영도다리 밑 점바치 골목 사람들과 지금은 영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STX 조선소, 청각 장애 해녀가 운영하던 간이 횟집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점바치 골목의 철거가 논의되던 2014년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고, 이듬해 점바치 골목이 완전히 철거되었을 때, 촬영을 완료했다.

부산 영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 일자리를 잃은 조선소 용접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역시 영도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정근 감독의 <그림자들의 섬>을 떠올리게 한다. <그림자들의 섬>이 현재 사측을 상대로 복직 투쟁 중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그들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동지들의 연대기를 다뤘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당시 영도다리 밑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삶을 보여 준다. 그런데도 두 영화 모두 경제 혹은 지역 발전의 이익을 위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고, 그 어떠한 가치보다 사람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재개발은 언제나 강자를 위한 개발이었다. ⓒ 김영조


흥미로운 것은 현재 부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개발, 철거의 문제를 다룬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에도 오민욱 감독의 <범전>이 있다. 지금은 부전동으로 흡수 통합되어 사라진 범전동 일대를 다룬 실험다큐멘터리 영화로, 당시 범전동은 미군 부대가 있었던 곳으로 현재는 부산 시민공원으로 재탄생 되었다.

과거 범전동은 기지촌이었기 때문에, 정작 그곳에 살고 있었던 주민들조차 자신이 범전동에 사는 사실을 숨기기 바빴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지역 개발 논리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점바치 골목 또한 범전동과 비슷한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시 당국은 재개발 이후 점바치 골목을 활성화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하지만, 기약 없는 허공 속의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재개발, 철거로 삶의 터전이 사라져버리는 경우는 비단 부산 지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도시 곳곳에서 빚어지는 현실이다. 이번에 제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공동정범>(김일란, 이혁상 연출)은 지난 2009년 용산참사 이후에 있었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같은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강유가람 감독의 <이태원>은 이태원에 위치한 미군 부대와 기지촌이라는 굴곡진 현대사 속 아픈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현재와 이어나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다. ⓒ 김영조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포함 앞서 언급한 작품들 모두 이미 사라졌거나, 혹은 앞으로 사라질 것 같은 장소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선택한 소재와 장소는 영도다리 밑 점바치 골목이지만, 카메라가 중점으로 다룬 것은 수십 년 가까이 영도다리 밑에서 삶을 일구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안타깝게도 영도다리 밑에 사는 사람들보다 새롭게 복원되어 화려하고 웅장한 영도다리에만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새로운 영도다리에 걸맞은 잘 정돈된 경치를 원하고 그대로 밀어붙인다.

결국, 사라져버린 점바치 골목, STX 조선소, 영도 어디 해안가에 위치한 간이 횟집의 모습을 오롯이 기억하는 것은 카메라이다. 한때 영도다리 밑에 사람이 살고 있었음을,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역사임을. 비록 영도다리 밑 점바치 골목은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계속되고 있음을 카메라가 담은 이미지를 통해 확인하고, 되새긴다. 산업화 시대 이후 신자유주의로 변형되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경제 개발 논리에 의해 자꾸만 사라지고 잊혀가는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지금 사는 우리들의 과제다.

한편,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에 이어 제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부분에 진출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다가오는 27일 16시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 3관에서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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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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