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그냥 오해영'의 지질함, 나만 공감하나?

[TV리뷰] 화제성 1위 <또 오해영>, 가끔 지나친 부분도 있지만

16.06.22 12:09최종업데이트16.06.22 12:12
원고료로 응원

<또 오해영> 3회분, 박도경과 오해영은 가장 치욕스러운 상처를 나누며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 tvN


7주 연속 드라마 부문 TV 화제성 1위에 이름을 올리고있는 tvN의 <또 오해영>. 에릭(문정혁)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에릭은 '박도경'이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그냥' 오해영 역을 맡은 서현진 또한 안정적인 발성과 현실 연기를 인정받으며 한국 로코 드라마 여주인공의 대열에 올랐다.

드라마 화제성이 커지면 주인공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반면 등을 돌리는 사람도 생긴다. 특별히 <또 오해영>의 경우 '그냥' 오해영의 캐릭터를 두고 극과 극으로 나눠지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그냥' 오해영, 지질함과 솔직함 사이

그녀의 당당함, 때로는 무모함을 이해하기 위해선 3회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3회분에 오해영과 박도경의 마음이 바뀌기 시작한 결정적인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냥' 오해영은 '예쁜' 오해영 때문에 존재감이 없던 소녀였다. 원래 사춘기 시절이 개인의 자존감이 가장 낮은 시기라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냥' 오해영은 '예쁜' 오해영 때문에 바닥을 기어 다니는 자존감을 경험하고 학창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또 오해영>에서 '그냥' 오해영 역을 맡은 서현진. ⓒ tvN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고, 회사 생활을 시작한 '그냥' 오해영. 드라마에서는 그녀의 20대를 조명하지 않았지만 박도경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의 부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짜게 굴거나 스스로의 존재를 존중해주지 못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3급수의 삶을 살고 있던 그녀에게 1급수 남자, 한태진(이재윤 분)이 나타났고 그와 결혼을 약속하기까지 이른다. '그냥' 오해영에게 있어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오해영은 결혼 전날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게 된다. 남자의 말에 별다른 대꾸조차 하지 못한 '그냥' 오해영의 자존감은 또다시 바닥으로 추락한다. 학창시절 때 경험했던 상처보다 몇 배는 더 큰 상처였을 것이다.

1회와 2회에는 '그냥' 오해영의 아픔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우연히 박도경을 만나 그녀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 했던 속 깊은 상처를 앞으로 전혀 안 볼 사람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마음속의 짐을 내려놓고 싶었을 것이다.

나 역시 과거 익명의 대상과 채팅을 할 때그런 경험이 있었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말하기 힘들지만 마음에 담아두기는 너무 힘들 때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내 비밀을 이야기했던 경험이 가끔 있었다. 오해영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연히 만난 상대였고, 첫인상도 괜찮다. 하지만 특별히 엮일 것 없는 남자에게라도 삶의 무게를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해영이 박도경 옆집으로 이사를 오고 두사람이 어쩌다 보니 함께 앉아 그들의 상처를 이야기했던 3회 분.이 날은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넘어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게 되었던 날이기도 하다. 그냥 아는 사이에서 남녀가 몸을 섞고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 다음날 두 사람은 극도로 친밀해진다. 하지만 더 친밀해지는 단계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공유할 때이다.

박도경 역시 오해영에게 결혼식 당일 버림받은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는데 박도경에게도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하다. 그 동안 한 번도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지 못 했던 남자였기 때문에 가장 아픈 상처를 누군가에게 발설한다는 사실은 그에겐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었을 것이다.

<또 오해영> 3회 분. 박도경과 속마음을 털어 놓은 다음날 오해영은 자신의 웨딩앨범을 버리고 다시 새출발을 다짐한다. ⓒ tvN


다음날 오해영은 결혼 앨범을 한강에 버린다. 그리곤 다짐한다. 앞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재지 않고 마음껏, 사랑하겠다고... 전날 밤과 다음날 아침 오해영의 행동은 그간 그녀가 가지고 살아왔던 성격을 바꿀 수 있는중요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 동안은 상처 난 무릎 위에 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연고만 덕지덕지 바른 상태였다면, 그날은 아픈 상처를 소독약으로 깨끗이 씻어낸 날이었다. 말하는 순간은 너무 치욕스럽고 창피했지만 그런 굴욕의 순간을 겪었기 때문에 소독약은 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이때부터 오해영은 더 당당해진 것이다.

가끔 지나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해영의 행동 중 지나친 부분이 가끔 있기는 하다. 박도경에게 속상하다고 그 집창문에 돌을 던지는 행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당당히 모텔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장면, 스스로 자기는 쉬운 여자라고 떠들고 다니는 행동. 일반적인 여자 시청자들이 보기에 이런 장면은 여자 망신을 시키는 장면처럼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바닥까지 내려가봤던 그녀의 마음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 아닌,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창문에 돌을 던졌던 것은 그 집이 자기가 비밀을 모두 이야기했던 박도경 집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모텔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났던 장면 역시 그녀의 마음의 소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심정이었을 것이다. 쉬운 여자라고 말한 것 또한 박도경에겐 자존심보다 사랑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할 때, 자식 버릇이 나빠질까 봐 사랑한다는 표현을 적당히 하는부모가 어디 있을까? 진짜 사랑하는 대상에게는 따지고 재지 않고 그냥 사랑해주면 된다. 오해영도 그랬을 것이다. 그녀의 과한 행동이 계속되면 박도경은 슬슬 질려 하거나 오해영을 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드라마 관계상 그런 일상의 스토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박도경 역시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내 보인 오해영의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못할) 솔직함과 당당함이 부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진상짓 또한 사랑스러웠을 것이다. 일단 두 사람은 콩깍지가 씌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더 추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도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냥' 오해영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녀의 행동은 진상 짓이 아니라 솔직함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 작가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고 싶다면 앞으로의 오해영은 조금 더 여성스럽고 아름답게 미화해줄지도 모르겠다.

또오해영 오해영 박도경 TVN TVN드라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