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성과 폭력에 대한 지독한 묘사까지... 부천이 들썩인다

20회 BIFAN 예매 카운트다운, 영화제 즐기기 전 참고할 키워드

16.07.14 19:52최종업데이트16.07.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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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 BIFAN


명실상부한 장르영화 최대 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의 개막이 불과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1일 개막을 앞두고, 14일부터 상영작 예매에 돌입하는 BIFAN은 올해 20주년을 맞이해, 여느 때보다 다채롭고 화려한 라인업으로 무장, 영화팬들의 기대가 한층 높아진 상황. 그간 장르영화제라는 특성답게 마니아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아오면서도, 독특하고 이질적인 감성에 거부감을 느낄 관객들의 진입 문턱이 높았던 BIFAN이었지만, 올해는 기존 영화제의 색깔을 견고히 하면서도, 작가적 매력과 새로운 영화적 문법의 반경을 넓힐 영화들이 추가돼 더욱 많은 관객들을 흡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예매 카운트다운. 20회 BIFAN 상영작들을 챕터별로 구분, 필견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일본]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한 장면. 가와무라 겐키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 BIFAN



2회 경쟁부문 작품상 수상작 <사무라이 픽션>을 필두로 <녹차의 맛>,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들까지, 해마다 'BIFAN=최신 일본영화를 볼 수 있는 가장 빠른 영화제'로 인식되어 온 만큼 올해도 흥행과 비평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근작들이 대거 포진됐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성이 삶과 죽음에 관해 반추하는 이야기로 고양이 집사인 주인공의 일상에 걸맞은 다양한 고양이들의 등장이 애묘인들을 매료시킨다. 

로망포르노와 B급 감성의 독특한 스타일로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일본의 병폐를 파고들었던 거장 제제 타카히사와 소노 시온의 신작도 눈에 띈다.

제제 다카히사의 신작 <64 파트 1>은 1989년 발생한 아마미야 쇼코 유괴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다양한 갈등 국면과 인간 관계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파헤친 드라마. 방대한 이야기를 빈 틈 없이 구성한 각본과 치밀한 연출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소노 시온의 <소곤소곤 별>은 거침없이 내달리는 그의 기존영화들과는 달리 지극히 사적이고 정적인 흑백SF영화. 그가 25년 전에 쓴 각본과 콘티를 바탕으로, 속삭임과 시간을 영위하는 움직임으로 채워진 영화. 장르적 쾌감을 바탕으로 기묘한 에너지와 경계에 서 있는 인물들의 비틀린 감성으로 채워졌던 전작들의 노선을 비껴간 선택이 이채롭다. <희망의 나라>, <러브 앤 피스>에 이어 작가 소노 시온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

기관총을 난사하는 세일러복의 여고생이라는 소재로 전설처럼 회자되는 소마이 신지의 <세일러복과 기관총>과 이를 리메이크한 <세일러복과 기관총-졸업>이 나란히 상영된다. 롱테이크와 고속촬영, 당시로서는 낯선 광각렌즈 사용 등 극단적인 카메라 구도와 실험으로 야쿠자 액션의 전형을 뒤집었던 오리지널 <세일러복과 기관총>이 25년 후 어떤 옷을 입고 새로운 감성의 액션과 강인한 여성상을 선보일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최고의 호러영화 중 한 편으로 선정된 <큐어>의 감독이기도 한 구로사와 기요시의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은 마에카와 유타카의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범죄심리학 교수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이하고 크리피한 이웃 범죄와 공포를 그린 작품. 영화사 진진 수입으로 오는 8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밖에 금붕어로 변하는 여성과 원로 작가의 관계를 다룬 <금붕어, 여자>, 성공적인 전편을 잇는 속편 <암살교실: 졸업편>, <변태 가면2: 잉여들의 역습>, 미이케 다카시의 화성SF <테라포마스>, <카츠라기 살인사건>, <낮비> 등 묵직한 주제와 발칙한 상상력을 보탠 일본영화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인도]

<데브다스>의 한 장면. 화려한 음악과 춤,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진 발리우드 영화의 진수. ⓒ BIFAN



BIFAN을 찾는 영화팬들에게 일본영화 못지않게 사랑받는 인도영화들도 부천을 찾는다. 7회 볼리우드 특별전을 계기로, <라간>, <내 이름은 칸>, <블랙>, <세 얼간이> 등의 히트작들이 상영되며, 낯설게 느껴졌던 인도영화의 매력과 재미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BIFAN답게 올해 인도영화들의 진용도 화려하다.

우선 7회 볼리우드 특별전에서 상영되며, 열화와 같은 지지를 이끌어냈던 <데브다스>가 특별전 상영작으로 다시 부천을 찾는다. 인도판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견될 비극적 사랑이야기가 화려한 군무와 아름다운 의상, 유려한 색채와 미술로 관객들을 현혹한 <데브다스>는 7회 영화제 상영 당시 클라이막스에서 일제히 터진 관객들의 탄식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인도영화의 흥행 킹 샤룩 칸과 아이쉬와리아 라이의 절정의 미모가 경쾌한 노래와 역동적인 군무로 재현된 마법같은 작품.

<데브다스>의 화려한 색채와 정취를 재현한 또다른 영화 <바지라오 마스타니>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화려한 스케일과, 왕실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웅장한 서사가 어우러진 작품. 미스 월드 출신으로 현재 인도영화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여배우 프리얀카 초프라와 디피카 파두콘의 아름다운 외모, 공들인 안무와 뮤지컬의 매력이 치명적이다.

'인도영화=춤과 노래'라는 선입견을 깨는 영화들도 있다. 1960년대 악명 높은 묻지마 살인마로 명성을 떨친 살인마 라만에 관한 이야기 <싸이코 라만>, 인도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모큐멘터리 <오토헤드>, 사랑의 유효기간을 다층적인 시점과 시간 배열로 구성한 <타마샤>까지 현재 인도영화의 경향을 담은 주목할만한 작품들이 망라됐다.

[Memory]

장국영의 유작 <이도공간>의 한 장면. 20회 BIFAN을 통해 극장 상영된다. ⓒ BIFAN



20회 BiFan의 화두는 추억과 기억. 20주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BIFAN의 역사가 된 작품들 중 관객투표로 선정된 스무 편의 영화가 다시 관객들과 만난다. 심야상영의 원조격인 <킹덤>을 비롯, 지능형 스릴러의 유행을 이끈 <큐브>, 연쇄살인마로 분한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가 인상적인 <아메리칸 사이코> 등 주로 영화제 초창기 상영작들이 포함됐다. 그 중에서도 장국영의 유작으로 장국영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엔딩으로 인해 호러영화 이상의 특별한 감흥을 전했던 <이도공간>과 고등학생으로 분한 제이크 질렌할의 존재와 죽음에 관한 매혹적인 탐구가 돋보이는 컬트영화 <도니다코>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상당수의 영화들이 BIFAN에서 소개되며 국내 관객들과 소통해온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특별전도 마련된다. <불량공주 모모코>부터 <갈증>까지 매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화를 발표하면서도, 여성을 중심으로 염세적인 세계관과 비극에 맞서는 개인의 분투, 오염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메시지를 전했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필모를 정주행하면서, 그의 영화가 자극과 스타일에 경시되어 있다는 오해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사적이면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스타일의 위용과 여성, 인간을 중심으로 내세운 인본주의의 풍경을 그의 영화세계에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프랑스 영화의 명가 고몽 120주년 특별전은 또 어떤가. 페이스오프를 소재로 유려한 감성을 만들어낸 고전 <얼굴없는 눈>부터 올해 칸의 가장 뜨거운 총아였던 <네온 데몬>까지 고몽의 역사를 대표하는 영화들이 가득하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마르셀의 여름>과 후편 <마르셀의 추억>, 뤽 베송의 누벨이마주 대표작 <서브웨이>, <그랑블루>, <니키타>와의 조우는 놓치기 아깝다.

올해 1월 타계한 데이빗 보위를 기억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훌륭한 뮤지션이자 배우였던 데이빗 보위의 영화 4편이 관객들과 만난다. 2012년 사망한 토니 스콧의 데뷔작 <악마의 키스>는 80년대 초반 미국 사회에 대한 은유와 몽환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작품. 뱀파이어로 분한 데이빗 보위와 까뜨린느 드뇌브의 치명적인 매력만으로도 압도적이다. 퀴어영화로서도 다양한 해석과 결이 있는 작품.

오시마 나기사의 <전장의 크리스마스>도 빼놓을 수 없다. 전쟁의 비인간성, 억압과 존엄의 말살을 서늘하게 관조하면서 간수와 포로로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대의 연민과 우정, 사랑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 엔딩의 강렬함이 깊은 잔향을 불러일으키는 명작.

[금기]

<기름범벅 교살자>의 한 장면. 가장 센 영화들을 모은 '금지구역' 섹션에서 상영된다. ⓒ BIFAN



'사랑, 모험, 환상'을 슬로건으로 출범했지만 BIFAN 성장의 자양분은 금기와 무관하지 않다. 끊임없이 표현의 억압과 금기에 도전하는 작품들을 거침없이 선정, 여과없이 소개하면서 BIFAN만이 할 수 있는 다양성과 독자적인 영화제의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성, 폭력, 붕괴를 때로는 지독하게 묘사하고, 냉소적으로 조소하거나, 유머스럽게 묘사한 영화들까지. 다채로운 영화들의 향연은 주로 '금지구역'이라는 섹션에서 소개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 세계의 지평을 넓혀왔다.

과거 21세 이하 관람불가 등급으로 진행됐던 섹션인 만큼, 올해도 만만치않은 작품들로 채워졌다. 인간 카니발을 소재로 한 <우리는 고깃덩어리>는 롭 좀비의 <31>과 함께 올해 BIFAN의 가장 센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자극적인 묘사로 일관하지 않고, 멕시코의 어두운 현실을 비유해 이 방면에서 최강 파격으로 일컬어지는 <세르비안 필름>처럼 강렬한 영화적 완성도까지 갖춘 작품으로 평가된다.

포르노필름들을 푸티지로 활용, 괴이한 상상력의 SF로 완성한 <울트라섹스를 찾아서>, B급 괴작의 익살을 제대로 만끽할 <기름범벅 교살자> 등 비평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스위스 아미 맨>의 한 장면. 올해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으로, 방귀를 계기로 우정을 나누게 된 청년과 좀비의 우정을 다룬 버디무비. ⓒ BIFAN


이제 스케줄과 취향을 반영해 영화제를 즐길 준비만 갖추면 된다. 올해 BIFAN은 부천시청 일대 CGV부천-소풍-롯데시네마로 이어지던 7호선 일대에서 두 곳의 상영관이 빠지고, CGV부천역, 소사구청, 오정구청, 솔안아트홀 등이 추가됐다. 상영관이 흩어지면서 상영관 사이 동선과 이동 경로를 참고해야 하는 상황. 셔틀버스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면, 여유있게 인접한 상영관으로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는 편이 좋다.

무엇보다 BIFAN은 전주, 부산국제영화제와 달리 발견의 기쁨과 재미가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라는 점에서, 타인의 평가와 인기작보다 자신의 취향을 믿고 보는 재미가 크게 반영되는 영화제이기도 하다. 프로그래머, 영화사이트 추천작들이 도리어 지뢰였다는 반응이 가장 뜨거운 영화제이면서도, 주목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영화가 가장 많은 영화제이기도 하다. 취향과 감식안을 믿고 고르되,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영화제로 일정을 짜는 편이 영화제를 즐기는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년보다 늦은 7월 21일부터 11일간 펼쳐질 BIFAN. 장르영화의 축제에서 여름을 만끽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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