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윤계상 "사회문제 다룬 영화, 꼭 해야 한다고 생각"

[inter:view] <굿와이프> 서중원 역으로 '배우' 각인시킨 윤계상

16.09.01 18:22최종업데이트16.09.01 18:22
원고료로 응원

god 윤계상으로 산 시간보다 배우 윤계상으로 살아온 시간이 두 배. <굿와이프>는 오랜 시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의 진가를 대중에게 알린 작품이다. ⓒ 이정민


"종영 소감부터 시작할까요?"

<굿와이프> 서중원으로 살았던 지난 넉 달을 마무리하며, 윤계상(37)은 "뻔한 얘기지만, 배우들과 팀워크가 너무 좋아 헤어지는 게 아쉽다,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god 윤계상으로 산 시간보다 배우 윤계상으로 살아온 시간이 두 배. <굿와이프>는 오랜 시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의 진가를 대중에게 알린 작품이다. 2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감독님은 큰 틀을 흔들지 않는 범위 안이라면 대사나 톤을 바꿔 연기하는 걸 모두 허락해주셨거든요. (유)지태 형이 연기한 이태준도 사실은 나쁜 면이 더 두드러진 캐릭터였어요. 그걸 '쓰랑꾼'으로 만든 건 지태 형이죠. <굿와이프>는 모두의 합이 만들어낸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윤계상은 화제가 된 김혜경(전도연 분)과의 첫 키스신도 전도연의 아이디어로 도발적으로 비틀었다고 전했다. 모두가 조금씩 변주를 줘가며 대본에 쓰인 매력적인 장면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윤계상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부분도 있다. 후반부 최상욱(김태우 분) 검사가 야구장으로 찾아와 이태준을 두고 거래를 제안했을 때, 부드럽게 거절하는 대목이다. 대본에는 최 검사를 비꼬는 모습이 담겨있었다고. 그는 "굳이 나쁘게 대할 필요가 없지 않나, 궁지에 몰린 만큼 힘 빠진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뀐 <굿와이프> 엔딩... "저랑 이어지는 게 중요한가요?" 

<굿와이프>는 본래 태준의 출마 기자회견에 혜경이 등장하지 않는, 혜경과 중원의 좀 더 꽉 닫힌 해피엔딩이었단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는 "나와 혜경이 이어지는 게 뭐가 중요한가, 작품이 중요하지"라며 웃었다. ⓒ 이정민


서중원은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다. 때로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욕망도 숨기지 않던 원작 캐릭터 윌과 다르다. 주변 사람들의 대사를 통해 그가 돈밖에 모르는, 냉정하고 악랄한 변호사라는 사실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실제 윤계상이 그런 모습을 연기하지는 않았다. 최상욱 검사와의 장면은 중원의 이중적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혜경의 보조자나 정보 전달자 역할"에 집중했다.

"욕망이 드러나는 모습을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16부작 안에 원작 캐릭터의 이중적인 면모를 모두 담아내기는 어려웠다고 생각해요. 그런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대사를 통해 베이스에 깔고, 혜경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 역할에 충실했어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본질을 흐리면서까지 포장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제 욕망이 진하게 드러나지 않고 혜경의 이야기에 집중했던 건 잘한 것 같아요." 

<굿와이프>는 결국 태준과 혜경이 결혼 생활을 정리하지 않고 쇼윈도 부부로 남고, 중원은 가정을 버리지 않은 혜경과 만남을 이어가는 모습을 암시하며 끝났다. '미드' 원작 다운 파격적인 엔딩. 하지만 대본은 태준의 출마 기자회견에 혜경이 등장하지 않는, 혜경과 중원의 좀 더 꽉 닫힌 해피엔딩이었단다. 그는 "<굿와이프>로서는 최선의 결말이었다"면서 "나와 혜경이 이어지는 게 뭐가 중요한가, 작품이 중요하지"라며 웃었다.

"첫 키스 후 혜경이가 '난 감정보다 현실이 중요하다'고 얘기하잖아요. 나중에 중원이는 '내 계획은 널 사랑하는 거야'라고 말하고요. 그건 모든 걸 감수하겠다는 거예요. 시청자분들의 윤리의식과는 다를 수 있지만, 설득력은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혜경이는 아이들 때문에 헤어지기 쉽지 않았을 거고, 태준은 '나를 이용해라, 이혼만은 안 된다'고 하잖아요. 중원만 이해한다면 가능한 엔딩이죠." 

"god 출신 꼬리표? 이젠 부담스럽지 않다" 

<굿와이프> 서중원은 배우 윤계상의 커리어에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정작 그는 일희일비 하지 않는 다고 말했다. ⓒ 이정민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20살 어린 나이에 god로 데뷔해 인기를 얻었지만, 연기자 데뷔 이후 god 시절의 높은 인기는 오히려 굴레가 됐다. 그는 "대중적으로 사랑을 못 받으니 기운이 빠졌던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굿와이프>가 배우 윤계상의 커리어에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을 건네자, 그는 "<택시>에 출연해 그런 말을 했는데 (이)영자 누나가 '다음 작품이 잘 돼야 터닝포인트지!'라더라고요"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 그는 "맞는 말"이라면서 "연기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고, (작품이 잘 되든, 안 되든)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젠 알아요. 잘 돼도, 못 돼도, 몇 개월뿐이라는 거요. <굿와이프> 4개월 찍었는데, 이 사랑이 얼마나 갈까요? 다음 작품으로 또 시험대에 올라야 하잖아요. 중요한 건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그는 첫 영화 <발레교습소>로 백상예술대상 남자신인상을 수상했고, <풍산개>로 대종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연기만 해온 배우들도 쉽게 오를 수 없는 자리다. 그는 "연기자 데뷔한 이후 연기 혹평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제가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었다고 기억하시더라"며 웃었다. 이 또한 배우 윤계상을 향한 선입견이었던 셈이다.

"평생 god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거예요. 전에는 그 꼬리표가 부담스러워 떼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나이가 들면서 제 위치와 수준을 잘 알게 됐죠. 급하게 가지 않고, 천천히 갈 생각이에요." 

'god 꼬리표를 떼겠다'고 이야기하던 과거보다, 평생 god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상관없다는 그에게서 오히려 god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가수 시절과 선 긋던 과거보다, god 멤버로서 콘서트에도 참여하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배우 윤계상과 가수 윤계상이 각각 빛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그러게, 그땐 내가 너무 어렸다"며 웃었다.

"사회문제 담긴 영화는 해야 한다 생각" 

윤계상은 "내 필모에 대한 자부심은 어마무시하다"면서 "수집가가 자기만의 돌을 고르듯, 그렇게 작품을 골라왔다"고 말했다. ⓒ 이정민


과거보다 한결 가벼워진 윤계상이지만,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이 있다. 바로 지난 시간 하나씩 쌓아 올린 그의 필모그래피다. 그는 "내 필모에 대한 자부심은 어마무시하다"고 말했다.

<최고의 사랑> <누구세요?> <트리플> <발레교습소> <비스티보이즈> <집행자> <풍산개> <소수의견> 등 그가 선택한 작품들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휴먼 멜로, 문제의식이 담긴 작품까지 장르와 소재를 망라한다. 흥행과 상관없이, 개봉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많다는 것도 눈에 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의도한 것이었다.

"연기는 어땠는지 몰라도 작품성은 지금 봐도 훌륭해요. 수집가가 자기만의 돌을 고르듯이, 그렇게 작품을 골라왔어요. 흥행하지 못한 작품들도 언젠가 재평가 받을 거라 생각해요. 배우가 자기만의 결을 만드는 거, 그게 흥행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시지에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된다면, 그게 자신의 목소리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사회문제에 관심은 많지만 직접 발언하는 데는 조심스럽다"면서 "자신의 메시지를 극을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배우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첫 영화가 <발레교습소>여서 그런지, 운이 좋게도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가 많이 들어와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예산이 적은 영화에서, 출연료가 적거나 노개런티라도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인식도 있으신 것 같아요. 저도 시나리오 받아보고 의미도 있고 작품이 좋으면 할 수밖에 없어요." 

윤계상은 연기 말고는 잘하는 것도, 잘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취미라고는 오로지 감사와 해요, 강아지 두 마리를 돌보는 것뿐이라고. 그리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일까?

"확고한 연기세계가 있는 배우요. 화려하고 큰 영화가 아니라도, 사람들이 '저 배우는 저 영화를 왜 선택했을까?'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 이정민


윤계상은 연기 말고는 잘하는 것도, 잘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취미라고는 오로지 감사와 해요, 강아지 두 마리를 돌보는 것뿐이라고. ⓒ 이정민



윤계상 굿와이프 GOD 서중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