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이만큼 클까? 이제 여한 없다"

대법원에서 '일반인에 침·뜸 가르침 허가' 판결 받은 구당 김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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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ds2032)등록 2016.08.31 11:50

일반인에 침뜸 교육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는 구당 김남수. 지난 29일 장성에 있는 구당뜸집에서다. ⓒ 이돈삼


"우주가 이만큼 클까? 그만큼 기뻐. 온 세상이 다함께 감사할 일이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일반인에게 침·뜸 가르침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구당(灸堂) 김남수(102) 선생의 말이다. 구당은 지난 2012년 일반인에 침과 뜸을 가르치려고 '정통 침·뜸 평생교육원'을 만들었지만, 설치 신고가 반려됐다. 침이나 뜸은 정규대학에서 교육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구당은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은 반려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0일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 교육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지적하고 "설립 신고 단계에서부터 무면허 의료 행위가 예정돼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실상 구당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구당 김남수가 자신이 개설한 구당뜸집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인터넷 예약을 통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이다. ⓒ 이돈삼


구당은 쑥 한 줌으로 뜸을 뜨는 '무극보양뜸'의 창시자다. 기존의 뜸이 온몸의 혈에 뜸을 뜨는 것과 달리, 8개 경혈(남자 12자리, 여자 13자리)만으로 짚어내면서 침과 뜸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9일 장성에서 만난 구당은 "지금까지 침과 뜸을 이용해 의료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침과 뜸을 배우려는 사람들한테 가르쳐줬을 뿐인데, 그걸 못하게 해서 안타까웠다"면서 "뒤늦게나마 인정을 받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구당은 "현재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무극보양뜸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도 앞으로 철저히 준비해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와서 침과 뜸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당 김남수가 지난해 말 자신이 개설한 전남 장성의 구당뜸집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인터넷 예약을 먼저 하고 찾아온 환자들이다. ⓒ 이돈삼


구당은 뜸 예찬론자다. 쑥 한 줌만 가지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뜸이라는 것이다. 뜸만 뜨면 병을 예방하고, 치료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100살이 넘은 나이에도 그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뜸 덕분이라고 했다.

"침은 기를, 뜸은 혈을 움직이는 거야. 침은 전기 전도 역할을, 뜸은 전깃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침은 통증을 잡아주고, 뜸은 좋은 피를 만들어주지. 뜸을 떴을 때 생기는 가벼운 열상이 혈액에 이종 단백체를 만들어주는데, 이것이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거고."

구당이 침과 뜸을 함께 쓰는 이유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부담 없이 뜰 수 있고 부작용도 없는 뜸을 '배워서 남 주자'는 게 구당의 주장이다.

전라남도 장성에 들어선 구당뜸집 전경. 앞으로 구당이 꿈꾸는 뜸단지의 구심점이 될 공간이다. ⓒ 이돈삼


구당은 지난해 말 전라남도 장성군 서삼면 금계리에 구당뜸집을 열었다. 침사 자격만으로 뜸 시술을 할 수 있고,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은 뒤였다.

구당은 여기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한 전국 각지의 환자를 하루 15명씩 유료 진료를 한다. 토·일요일엔 진료비 부담을 느끼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선착순 무료 진료를 한다. 뜸집이 자리하고 있는 장성의 읍·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봉사도 하고 있다.

"의학은 개인 소유물이 아냐. 소수만 누리는 특권도 아니고.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고. 만인이 공유해야지. 침과 뜸은 또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데, 많은 사람들한테 가르쳐줘야지."

구당이 침과 뜸 진료에 나선 이유다. '배워서 남 주자'는 그의 소신대로다. 구당은 침과 뜸을 활용해 장성을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의료관광 명소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뜸마을을 만들고 싶어. 뜸으로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마을. 쑥 재배단지도 만들고.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이고,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구당의 꿈이다. 그 꿈은 침과 뜸의 세계화에 닿아 있다.

장성 구당뜸집 교육관 전경. 한옥으로 지어져 기품을 자랑한다. 앞으로 구당 뜸마을의 구심점이 될 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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