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시외버스에서 텔레비전은 꺼 주셔요

시외버스에 아이들이 많이 탄다는 사실 모르나요?

등록 2016.09.16 17:33수정 2016.09.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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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맞이해서 고향을 찾아가는 분이 많습니다. 설에도 고향을 찾아가는 분이 많아요. 요즈음은 자가용을 모는 분이 무척 많은데, 기차나 시외버스를 타는 분도 아주 많습니다.

자가용을 몰거나 기차를 탄다면 '텔레비전 걱정'은 없어요. 시외버스를 타면 언제나 '텔레비전 걱정'이 불거집니다.

한가위나 설이 아닌 여느 때에 한두 시간쯤 달리는 시외버스에는 텔레비전이 없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여느 때에 서너 시간이나 너덧 시간은 너끈히 달리는 시외버스에는 으레 텔레비전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달리는 손님이 심심하지 않도록 텔레비전을 달아서 켜는구나 싶어요.

누군가는 시외버스로 너덧 시간을 달리면서 텔레비전을 볼 테지요. 그리고 누군가는 시외버스로 달리는 내내 텔레비전은 안 쳐다보고 잠을 잘 테고요.

이때에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텔레비전에 흐르는 방송이나 영화에는 모두 '등급'이 있어요. 열아홉 살이 넘는 나이라면 딱히 등급에 얽매이지 않을 테지만 열아홉 살이 차지 않는 나이라면 등급에 맞추어서 '아직 볼 수 없는' 방송이나 영화가 있어요.

시외버스를 타는 손님은 '열아홉 살 넘는 어른'만 있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가위나 설 같은 때에는 '갓난쟁이'도 시외버스를 많이 탑니다. 어린이도 많이 타고, 푸름이도 많이 타요. 한가위나 설에는 고속도로에 자동차가 많아서 여느 때보다 길이 막히니, 여느 때보다 몇 시간쯤 더 고속도로에 머물곤 합니다.

시외버스를 모는 분도 힘들 테고, 시외버스를 타는 사람도 힘들 테지요. 그런데 가장 힘든 사람은 언제나 아기하고 어린이입니다. 어른은 어찌저찌 참거나 견디어 낸다고 하지만, 아기나 어린이한테 억지로 참거나 견디라 하기는 어려운 노릇이에요.

아기나 아이를 데리고 시외버스를 타는 어버이는 겨우 아기나 아이를 달래서 재우지요. 그런데 이때에 시외버스 기사님이 텔레비전을 켠다면? 게다가 텔레비전에서 '12금'도 '15금'도 아닌 '19금'이라고 할 만한 영화나, 이른바 '막장 연속극'을 큰소리로 튼다면?

부디 시외버스에서 텔레비전을 꺼 주기를 바랍니다. 시외버스 텔레비전으로 사람들이 영화나 연속극을 보도록 하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갑자기 큰소리가 터져나온다거나 거친 욕설이 흐르는 영화나 연속극을 버스에서 아기나 아이가 고스란히 들어야 한다면 대단히 괴롭습니다. 무엇보다도 아기나 아이한테 도움이 될 일이 없습니다. 고단한 버스에서 새근새근 잠든 아이들은 폭력 영화나 막장 연속극에서 쏟아지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깜짝깜짝 놀랍니다. 자다가도 놀라요. 잠들지 않고 잘 놀다가도 놀라요.

극장에서는 '12금'인 영화를 걸 적에 열두 살 밑인 아이를 들여보내지 않아요. 그런데 시외버스에서는 아기도 있고 어린이도 있는데 '12금'뿐 아니라 '15금'이나 '19금'인 폭력 영화나 막장 연속극을 큰소리로 튼다면 어떻게 될까요?

텔레비전을 꺼 주십사 하고 말씀을 여쭐 적에 바로 텔레비전을 꺼 주시는 기사님이 있으나, "다른 손님들이 보는데 끌 수 없지요" 하고 말하는 기사님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손님들 가운데에는 어린이도 있으니 꺼 주십시오" 하고 다시 말하면 "할머니하고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하면서 안 끄는 기사님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한동안 껐다가 슬그머니 다시 켜는 기사님도 있어요.

시외버스에 텔레비전은 꼭 있어야 할까요? 시외버스에 텔레비전을 꼭 달아야 한다면, '소리만큼은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이 저마다 이어폰을 꽂아서 듣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욱이 명절에는 시외버스를 타는 아기와 아이가 많으니, 제발 명절에는 텔레비전을 꺼야 하지 않을까요? 정 명절 시외버스에서 텔레비전을 켜고 싶다면 '어린이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틀 노릇일 텐데, 어린이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켜더라도 '소리는 이어폰으로 듣도록' 꺼야 한다고 느낍니다. 자는 아이도, 또 자는 어른 손님도 헤아리지 않는 시외버스 텔레비전,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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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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