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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성공률 94%' 스페인, '골'로 물리친 크로아티아

[UEFA EURO 2016 D조] 크로아티아 2-1 스페인

16.06.22 11:39최종업데이트16.06.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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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의 '모범 답안'은 몇 가지 있을 수 있지만 이것 말고는 모두 안 된다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상대가 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무적함대 스페인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울 뿐이다.

안테 카치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2일 오전 4시 프랑스에 있는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벌어진 UEFA(유럽축구연맹) EURO(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16 D조 3차전 스페인과의 맞대결에서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크로아티아는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스페인, 압도적인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

2010년 남아공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서 영광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스페인은 2012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공동 개최한 UEFA EURO 2012에서도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스페인 축구 최고의 시절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켰다.

'티키 타카'라는 용어가 웬만한 축구팬들에게도 쉽게 전파될 정도로 스페인의 아름다운 패스 축구가 빛났다. 그렇게 스페인 축구는 '무적함대'라는 별명처럼 영원히 적수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스페인 축구가 괜찮은 모범 답안이지만 유일한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채 안 걸렸다.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세비야 FC 등 클럽 축구를 통해서도 스페인 축구의 대세는 이어졌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페인 축구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스페인 축구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 대회였다.

스페인은 이날 크로아티아전에서도 60%라는 압도적인 점유율과 94%나 되는 놀라운 패스 성공률을 보여주었다. 크로아티아가 총 290개의 패스를 시도하여 244개를 성공(84%)시킨 것에 비해 스페인의 패스 숫자는 2.26배에 이르는 655개(616개 성공)에 달했다. 그런데 스페인이 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축구장의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은 그저 참고할 만한 기록일 뿐이다.

스페인은 그들이 추구하는 꽤 괜찮은 공격 전개 양상을 보여주었다. 다비드 실바, 세스크 파브레가스, 이니에스타의 패스 실력과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은 단연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다. 경기 시작 후 단 7분 만에 터진 모라타의 선취골이 바로 그들의 합작품이었다.

스페인은 선취골 이후에도 놀리토의 오른발 슛(28분), 세르히오 라모스의 코너킥 세트 피스 헤더 슛(67분), 세르히오 라모스의 페널티킥(71분) 등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크로아티아의 동점골이 터지기 직전에도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결정적인 패스가 골잡이 모라타에게 이어졌지만 첫 번째 터치가 길어서 골키퍼 수바시치에게 잡히고 말았다. 이런 기회들을 감안하면 어림잡아 3~4골은 더 넣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에도 스페인의 다비드 실바가 크로아티아 수비수들을 여러 명 따돌리고 왼발 슛을 터뜨렸다. 하지만 골문 바로 앞에 있던 크로아티아 수비수 브르살리코가 몸을 내던지며 그 공을 막아냈다.

스페인은 팬들의 탄성을 이끌어낼 만한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 냈지만 크로아티아에게 밀렸다. 94%라는 놀라운 패스 성공률이 무조건 득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크로아티아의 놀라운 집중력

반면에 크로아티아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흔히들 말하는 축구장 마의 시간대에 승부를 기막히게 뒤집었다. 전반전 끝나기 5분 전, 후반전 끝나기 5분 전에 크로아티아의 집중력은 멋진 역전승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45분, 니콜라 칼리니치의 절묘한 오른발 동점골이 터졌다. 왼쪽 측면에서 이반 페리시치가 왼발로 크로스하는 동작으로 스페인의 수비수들을 속인 뒤 오른발로 감아올렸다. 이 공은 스페인 골문 앞으로 달려든 니콜라 칼리니치의 오른발 옆날에 걸렸다. '발리슛이 이렇게 섬세할 수도 있구나'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명품 골이었다.

크로아티아는 후반전 중반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패배의 수렁에 빠진 듯 보였다. 하지만 거기서 주장 완장을 찬 다리오 스르나가 벤치에서 급하게 들어온 지시를 듣고 동료 골키퍼 다니엘 수바시치에게 달려가 입을 가리고 킥 방향을 예측할 만한 조언을 해 주었다.

스페인에서도 이 순간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에게 다가가서 귀엣말을 건넸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골키퍼 수바시치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라모스의 페널티킥을 기막히게 쳐냈다. 골키퍼가 각도를 줄이며 한 발 먼저 앞으로 나와서 막아냈지만 비외른 퀴퍼스(네덜란드) 주심은 킥을 다시 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87분에 간결한 역습으로 멋진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동점골의 주인공과 도우미가 그 역할을 바꿔서 경기를 끝낸 셈이다. 칼리니치의 역습 패스를 받은 이반 페리시치는 스페인 수비수 피케가 태클하는 것보다 반 박자 빠르게 왼발 슛을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이로써 1위 자격으로 16강에 오른 크로아티아는 B,E,F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1팀과 랑스에서 맞붙게 되었으며 2위로 밀려난 스페인은 28일 생드니에서 강팀 이탈리아와 16강전을 치르게 되었다. 스페인 축구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라섰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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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UEFA EURO 2016 D조 결과(22일 오전 4시, 보르도)

★ 크로아티아 2-1 스페인 [득점 : 니콜라 칼리니치(45분,도움-이반 페리시치), 이반 페리시치(87분,도움-니콜라 칼리니치) / 모라타(7분,도움-세스크 파브레가스)]

◇ D조 최종 순위
1위 크로아티아 7점 2승 1무 5득점 3실점 +2
2위 스페인 6점 2승 1패 5득점 2실점 +3
3위 터키 3점 1승 2패 2득점 4실점 -2
4위 체코 공화국 1점 1무 2패 2득점 5실점 -3
축구 유로 2016 크로아티아 스페인 이반 페리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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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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